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타 타율 압도적 꼴찌였는데… 이숭용 승부수가 KIA 무너뜨렸다, 스퀴즈의 숨은 비밀까지

김태우 기자 2024. 7. 13.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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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타로 들어가 두 번의 타석에서 모두 타점을 기록하는 등 경기 막판을 지배한 한유섬 ⓒSSG랜더스
▲ SSG의 승리 확률을 폭등시키는 귀중한 대타 적시 2루타를 친 추신수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SSG는 올 시즌 승부처에서 타선이 약하다는 인상이 있었다. 원래 팀 타율 자체가 높은 팀은 아닌데다 홈런의 힘도 예전보다는 떨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승부처마다 들어가는 대타들에서도 별 재미를 못 본 게 컸다. 경기의 물줄기를 바꾸는 짜릿한 대타의 한 방이 부족했다. 임팩트가 부족한 이유이기도 했다.

실제 SSG의 대타 타율은 리그에서 압도적으로 꼴찌였다. 어쩌면 정상 범주를 벗어나는 비정상적인 수준이었다. 7월 12일까지 리그에서 가장 대타 성공률이 높은 팀은 NC로 0.302였다. KIA(.295), LG(.286), 두산(.274), 롯데(.241), 한화(.225), 삼성(.222), kt(.222), 키움(.216)이 그 뒤를 따랐다. 그런데 SSG는 올해 대타 성공률이 0.113에 불과했다. 낮아도 너무 낮았다. 확률적으로 볼 때 의도해도 이런 수치가 나오기 어려웠다.

하지만 1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경기에서는 그 대타들이 팀을 구했다. SSG는 3회 최지훈의 솔로홈런과 최정의 2점 홈런, 그리고 5회 상대 마운드를 무너뜨리는 집중타로 7-0까지 앞서 나갔다. 하지만 5회 4점을 허용한 것에 이어 6회 소크라테스에게 만루 홈런을 맞는 등 5실점해 7-9로 경기가 뒤집혔다.

이미 필승조도 상당 부분 소모한 상황에서 이날 패하면 말 그대로 1패 이상의 타격이 있는 날이었다. 하지만 SSG는 포기하지 않았다. 7회 반격에서 5점을 뽑아내면서 다시 12-9로 경기를 뒤집은 끝에 15-9로 이겼다. 전날 14-6 승리에 이어 이틀 동안 29득점을 뽑아내며 살아나는 타격을 알렸다.

7-9로 뒤진 7회 선두 최정이 볼넷을 골랐다. 이어 에레디아가 중전 안타를 치며 무사 1,2루를 만들었다. KIA 필승조인 장현식이 흔들리고 있었다. 여기서 SSG는 고명준 대신 추신수를 대타로 투입해 승부를 걸었다. 전날 2안타 1볼넷 2타점을 기록하며 감이 좋았던 추신수는 이날은 선발에서 빠져 승부처에 대기하고 있었다.

추신수는 올해 대타로 나서 안타가 없었다. 게다가 득점권에서 유독 방망이가 안 돌아갔다. 올 시즌 출루율이 0.385에 이르는데도 성적만큼 임팩트가 부족했던 이유다. 하지만 최근 들어 타격감이 살아나고 있는 추신수는 장현식의 볼 두 개를 먼저 본 뒤 2B-1S에서 4구째 150㎞ 패스트볼을 가볍게 받아쳐 좌중간을 완전히 가르는 적시 2루타를 쳤다. 2루 주자 최정이 홈을 밟았고, 에레디아는 3루까지 갔다. 1점차로 추격한 상황에서 무사 2,3루였다.

추신수 타석 전까지 SSG의 승리 확률은 34.1%였지만 추신수의 안타 이후 승리 확률이 56.5%까지 올라갔다. 지고 있는데도 1점차 무사 2,3루를 만들었기에 50%를 넘긴 것이다.

▲ 2이닝 완벽투로 KIA의 기세를 잠재우며 이날 최고의 활약을 한 노경은 ⓒSSG랜더스

그 다음 상황에서는 선수들의 호흡이 빛났다. 이지영이 초구에 투수 방면으로 기습적인 번트를 댔다. 이를 본 3루 주자 에레디아가 홈으로 뛰어 들었다. 장현식이 공을 잡아 홈으로 던졌지만 에레디아의 발이 홈을 먼저 쓸고 지나갔다. KIA가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지만 뒤집어지지 않았다.

벤치에서 사인이 나온 건 아니었다. 이지영과 3루 주자 에레디아가 호흡을 맞춰 세이프티 스퀴즈를 댔다. 번트 이후 상황을 보고 3루 주자가 판단해 홈으로 뛸지, 아니면 3루에 머물지를 결정하는 것인데 에레디아가 좋은 판단에 좋은 슬라이딩을 했다.

여기서 이숭용 감독은 하재훈 타석 때 또 하나의 대타 카드인 한유섬을 꺼내 들었다. 이날 한유섬은 당초 선발 출전할 예정이었지만 아킬레스건 쪽이 조금 좋지 않아 벤치에서 대기했다. 그리고 한유섬마저 우전 적시타를 치며 경기 주도권을 가지고 왔다. 대타 두 명과 선수들끼리 호흡을 맞춘 작전이 7회 5득점으로 이어지며 SSG가 다시 살아날 수 있었다. SSG는 이후 노경은이 2이닝을 무실점으로 잡아내는 완벽투를 펼쳤고, 9회 3점을 더 추가하며 15-9로 이겼다.

경기 후 이숭용 감독은 “야수들의 활발하고 끈질긴 공격력 덕분에 어려운 게임을 잡았다. 오늘은 타자들이 4번의 빅이닝을 만들어줬다. 특히 역전을 허용하고 7회초 바로 재역전을 한 야수들을 칭찬하고 싶다. 신수, 유섬, 지영이가 베테랑의 힘을 보여줬다”면서 “그리고 경은이의 2이닝 호투가 승리를 지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본인의 역할을 200%이상 소화해주고 있는 경은이를 오늘 칭찬하고 싶다. 후배 선수들에게도 귀감이 될 것 같다”고 선수들을 칭찬했다.

한유섬은 “리드를 다시 찾아온 상황이였기에 조금은 편한 상황에서 타석에 임할 수 있었다. 다음 타자에게 연결고리가 되자는 생각으로 심플하게 스윙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면서 “대량 득점 이후 많은 실점을 내주며 분위기가 넘어갔지만 선수들 모두 포기하지 않았고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뭉친 것이 다시 빅이닝으로 이어진 것 같다. 멀티이닝 던져준 (노)경은이 형이 잘 던져준 것 또한 큰 도움이었다. 최근 잘 맞은 타구가 계속 잡히면서 아쉬움이 컸는데, 이에 연연하지 않고 꾸준히 경기를 준비했던 것이 오늘 좋은 타구들로 나왔다. 후반기도 이런 마음가짐으로 시즌을 치르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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