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급등한 이유 궁금해? 전기차 아닌 ‘이것’ 폭풍성장 [홍키자의 빅테크]

홍성용 기자(hsygd@mk.co.kr) 2024. 7. 1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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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수년 동안 OO 사업이 전기차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고, 실제로 그렇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올해 1월 이같이 말했을 때는 사람들 모두 의구심을 표했습니다.

그로부터 6개월이 흐른 현재, 한때 138달러까지 추락했던 테슬라 주가가 250달러를 다시 돌파하자 이 얘기는 예언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OO 사업은 무엇일까요? 바로 ‘ESS(에너지 저장 시스템)’ 사업입니다.

테슬라가 올해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5% 가깝게 차량 인도 대수가 줄었음에도, 주가가 오른 핵심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열풍 이후 연일 부족한 전력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전 세계가 ESS를 전력 부족의 새 돌파구로 찾고 있습니다.

테슬라 전기차 판매 부진...ESS로 주가 쑥
테슬라 연중 주가 추이. <사진=구글 파이낸스>
올해 상반기 서학개미들은 테슬라를 10억7941만2458달러(약 1조4993억원) 사들였습니다.

올해 초 248달러 수준이던 테슬라 주가는 지난 4월 말 138.80달러까지 떨어졌는데, 이후 서서히 회복세를 보인 뒤 이달 1일 200달러를 오래간만에 돌파했습니다.

이후 8일 기준 252.94달러로 마감하면서 다시 올 초보다 더 높은 주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테슬라 매출의 기본이 되는 차량 인도량은 올해 2분기 44만3956대였습니다.

테슬라의 2분기 인도량에 대한 애널리스트 평균 추정치가 43만6000대였던 것을 비교해보면 시장의 예측보다는 많은 수치였으니 바닥을 찍었다는 평가가 나왔죠.

직전 분기(38만6810대)와 비교하면 14.8% 반등세를 나타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2분기(46만6140대)와 비교하면 4.8% 감소한 수치이니, 여전히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기)이 완벽히 해소된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주가를 6.5%나 끌어올린 것은 시장에서 테슬라를 에너지저장장치, ESS 주도 기업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ESS 설치 사업을 영위하는 스토리지 부문의 고성장에 따른 주가 급등이죠.

올해 2분기 설치량은 9.4기가와트시(GWh)였습니다. 1년 전보다 157%, 1분기보다 132% 급증했습니다.

올해 1월에 진행했던 23년 4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수년 동안 ESS 사업이 전기차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고, 실제로 그렇다”고 밝혔던 머스크 CEO의 관측대로 시장 분위기가 흘러가고 있는 겁니다.

AI발 전력부족 사태...ESS 성장 속도 끌어올려
네덜란드의 태양광 발전 시설.
ESS는 일종의 배터리입니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에서 만들어낸 신재생에너지를 저장하는 장치죠.

태양광과 풍력은 통상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들쑥날쑥합니다. 미리 확보된 전력을 저장해뒀다가 수요가 폭증할 때 쓰도록 해 이용효율을 높이는 겁니다.

ESS로 비용을 꽤 줄일 수 있습니다. 발전소를 건설하거나 송전선을 설치하는 등의 투자비를 절감할 수 있죠.

ESS에 대한 관심은 최근 AI 반도체로 가속화되긴 했지만, 기후 위기 등이 벌어진 이후 꾸준히 그 가치가 커졌습니다.

글로벌 국가들이 폭염과 한파 등 극한 기후 상황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전력 시스템에서 ESS 적용을 확대하는 등 관련 산업을 육성해왔거든요.

최근에는 유럽과 미국, 중국, 호주 등에서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전력망에 연결할 수 있는 수준을 초과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ESS 장치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고 있습니다. 공급이 초과할 때 전기를 받아주기 위해서입니다.

전 세계가 전력난을 겪고 있다는데, 유럽에서는 전력 공급량이 수요량을 초과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태양광 발전량이 급증함에 따라 전력 공급량이 수요를 초과했고요. 스페인의 경우 수년 동안 태양광 산업이 발전하면서, 올해 처음으로 전기료가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 전력 발전 사업자는 발전을 더 중단하게 되고, 비용이 증가할 수 밖에 없죠.

이 때문에 ESS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진 겁니다.

SNE리서치에서 발행한 ‘2024 Global ESS 시장 전망’ 보고서를 보면, 올해 리튬이온베터리(LIB) ESS 시장 규모는 235GWh로 전년 대비 27% 성장이 전망됩니다.

시장 규모는 400억 달러(한화 약 53조원)로 전년 대비 14% 성장이 예상됩니다. 향후 2035년에는 800억달러(약 110조원) 시장으로 성장이 관측됩니다.

ESS 사업에 뛰어든 이차전지 기업들
삼성SDI, 미국 캘리포니아에 240㎿h 규모 ESS배터리 공급.
지난 8일 삼성SDI 주가는 미국 최대 전력기업인 넥스트에라에너지에 ESS용 배터리를 대규모로 납품한다는 소식에 껑충 뛰었습니다. 납품 규모는 6.3GWh로 지난해 북미 전체 ESS 용량(55GWh)의 11.5%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금액으로는 1조원 규모죠.

삼성SDI는 지난달 독일 뮌헨에서 개최된 배터리행사에서 기존 제품 대비 용량과 안전성을 강화한 ‘삼성배터리박스(SBB)’ 1.5를 선보이기도 했죠.

LG에너지솔루션도 지난해 12월부터 ESS용 LFP 배터리 양산에 돌입했습니다. 이 회사는 한화솔루션 큐셀부문(한화큐셀) 미국법인과 총 4.8GWh 규모의 ESS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계약 금액은 약 1조4000억원 규모로 추정됩니다.

한편, ESS 생산능력 전 세계 1위인 회사는 미국의 ESS 업체 플루언스에너지(FLNC)입니다.

고선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플루언스 에너지(FLNC)가 글로벌 탑 업체로서 견고한 지배력을 확보한 상황”이라며 ESS 전문 기업으로서 독보적인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플루언스 에너지가 리튬 가격 하락으로 원가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춘 2023년을 기점으로 급속 성장한 ESS 시장에서 혜택을 누리는 상황입니다.

향후 이 회사의 실적 가시성도 높습니다. 고 연구원은 “플루언스에너지는 ESS 시장 구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ESS 제어 및 전력 거래 지원을 위한 독점적인 소프트웨어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ESS 시장의 성장 속도가 가속화됨에 따라 관련 기업들의 주가 움직임도 요동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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