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기부금 답례품 안 받은 기부자 왜?…“신청방법 더 넓혀야”
‘고향사랑e음’서만 고를 수 있어
농협 납부 15% 답례품 미선택
인터넷 활용 힘든 어르신 추정
불편 초래…다양한 창구 필요
지난해 농협 창구에서 고향사랑기부금(고향기부금)을 낸 뒤 답례품을 받지 않은 건수가 1만건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답례품을 신청하려면 반드시 온라인 플랫폼(고향사랑e음)을 거쳐야 하는 구조 탓에 온라인 접근성이 떨어지는 상당수 고령층이 답례품을 받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대전 대덕)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고향기부금 기부 건수 52만6279건 중 답례품을 선택하지 않은 건수가 1만4225건으로 나타났다. 이 중 농협 창구를 통해 기부한 뒤 답례품을 받지 않은 건수가 1만1307건(79.5%)에 달했다. 농협 창구에서 기부한 7만6337건 중 약 14.8%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답례품을 선택하지 않은 것이다.
일각에선 오프라인 기부자 상당수가 온라인 활용이 여의치 않은 고령층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오프라인에서 기부한 뒤 답례품을 받으려면 고향사랑e음 아이디를 생성받은 후 본인 인증을 통한 비밀번호 찾기 과정을 거치거나 카카오톡을 활용한 간편인증을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상당수 고령층이 이탈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답례품 신청 절차를 인쇄해 드리거나 기부자 휴대전화로 대신 신청해주는 것 외에는 달리 도울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고향사랑e음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 폐쇄적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현재 고향기부금 접수는 농협 창구 또는 고향사랑e음에서 할 수 있다. 하지만 답례품 선택은 고향사랑e음에서만 가능하다. 한도(연간 500만원) 외 기부, 주소지 기부 등을 막기 위해 이런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곳으로 창구를 좁혀놓은 것인데, 기부 활성화를 억제하는 불필요한 규제라는 지적이 제도 도입 초반부터 있었다.
고향기부제 설계 때 상당 부분 참고한 정치후원금의 경우도 기부 한도 등이 존재하지만 정치후원금센터 외에 후원회 계좌로 직접 이체, 토스·도너스와 같은 민간 플랫폼을 통한 모금 창구는 열려 있다. 독점적 창구에서 기부를 사전 규제하지 않고 한도 초과 기부금은 법에서 정한 규정에 따라 국고 귀속 절차를 밟도록 사후조치만 마련해뒀을 뿐이다.
한 전문가는 “정치후원금도 후원자의 개인정보를 전화 등으로 확인해 답례품과 비슷한 취지의 의정보고서를 보내주고, 유니세프와 같은 기부금단체도 유사한 절차를 통해 기부자에게 선물을 제공한다”면서 “유독 고향기부제는 농협 창구와 고향사랑e음이라는 방법만을 고집하면서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령 농협에서 기부하면 하나로마트 등에서 사용 가능한 상품권을 답례품으로 지급하거나 지방자치단체별로 전용 계좌를 통해 기부받은 뒤 전화 등으로 파악한 개인정보로 답례품을 신청받아 제공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할 수 있는데 정부는 그런 고민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다만 다른 해석도 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NH농협은행에서 고향기부제에 참여 후 예·적금에 가입하면 우대금리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데, 지난해 상반기 제도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가입 가능한 기부액수에 제한을 두지 않았고, 그 결과 답례품을 신청할 수 없는 소액을 기부하고 예·적금에 가입한 경우가 많았다”며 “답례품 미신청 원인에 대해선 올해까지 상황을 지켜보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고향기부금을 내면 기부금의 30%에 상당하는 답례품을 받을 수 있는데, 대부분 지자체가 10만원 기부에 맞춰 3만원 이상의 답례품을 구성하고 있어 10만원 미만 소액 기부자들은 신청할 수 있는 답례품이 많지 않은 실정이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답례품 미신청 이유까지는 파악하지 않고 있다”면서 “현재 농협 창구에서 답례품 신청 절차 등을 상세히 안내할 수 있도록 협조하고 있고 앞으로도 이를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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