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인, ‘아아’ 마시다 딱 걸렸네… 고집 꺾은 한국 무더위
“에스프레소를 시켰는데 물과 얼음을 좀 달라고 한 것 뿐이에요.”
에스프레소를 고집하는 이탈리아인이 한국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키는 모습이 카메라에 딱 걸려 네티즌들의 웃음을 자아내고 있다. 한국 문화에 대한 외국인 반응을 보여주는 유튜브 ‘어썸코리아’에는 지난달 27일 이런 장면이 담긴 영상이 올라왔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킨 주인공은 넷플릭스 ‘슈퍼리치 이방인’에 출연했던 이탈리아 출신의 테오도르다. 어썸코리아 진행자는 우연히 카페 앞을 지나가다 테오를 발견하곤 그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테오는 “무엇을 주문했느냐. 에스프레소?”라고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당황한 기색을 보이더니 “커피를 시켰다”고 답했다. 진행자가 “무슨 종류의 커피?”라고 집요하게 묻자, 테오는 “커피가 그냥 커피지”라며 답을 망설였다.
그는 이어 “날씨가 덥고 여름이어서 차가운 얼음이 필요했다”며 “에스프레소를 시키면서 물이랑 얼음도 조금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가 주문한 커피로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나오자 “아무래도 직원이 실수한 것 같다”며 둘러대기도 했다. 테오는 ‘이건 아메리카노’라는진행자의 말에 “이건 에스프레소에 물과 얼음을 추가한 것”이라고 정정하기도 했다.
테오는 이탈리아 브랜드 헨리베글린 CEO 뚤리오 마라니의 아들로 알려졌다. 그는 사업차 한국에 들렀다가 한국 문화에 반해 4년간 살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테오는 “사실 아메리카노를 너무 좋아한다”며 “한국에는 아메리카노에 맞는 원두들이 있다. 산미 있는 원두가 얼음과 물에 어울리고 좋은 향을 풍긴다”고 했다. 이어 “에스프레소는 향이 퍼지는 것보다 보통 쓴 원두를 사용해서 물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또 “아메리카노를 이탈리아 친구들에게 알려준 적 있다”며 “ 이탈리아 바에서 에스프레소에 얼음과 물을 붓는 모습을 보고 모두가 경악했다”고 했다.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이쯤되면 알베르토도 기습 점검해봐야 한다” ”한국 날씨는 ‘아아’를 부르는 날씨죠” “이태리 사람이 한국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마시다 걸리다니” “구구절절 변명하는 게 웃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탈리아에선 ‘커피’라고 하면 보통 ‘에스프레소’를 말한다. 이탈리아인들은 대개 바에서 에스프레소를 시킨 뒤 설탕을 넣고 휘휘 저어 입에 털고 나간다. 에스프레소에 물을 넣은 아메리카노는 보통 팔지 않는다.
아메리카노는 2차대전이 끝나고 이탈리아에 주둔하던 미군 병사들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스프레소가 입맛에 맞지 않았던 미군이 ‘물을 타 달라’고 부탁했고, 이를 본 이탈리아 사람들이 ‘미국 사람들이 마시는 커피’라는 뜻에서 ‘아메리카노’가 탄생했다는 설(說)이 있다.
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 고집은 유명하다. ‘이탈리아 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방법’ 중 하나로 에스프레소에 물을 넣어 마시는 영상이 온라인에서 밈으로 퍼져있다.
한국은 이런 아메리카노에 얼음을 가득 채워 먹는 커피 문화가 있다. 여름은 물론 추운 겨울에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셔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AFP통신은 작년 한국의 얼죽아에 대해 “한국인은 맹추위에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신다”며 “빠르게 주문할 수 있는 얼죽아는 ‘빨리빨리’를 중요시하는 한국의 직장 문화와 어울린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탈리아 출신 방송인 알베르토 몬디가 한국인 연예인들과 이탈리아로 여행을 갔다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원하는 일행에게 ‘아메리카노는 없다’며 샤케라또를 내오는 모습이 방송을 탄 적도 있다. 알베르토는 또 다른 방송에선 “원래 아메리카노는 에스프레소에 물을 넣어서 만드는 거다. 그런데 요즘 거기에 얼음을 넣지 않나”라며 “아메리카노가 아니고 코레아노다”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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