넷플릭스 '돌풍', 한국형 하우스오브카드? 펀치 재탕?
소재 차별화되고 핑퐁게임 매력적이지만 뻔하고 개연성 떨어지는 상황 반복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처음 대본 리딩을 할 때 어느 분이 얘기한지는 모르겠지만 '문제작이 되고 싶다'고 했다.”
넷플릭스코리아 유튜브 콘텐츠에서 '돌풍'의 주연배우인 설경구가 한 말이다. 한국에서 보기 드문 현대 정치를 다룬 드라마 넷플릭스 '돌풍'이 인기를 끌고 있다. 넷플릭스 TOP 10 사이트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공개 이후 비영어 부문 넷플릭스 글로벌 TOP10 시리즈 4위에 올랐다. 인기를 끄는 것과 별개로 '호평'과 '혹평'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줄거리와 관련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매력 1. 핑퐁게임 2. 소재의 차별성
콘텐츠로서 '돌풍'의 매력은 크게 두 가지다. 박경수 작가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핑퐁게임' 요소가 강하다. 드라마의 주축인 양대 세력이 상대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이합집산과 권모술수가 난무하는데 매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방식이다. 이는 정치를 소재로 한 드라마지만 지루할 틈이 없게 만드는 효과적인 장치로 작용한다.
한국 정치를 관통하는 정치물이라는 점 자체가 개성이기도 하다. 한국에선 정치드라마가 드문데, 현대 정치를 고스란히 극에 옮겼다. 민주화세력이 주축인 정당과 태극기 부대의 지지를 받는 보수정당을 그려낸다. 검찰과 정권의 대립, 정치 검사들, 공안검사 출신의 정치인, 전대협 출신 정치인 등 현실 정치의 요소를 상당 부분 차용했다.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이지만 민주화운동 출신 정치인을 정면으로 겨냥한 점은 콘텐츠 소재 측면에서 차별성으로 드러난다. 그간의 정치물 요소가 들어간 드라마는 기업과 부패 정치인의 기득권 카르텔을 주로 다뤘고, 이는 보수 정치권에서 불편해하는 요소였다. 2022년 KBS드라마 '미남당'이 마약범죄·성착취·살인 등 범죄를 옹호하는 국회의원을 보수정당 최고위원으로 묘사하자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는 “국민의힘과 당원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이번 작품은 '모두까기'적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민주화세력이 집권 후 변질되는 모습을 집중적으로 그려냈다.
불호 요소 1.지나치고 뻔한 핑퐁 2. 떨어지는 디테일과 개연성
이 드라마는 여러 혹평도 존재한다. 특히 극 후반부로 갈수록 핑퐁의 반복이 피로감을 준다고 느껴질 수 있다.
특히 패턴의 반복이 핑퐁게임을 단조롭게 느끼게 한다. 예컨대 한쪽 진영이 영부인에게 자신들에게 유리한 발언을 하도록 사전 작업을 해놓은 상황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영부인은 반대 진영에 도움이 되는 반전 행보를 보인다. 이후 왜 이렇게 됐는지 보여준다.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결정적인 순간에서 영부인은 예상을 깨는 발언을 할 것이라는 점을 예측하게 된다. 연인 관계였던 정수진의 보좌진 이만길이 박동호의 보좌진 서정연에게 같은 패턴으로 배신 당하는 장면도 반복된다.
이 과정에서 개연성이 떨어지는 상황도 자주 발생한다. 필요한 순간에 리모컨으로 TV를 틀면 어김 없이 나오는 상황을 반전시키는 TV뉴스는 비현실적인 요소인데 극에서는 한 회에도 몇차례씩 나온다. 쉽게 도청과 도촬을 당하는 상황도 반복적으로 나오는데, 극의 막바지에선 두 요소가 결합돼 도촬방송을 생중계하는 등 비현실적인 요소가 극대화된다.
여러 측면에서 '돌풍'은 박경수 작가의 11년 전 작품 '펀치'와 닮았는데, 전반적인 플롯과 핑퐁게임의 요소 자체가 동일하다. △양측 대립구도 속에서 캐스팅보트가 될 인물들이 수시로 진영이 바뀌고, 때론 양측이 협력을 하게 되는 상황의 반복 △언론 보도, 도청, 몰래 통화 연결해놓은 전화 등을 무기로 상대를 제압하는 모습 △양측의 리더가 연합을 하면서 서로의 약점이 되는 증거물을 동시에 파기하는 모습 △주인공의 가족이 수사로 인해 궁지에 몰리자 죽음으로 상황을 반전시키는 모습 등이 동일하다. 이는 박경수 작가가 넷플릭스와 만나 발전된 새 작품을 보여주리라 기대했던 이들에게 실망으로 되돌아올 수 있는 대목이다.
극의 주인공들에게 힘을 싣게 되면서 다른 요소를 도구적으로만 다루는 점에선 불편함을 주기도 한다. 특히 드라마 내내 시민은 수동적이다. 양측 진영의 선동에 동원되는 이들로만 등장한다. 국무총리가 노총의 위원장에게 금전적 보상을 제시하자 노조가 쉽게 동원되는 모습도 마찬가지다. 이는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는 요소일뿐 아니라 현실적이지도 않아 극의 디테일을 떨어뜨린다.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오디오맨부터 면접관리까지…KBS 차량기사 “지난 10년 인정받고 싶다” - 미디어오늘
- 영화 한 편 1만5000원, 영화관은 웃고 배급사는 운다? - 미디어오늘
- 조선일보 눈 밖에 난 김건희 “불길하고 또 불길” - 미디어오늘
- “기사가 독자에게 전달되지 않는 시대 대비해야” - 미디어오늘
- “그럼, 니 앞길을 니가 정하니?” - 미디어오늘
- KBS, 시사교양국 폐지 추진 - 미디어오늘
- 1994년 7월13일, 세계일보 사장 ‘김일성 조문’ 평양 방문 - 미디어오늘
- 이준석 “尹 정부 언론 정책, 장악 말고 아무것도 없다” - 미디어오늘
- 한동훈 여론조성팀, 김건희 댓글팀? 뜻밖의 여론조작 폭로전 - 미디어오늘
- 경찰, 방문진 사무처 직원들 ‘감사 방해 혐의’ 출석 요구 - 미디어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