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은 ‘기동전사건담’ 시리즈에 등장하는 전투용 포드(Pod)입니다. 우주용 민간작업 포드를 개수해 중장거리 전투를 지원한다는 설정이지만 ‘자쿠’의 발길질 한번에 부서져 버리는 연약한 존재감은 ‘움직이는 관짝’이라는 비운의 별명을 선사했습니다.
그런 하찮은 볼이지만 이것만의 숨은 매력을 발견, 극대화 시킨 모델러가 있습니다. 볼 커스텀 빌드에 진심인 모델러 ‘김병곤(Glasmoon)’의 작품들은 단순히 커스텀 빌드로 피규어를 제작하는 것을 넘어 명확한 컨셉을 바탕으로 터져나오는 아이디어가 어디까지 확장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려는 듯 다양하고 신선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커다란 선물 상자를 든 ‘워커 볼’, 기관단총을 맨 ‘솔저 볼’, 리볼버를 든 ‘매니저 볼’, 그들과 함께 건담 가면을 쓴 볼가이가 자신을 ‘프론트 볼’이라 소개하며 말합니다. “선생님, 게임 한판 하시겠습니까?”
이렇게 곰인형 형태의 프라모델 ‘쁘띠가이’와 ‘볼’이 만나 ‘볼가이’ 시리즈가 시작되었습니다. 단순하면서도 여러 형태로 표현이 가능한 ‘볼가이’는 금새 증식을 시작해 ‘Glasmoon’의 캐릭터 같은 역할로 자리 잡았습니다. ‘지금의 나는 볼가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Glasmoon’
제국의 안위를 지키는 ‘볼’트루퍼! 그리고 ‘볼’트루퍼의 형제 ‘볼’파일럿!, 자녀교육에 속 태우는 아버님, ‘볼’베이더‘! 그들의 등장에 평화롭던 볼가이 마을이 소란스러워 지기 시작하는데...
스타워즈의 캐릭터를 패러디한 ‘볼’들의 전쟁을 보면 누구든 빠져들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스톰트루퍼와 다스베이더의 특징을 기가 막히게 표현했네요.
현상금 사냥꾼 ‘볼’자린이 미스터리한 요다 종족 아기 ‘볼’로구를 만나며 겪는 이야기, ‘만‘볼’로리안’! 스타워즈 실사 드라마 시리즈인 ‘만들로리안’의 ‘딘 자린’과 ‘그로구’도 볼가이로 재탄생했습니다. ‘볼‘자린은 베이비 ’볼‘로구의 가족을 찾아주기로 결심하는데...!
B급 감성과 유머코드의 조화는 ‘Glasmoon’의 ‘볼가이’가 앞으로 얼마나 더 매력을 발산할지 기대되고 기다리게 되는 포인틉니다. 캐릭터들의 특징을 극대화 시킨 ‘볼가이’가 패러디물이라면 ‘볼파이터’로 시작된 비하이클 시리즈는 ‘볼’의 무궁무진한 확장성과 함께 외전 격의 탄탄한 스토리가 더해진 하나의 세계관을 완성해 갑니다.
B Fighter Series
모델러 ‘Glasmoon’의 ‘볼’시리즈의 시작은 스타워즈 ‘타이파이터’를 모티브로 한 믹싱빌드가 그 시작입니다. 타이 파이터도 영화에 등장하지 않은 파생형들이 많아 하나하나의 특징을 잡아 만들어가다보니 나름의 해석방법이 적용되며 다양한 형태들을 만들게 됩니다.
‘볼’의 높은 생산성과 신뢰성에 주목한 연방우주군이 더이상 보조 병기가 아닌 독립된 병기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여 완성된 것이 ‘B 파이터’입니다. 출력을 높이면 동물의 울음소리같은 공명음이 발생되는 현상이 있었으나 우주 공간이라 아무도 몰랐다는군요.
‘B 파이터 어드밴스’는 간부 전용기로 단 1기만 만들어져 사실상 그 이외에 다룰 수 있는 파일럿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어드밴스드의 운용 데이터를 토대로 업그레이드된 것이 ‘B 인터셉터’, 또 ‘B-파이터’ 둘을 연결하여 수송 능력을 부여힌 폭격기 사양의 ‘B 보머’도 매력적입니다.
‘B 인터셉터’를 기반으로 방어와 추진 기능에 집중하고 경량화시켜 신형 메가입자포를 탑재한 ‘B 어벤저’, 지온공국군 잔당 토벌이 목적인 특무부대 ‘티탄즈’가 위협 세력으로부터 지구를 수호한다는 의미를 부여하여 개발한 ‘B 디펜더’.
작품 하나하나 배경과 설정을 자세히 적어놓은 ‘Glasmoon’의 블로그를 보고 있으면 마치 ‘기동전사건담 외전’ SF 소설을 읽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내용의 개연성과 스토리, 방대한 스케일이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B Walker Series
처음 ‘볼’커스텀 작업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쉽고 간단하게!’를 모토로 하고 있었지만 작업이 쌓여 갈 수록 점점 복잡한 구조를 마다하지 않게 되면서 다양한 형태의 작업들이 등장하게 됩니다.
‘B 워커’를 설명하려면 ‘B 탱크’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연방 육군이 ‘볼’을 활용한 육전형 병기를 검토하였으니 그것이 ‘B 탱크’. 민간 포드였던 볼의 특성상 건설 및 토목 현장에서도 매우 유용했던 ‘B 탱크’는 동체 상단부를 제거하고 포탑 장착 위치를 낮추고 장갑을 강화해 피탄시 생존성을 향상시켰고 비로소 ‘기동 전차’라는 이름에 걸맞는 성능과 역할을 하게 되었다는데 믿거나 말거나입니다.
‘B 탱크‘는 공국군 MS(모빌슈트)에 애를 먹던 연방 육군의 활로가 되었고 본질적인 개량을 시도해 ’B 워커‘를 개발합니다. 무한궤도가 네 개의 다리가 달리게 되었고 새로 개발된 필드 모터는 가동 구조의 단순화는 물론 충분한 토크와 반응 속도를 제공합니다. 한마디로 그냥 빨라졌고 걸을 수 있습니다.
육군 병기창에서 MS의 다리 예비 부품을 볼에 시험삼아 조립해 넣은 것이 시작이었다고 알려져 있는 ‘B 워커 Mk.II’는 안정적인 보행을 위해 역관절을 채용했습니다. 사실 원래의 ‘B 워커‘와는 개발 경로도 기대 역할도 전혀 다른 것이었으나 ‘볼이 걷는다’는 이유 하나로 편의상 ‘B 워커 마크2’가 명명되었습니다. 스타워즈의 ‘AT-ST’를 닮은건 비밀입니다. 세계관이 다르니까요.
우주세기 0081년, 종전 후 재정비를 시작한 연방 육군이 전쟁기 활약을 보인 B 워커 시리즈의 통합 개량 사업을 진행한 결과 탄생한 결과물이 ‘B 워커 Mk.III’입니다. B-워커 시리즈를 통합한다는 개념에 따라 Mk.I과 Mk.II의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부스터팩은 소형화되어 다리 하박에 내장됨으로써 보행과 주행 외에 ‘경쾌한 점프’ 기동 능력을 보유하였다고 합니다.
종전 후 파손된 모빌슈트가 여기저기 버려져고 기체를 훔쳐 탈영한 병사, 뒷거래로 손에 넣은 폭력 조직 등에 의해 악용되면서 ‘MS 범죄’라는 새로운 사회문제가 야기됩니다. 이에 기동병기로 편성된 순찰 및 대응팀을 신설하게 되는데 B 패트롤러 ‘B 워커 이지’가 그 주인공입니다. B -워커를 최대한 간략화해 순찰MS ‘짐 시큐리티’를 보좌합니다. ‘기동경찰 패트레이버’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입니다.
B Weapons Series
2019년 본격적으로 시작된 B 웨폰즈! 육해공우주를 넘나드는 디자인들은 ‘Glasmoon’의 작가적 능력을 마음껏 펼친 시리즈입니다. 다양한 형태와 용도도 그러하지만 그 형태를 설득력 있는 설정으로 풀어나가는 능력은 단순히 상상력만으로 진행된 작업이 아님을 증명합니다.
‘기동공격기 B 부스터’. 모빌슈트(MS)를 통해 반격을 개시한 연방이었으나 MS마저 압도해버리는 공국군 모빌아머(MA)에 의한 피해가 막대하자 그에 대한 대응의 일환으로 모빌포드 ‘볼‘을 MA화 시험을 시작합니다. 독자적인 핵융합로와 열핵로켓 엔진을 장착한 코어 부스터의 부품을 유용해 MA의 조건은 어찌저 갖췄다고 합니다.
일년전쟁 기간 내내 지구의 바다는 사실상 지온 공국군의 독무대였습니다. 연방은 공국의 수륙양용 MS에 대응 할 수단이 없었고, ‘볼’의 수중용 개조 개량을 시도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그 결과물이 ‘B 다이버’입니다. ‘볼’이 원래 우주용이라 동체위에 최종 장갑을 다시 덧씌워 줬습니다.
일년전쟁 말기 ‘B 부스터’로 ‘볼‘의 MA(모빌아머)화에 가능성을 본 연방 우주군은 종전 뒤 군수 기업들의 기술을 바탕으로 ‘볼’기반 대형 기동병기를 시험 제작하였으니 그것이 ‘B 디스트로이어’입니다. 볼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각각의 기능 및 성능을 극단까지 추구한 결과 끔찍한 혼종이 만들어졌지만 전략, 전술적 가치가 소형 구축함에 필적한다고 합니다.
우주선은 있지만 공군이 없어 하늘에 띄워버린 ‘B 레이더’입니다. 신병기 모빌수트(MS)에 의한 전쟁 양상의 변화는 우주전은 물론 지상전에까지 이어지고 회피력이 좋은 공국군의 MS를 상대하기 위해 6열식 75mm 개틀링을 개발하게 되고 개틀링을 장착한 ‘B 전차’를 아예 공중에 띄우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현실이 되었으니 그것이 바로 ‘B 레이더’가 되겠습니다. 미군의 A-10 썬더볼트를 닮은 건 기분탓입니다.
종전 후 스페이스 콜로니를 재건하는 각 사이드에는 ‘볼’이 대거 투입되어 활약하였으나 콜로니 내부 및 월면 도시에서는 운용이 곤란하다는 문제가 지적되어 저중력 환경 맞춰 개발된 것이 ‘B 스위퍼’입니다. ‘B 스위퍼’의 활약에 민간의 수요가 늘어나자 아시아계 신생 중기 회사인 ‘Tolro’가 라이센스를 취득, ‘TOLRO-1’이라는 이름으로 양산하게 되었고(설정디테일이 놀랍네요) 토로이치는 몇 가지 파생 형태도 생산되었는데 그 중에서도 각광받았던 것이 H형장비입니다. 중무장(Heavy Arms) 옵션이 아니라 뒷짐에 알파벳 ‘H‘를 닮은 장비가 달려 그렇다나 뭐라나..
우주세기 0081년 말 뜻밖에도 공국군의 도장과 의장이 입혀진 ‘코볼트’가 발견되는데 이 기체들은 특유의 색상부터 단안식 센서, 양 어깨의 아머, 알수없는 무장에 이르기까지 명백히 일년전쟁시 공국군의 주력기로 활약했던 ‘자쿠’를 본딴 모양을 취하고 있어 연방국은 충격을 받게 됩니다. 거기에 ‘통상기보다 세 배 빠르다!’를 외치며 핑크색으로 도장된 대함전투형 ‘코볼트 레드’도 발견! 연이어 ‘코볼트와는 다르다 코볼트와는!’라고 소리치는 푸른색의 근접전투형 ‘코볼트 블루’도 발견!
실제 이 ‘코볼트’는 개발안이 폐기된 뒤 민간에 대여되어 방송 촬영용으로 약간의 커스텀이 실시된 것임이 곧 밝혀지고 무장은 모두 소품임이 알려져 허무함을 더 했다고 하네요.
일년전쟁 말기 소수 생산된 ‘B 부스터’가 성과를 보임에 따라 종전 후 연방 우주군은 B 웨폰 시리즈 특유의 저비용 고효율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증설된 부스터 포드가 동체 하단에 장착, 마치 격투기용 글러브를 낀 것 같은 매니퓰레이터로 인해 본기는 ‘B 그래플러’로 명명되었습니다. ‘B 그래플러’의 테스트를 진행한 파일럿 S. 카네다 소위는 어째서인지 본기를 ‘28호’라 칭했고 푸른 계열의 컬러링이나 고유 번호 또한 소위의 취향이 다분히 반영된 것이라고 하는데 ‘철인28호’가 떠올랐다면 그건 여러분의 착각!
일년전쟁 말기 ‘B 탱크’는 종전 후 MS의 배치와 함께 빠르게 퇴역하였으나 지구상의 수많은 경비 수요를 전부 MS로 대체할 수는 없었습니다. 기존의 주력 전차 이상의 성능으로 대 MS 전투도 수행을 목표로 개발된 새로운 전차는 기동전투차량 ‘B 탱크 Mk.II’로 명명됩니다. 기존 ‘B 탱크’와의 가장 큰 차이는 건탱크의 주행부를 거의 그대로 가져왔던 것에 따른 필요 이상의 성능과 크기를 낮추면서 생산 및 유지 비용도 크게 떨어뜨렸다고 합니다.
일년전쟁이 막바지로 치닫던 U.C. 0079년 말 지온 공국군이 투입한 뉴타입 전용의 사이코뮤 탑재 기동병기들로 지구 연방은 큰 출혈을 감당해야했습니다. 이에 뉴타입 파일럿에 맞추어 반응 속도를 올린 ‘B 서머너’는 새로운 기동 체계를 가진 모기(母機)와 유사 비트 병기로 개량된 자기(子機, 통칭 볼 비트)로 구성되었는데 모기 후방에 볼 비트 2기를 종렬로 수납한 기구는 비비탄(Ball Bit TANdem storage, 볼 비트 탠덤 스토리지) 시스템으로 칭하게 됩니다. 여러분이 아시는 그 비비탄이 아닙니다!
일년전쟁 개전시 대량의 핵병기에 의한 무차별 공격 앞에 전멸한 ‘사이드 4’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콜로니 동동‘의 주민들은 핵의 공포를 목격하며 핵동력 및 관련 기술을 동결하게 되고 최소한의 무력은 필요했기에 떠도는 무수한 잔해를 수거하여 구세기의 내연 기관으로 기동되는 간이형 기동병기로 개조하였으니 이름하야 ‘빅 아이’ 입니다. 원본의 상태가 제각각이므로 완성된 개체들 또한 모두 다른 사양을 가지고 있으나 그 기본을 이루는 것이 ‘볼’의 동체 및 ‘짐’의 사지를 간략화하여 접합한 형태입니다. 위급시 분리 사출하여 탈출 포드로 사용할 수 있지만 구조가 부실하여 별다른 효용성은 없었을 것이라고 하네요. 콜로니 주민들은 왜 이런걸 개발한 건지...
일년전쟁 말기에 소수 생산된 ‘볼’의 바리에이션 중 하나인 ‘헤비 볼’은 풀아머웨폰 시스템 콘셉을 모빌포드 ‘볼‘에 적용한 기체입니다. ’볼‘의 본체를 그대로 두고서 착탈식 증가 장갑을 입힌 것이 ’풀아머 볼‘이라면 헤비 볼은 그 외의 두터워진 2차 장갑과 대형 백팩(진짜 책가방은 아니겠지?) 및 광학식 메인 센서를 채용한 것이었습니다.
다음 작업이 기다려지는 모델러 ‘김병곤’
한편의 SF소설 설정북을 본 느낌입니다. ‘볼’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무한히 증식하는 작가적 상상력은 ‘기동전사건담’ 원작의 세계관을 바탕에 두고 짜임새있는 설정으로 설득력을 더해갑니다.
한 가지 컨셉을 오랫동안 유지하면서도 신선함을 유지하는 것은 뛰어난 창의력과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그 뿐 아니라 작업을 이어가는 꾸준함과 인내심은 자신의 작품에 대해 깊은 열정과 헌신을 가지고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런면에서 모델러 ‘Glasmoon’은 ‘볼’커스텀 작업들을 통해 독창적이고 성실한 모델러로 기억되기에 충분하겠네요. 작가의 다음 작업들이 벌써 기다려지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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