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 뉴스프리즘] 강남에 초등생 몰리는 사회…저출생 '비상등' 과연 꺼질까?
[오프닝: 이광빈 기자]
안녕하십니까 이광빈입니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모색하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주 뉴스프리즘이 풀어갈 이슈, 함께 보시겠습니다.
[영상구성]
[이광빈 기자] '백약이 무효'였던 저출생 문제. 이제 정부가 인구정책 전반을 포괄하는 인구전략기획부까지 세워 종합 대응하기로 했는데요. 저출생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직장 내 어린이집과 육아휴직 등 양육 인프라와 문화가 더 갖춰진다고 하더라도 높은 사교육비가 출산을 주저하게 만드는 사회입니다. 치솟은 집값 역시 발목을 잡는 요인입니다. 가뜩이나 월급을 아껴 쓰고 열심히 저축하더라도 집을 사기가 쉽지 않은데 양육과 사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을 생각하면 한숨이 나올 수 있죠.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도 출산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입니다. 외국인의 국내 이주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는 커져 왔지만, 제도는 이에 맞추지 못해왔는데요. 먼저 인구전략기획부 신설 계획과 저출생과 관련한 부족한 사회 인식 살펴보겠습니다. 김예림 기자입니다.
[대한민국 소멸 우려에…정부 '인구부' 신설까지 추진 / 김예림 기자]
[기자] 한국의 인구 소멸 위기는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980년대 초 인구 유지선인 2.1명이 깨진 뒤 하락세를 이어가다가 지난해 역대 최저치인 0.72명을 기록했습니다.
'인구 국가비상사태'까지 선언한 정부는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해 저출생·고령사회뿐만 아니라, 이민과 인구 문제까지 인구 정책을 두루 포괄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이상민/행정안전부 장관> 강력한 컨트롤타워로서 전략·기획 및 조정 기능에 집중할 수 있도록 경제기획원과 유사한 모델로 설계하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인구전략기획부가 실효성 있게 운영되려면 사업 범위를 폭넓게 규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유재언/가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아직은 인구전략기획부가 담당하기로 한 사업의 범위가 정해지지 않았는데요. 사업의 범위를 좁게 규정했을 때는 사실상 만들어지긴 해도 역할을 많이 못 하는 부처에 그칠 수도 있고요.
특히 각 부처의 저출생 사업에 대한 사전 예산 배분·조정 기능도 다만, 인구전략기획부 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정부가 컨트롤타워를 세워 인구를 줄이고 늘릴 수 있다는 발상이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최종렬/계명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출산이) 국가의 노동력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선택의 문제가 됐기 때문에 여성들이 자신의 삶에서 다른 일을 하면서 자아를 실현하는 것보다 아이를 키우면서 살아가는 게 너무나 값지고 기쁜 일이 될 때 사람이 (아이를) 낳지 않겠습니까.
저출생의 근본 원인으로 꼽히는 구조적 성차별과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이 뚜렷하지 않은 점도 한계로 지적됩니다. 문제의 본질을 짚지 않은 채, 기존의 흩어져 있는 정책을 한데 모아 전략을 짠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 게 없다는 겁니다.
<이주희/이화여자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성별 임금 격차나 유리천장 현상이나 아니면 여성이 비정규직에 몰려 있거나 아니면 좋은 일자리를 못 가지기 때문에 아이를 낳을 수가 없는 형편이 되는 경우도 많거든요.
지난해 결혼과 임신, 육아 등을 이유로 직장을 그만둔 경력단절 여성은 134만여 명으로 15~54세 기혼 여성의 17%에 달합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유례없는 낮은 출생률은 "현재 살아있는 사람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이라며,
우리 사회가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서 살아가기에 좋은 사회인가에 대한 고민을 토대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연합뉴스TV 김예림입니다. #저출생 #출생률 #출산율
[이광빈 기자] 저출생 문제 해결에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도 오래 전부터 공을 들여왔는데요. 물론 효과적이진 못했습니다. 아이를 낳으면 지급하는 출산지원금을 넘어 이제는 결혼만 해도 수백만 원을 주는 결혼 장려금까지 등장했는데요. 역시 단발적인 현금 지원이 지역 인구 소멸을 막는 데 효과가 있을지에는 물음표가 찍히고 있습니다. 이상현 기자입니다.
[결혼장려금까지 등장…지자체 '파격 지원' 효과 논란 / 이상현 기자]
[기자] 지난 4월 우리나라의 혼인 건수는 1만 8천여 건을 기록했습니다. 4월 기준 역대 최대 증가 폭인데 1년 전에 비하면 25%나 늘었습니다.
대전이 44.1%, 대구가 37.6%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는데 두 지자체의 정책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전은 올해부터 만 39살 미만의 성인 신혼부부에게 최대 500만원의 결혼 일시 장려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대구도 결혼 7년 이내 신혼부부에게 최대 연 320만원의 전세 대출 이자 상환액을 지원하는 등의 지원책을 내놨습니다. 이러한 효과 때문인지 지자체마다 지원금 정책을 앞세워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부산 사하구는 오는 10월 미혼 남녀 만남의 날 행사를 열고 커플이 될 경우 50만 원, 결혼 시 2천만 원을 주기로 했습니다.
전남 강진군은 첫째 아이부터 5천40만 원을 주는 파격적인 출산장려금을 통해 출생률을 65% 이상 끌어올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지원 정책이 실질적으로 인구를 늘리는데 긍정적인 효과를 내는지에 대해서는 세밀한 분석이 필요해 보입니다
경상북도가 분석한 자료를 보면 지난 10년간 문경시 등 22개 시·군의 출산지원금은 증가했지만, 합계출산율은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오히려 경북에서 유일하게 첫째 아이 출산 지원금이 없는 칠곡군이 도내 출산율 7위에 올랐습니다.
<김인호 / 인구보건복지협회 강원지회 본부장> 병행해야 한다는 거죠. 아동수당이라든지 복지수당 주는 것처럼 지원 정책도 좋지만, 기본적으로 분위기, 사회적 환경 있지 않습니까? 육아휴직이라든가, 아니면 아이들 맞벌이했을 때 아이들 케어할 수 있는 직장 내 눈치 안 보는 이런 문화를…
더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현금 지원에 앞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 조성과 여성 중심의 육아 문화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연합뉴스TV 이상현입니다. #결혼 #출산 #장려금 #효과
[진행자 코너] 저출생 대책은 당연히 출생이 늘어나도록 하는 게 우선인데, 이민자 유입도 필요한 정책입니다. 우리나라보다 일찍 저출생 고령화 문제에 직면한 선진국들은 저출생 자체를 극복하려는 노력도 해왔지만, 생산가능인구를 늘리기 위해 적극적인 이민자 유입 정책을 편 곳이 많습니다. 선진국들의 이민 정책은 이미 많이 소개되어 왔습니다. 이제는 어떤 정책이 우리 현실에 맞는지 면밀히 따져보는 게 중요한 시점인데요.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간한 보고서에선 독일과 일본의 이민정책을 비교했는데, 산업현장의 인력 부족에 대비하려면 독일의 정책을 적극 참고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관련 내용을 살펴보겠는데요.
일본은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자 고용 연장과 여성 노동력 등 국내 노동 인구를 활용해 대응했습니다. 외국인은 비숙련 중심의 산업연수생과 유학생 등을 활용했습니다. 우리나라가 뒤따라 해온 듯한 움직임이죠. 성적표는 좋지 못했습니다.
일본의 생산가능인구는 계속 줄어들었습니다. 생산가능인구 비중은 2022년 58.5%로 2000년(67.8%)에 비해 무려 9.3%포인트나 줄었습니다.
일본은 2019년에 간호·돌봄, 농업, 건설, 조선업 등에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게 '특정기능제도'를 도입하는 등 정책을 보완하고 있는데요. 이런 변화를 놓고, 아직 일손부족 업종에 대한 긴급 대응 성격이라, 인구구조 변화에 효과적일지 미지수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그러면 독일은 어떻게 해왔을까요. 독일의 생산가능인구 비중은 2022년 63.6%로 2000년(68.0%)에 비해 4.4%포인트 감소했습니다. 감소 폭이 일본의 절반도 안 되는데요.
독일이 2000년대 초반부터 실시한 정주형 이민정책이 주효했습니다. 이후에도 기술이민법 등 숙련기술인력과 정주 중심의 이민정책을 펼치면서 효과를 봤습니다.
독일 연방정부 통계에 따르면 자국민 중 18세~65세 비율은 61.2%인 반면, 이주민의 경우 비율이 83.6%에 달해, 이주민이 사회 전체를 젊게 만들고 있습니다.
일본과 독일의 사례는 차별·배제 식의 이주민 정책보다 포용형 정책이 효과가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독일과 유럽연합처럼 숙련기술인력에 대해 취업비자를 발급하는 K-블루카드 도입을 제안했습니다. 또한, 이민근로자와 동반 가족들이 우리 사회에 융화될 수 있도록 이주민 정주지원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는데요. 이민자 유입 정책 앞으로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이광빈 기자] 기업들도 출산 장려금을 주고 유연근무를 활성화하면서 저출생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다만, 중소기업 근로자 입장에선 아직도 그림의 떡인게 현실입니다. 산업계는 저출생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박효정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저출생 극복 나선 기업들…중소기업 격차 해소는 과제 / 박효정 기자]
[기자] 9년 전 부영그룹에 입사한 정은영씨. 2년 전 첫째 아이를 낳았고, 둘째 아이를 임신중인데 회사로부터 출산장려금 2억원을 받게 됐습니다.
<정은영/부영그룹 재무본부 대리> 주택 구입에 있어서 평수를 넓혀서간다던지 아이 초등학교와 가까운 곳을 가는 선택지가 늘어난다던지 인생에 있어서 선택지가 몇개 더 생기니까….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2021년 이후 자녀를 낳은 직원에게 1명당 현금 1억원씩 총 70억원을 지급하는 등 파격적인 출산 장려책을 내놨습니다. 심각한 저출생에 기업들이 현금 지원을 비롯한 육아 환경 개선에 팔을 걷고 있습니다.
KT는 서울 서초와 혜화 등 6곳에 이미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데, 하반기 광화문 본사에 370평 규모의 어린이집을 새로 엽니다.
<백석용/KT미디어플랫폼 사업본부 과장> 출근길에 보낼 수 있어서 맘편히 보내고 업무에 집중할수 있고, 퇴근할때 바로 데려갈수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가끔 아플때도 있는데 점심시간에 병원 가까운데 데리고 갔다 올수 있고….
이밖에 임신 전 기간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남직원도 태아 검진 휴가를 쓰는 등 직원들 요구에 맞춘 세심한 정책들을 운용중입니다. 백화점 3사와 시중 은행들도 출산 육아 지원에 나서는 등 가족친화경영에 동참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전체 근로자의 80% 가량을 차지하는 중소기업 근로자 입장에선 법이 최소한으로 정하는 혜택도 누리기 쉽지 않습니다. 만성 인력난에 육아휴직이나 유연근로제 사용이 어렵고, 현금성 지원을 늘릴 여력도 충분하지 않은 중소기업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육아휴직만 놓고 봐도 사용한 남성의 70%는 대기업에 다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체 남성 육아 휴직이 늘어났다 해도 대기업 쏠림 현상은 여전한 것입니다. 정부는 중소기업 대체 인력 지원금을 월 120만원으로 올리기로 했는데, 단순 지원보단 통합 어린이집 설립 등 보다 세심한 지원책이 필요합니다.
<김영미/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지역의 중소기업들을 아울러서 어린이집이든 뭐든 이런 시설들을 좀 공유할 수 있는…. 돌봄으로 휴가를 갔다 온 이후에 불이익을 주는 것들은 전혀 하지 않겠다라든지 (노사 협의가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가족친화경영은 근로자와 기업이 상생하는 전략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신입사원에 해당하는 청년층 인구는 700만명에서 10년 뒤 500만명으로 줄어드는데 그만큼 인재 확보 경쟁은 치열해지기 때문입니다.
<신영운/KT 인사운영담당 상무> 8:28 / 8:53 과거에는 네트워크가 돈을 벌었다면 앞으로 세상에서는 개인의 역량이나 창의성이 회사 매출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친다고 생각합니다. 역량을 발휘하면서 출산과 육아에 거부감 갖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기업 경쟁력에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산업구조 재편 속에 전문성 있는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없이 가족친화적 문화를 장착하는게 핵심 열쇠라는 것입니다.
연합뉴스TV 박효정입니다. #저출생 #부영 #KT #중소기업
[클로징: 이광빈 기자]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서 최근 저출생 대책으로 여성을 1년 조기 입학시키거나 국가의 이성 만남 주선, 노인들의 해외 이민 등을 제안한 보고서가 나왔는데요. 차별적이고 반인권적 제안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등 빈축을 사고 있습니다.
저출생 대책을 놓고 벌어지는 사회적 난맥상의 한 단면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결혼과 출산의 추세는 한 사회가 만들어온 체질이나 나아가는 방향성을 고스란히 반영할 수밖에 없습니다. 교육, 노동, 복지, 부동산 문제에서 우리 사회는 어떤 체질이고 어떻게 나아가고 있는 것일까요.
최근 한 통계가 눈에 띄었습니다. 정부가 '인구 국가비상사태'까지 선언한 상황인데, 상대적으로 유독 아이들이 많은 지역이 있습니다. 바로 서울 강남구입니다. 강남구의 지난해 초등학생 '순유입' 규모는 2199명으로 전국 시군구 중 1위로 집계됐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학군지이자 주요 학원들이 몰려있는 교육 특구인 데다, 부동산값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죠.
이런 통계를 본 젊은이들, 예비 부모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이번 주 뉴스프리즘은 여기까지입니다. 시청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PD 임혜정 AD 최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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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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