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력으로 업계 평정한 이정은에게조차 새로운 도전, '낮과 밤이 다른 그녀'

김교석 칼럼니스트 2024. 7. 1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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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정은지 원투펀치를 그 누가 당하랴(‘낮과 밤이 다른 그녀’)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JTBC의 또 한편의 흥행작 <낮과 밤이 다른 그녀>의 세계관은 익숙하다. 여주인공의 발랄한 매력을 바탕으로 한 코미디로 호감을 만들고, 사회적 메시지나 스릴러의 장르적 유희에 로맨스를 결합해 서사의 긴장을 끌고 가면서, 응원과 위로, 소중함을 상기하는 휴먼드라마의 메시지도 담는다. <힘쎈여자 강남순>, <웰컴투 삼달리>, <힙하게> 등 토핑으로 차이를 주는 요거트 아이스크림 같기도 하다.

<낮과 밤이 다른 그녀> 또한 취업사기로 포문을 열고, 시니어 인턴, 이팔청춘 등 세대 관한 언급이 주요하게 등장한다. 범인을 추적하는 스릴러의 장르적 유희와 전형적인 로코물의 웃음과 설렘 위에 정서적, 사회적 감응까지 담으려는 포부가 보인다. 마치 자기계발서처럼 메시지도 명확히 드러내고 주연 배우들의 매력을 내세운 볼거리는 직관적이다.

그런데 한 가지 다른 특이점이 있다. 주인공 이미진의 낮과 밤을 두 배우가 번갈아 가며 연기한다. 그러니까 마치 뮤지컬의 더블 캐스팅처럼 이미진을 정은지와 이정은이 동시에 맡는데, 이미진(정은지)이 어느 날 해가 떠 있는 동안 50대의 이정은으로 변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종의 소동극이다.

바디체인지물의 기본은 상반된 타인의 삶을 체험하며 겪는 역지사지다. 이를 통해 성장하고 연대를 하면서 현실 문제를 타파하거나 해프닝 끝에 사랑에 골인하는 판타지가 작동한다. 그런데 <낮과 밤이 바뀐 그녀>는 여기서 한 번 더 비틀어, 다른 상황과 환경에 처해 있는 인물들 간의 영혼이나 신체를 바꾸는 대신, 한 인물 안에 두 가지 캐릭터 설정이 부여된다. 로맨스물이지만 당사자 간 체인지가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한 배역을 프로필이 전혀 다른 배우가 함께 나눈다는 점에서 새롭고, 이를 통해 각자 겪어보지 못한 세대의 고민과 이해를 돕는데 활용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배우 이정은은 제작발표회에서 "젊어서 바라는 바를 이루고자 하나 세상이 녹록치 않고 바라는 바를 이룰 땐 이미 나이가 들어있는 삶의 아이러니한 부분을 짚은 작품"이라고 정리한 바 있다.

그런데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이 드라마의 기본 골격은 사랑스럽고 털털한 여주인공 앞에 백마탄 왕자가 나타나는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다. 1화부터 달리는 정은지의 사랑스런 코믹 연기와 연기력으로만큼은 단 한 번도 실망시킨 적 없는 이정은이 원투펀치를 이루면서 사랑스럽고도 엉뚱한 매력 대결을 펼친다. 1화는 정은지가, 2화는 이정은이 책임지면서 시작해 질리거나 지칠 때쯤 태그팀 선수들처럼 바통 터치를 한다. 그러다보니 50대인 이정은이 코미디 연기는 물론, 20대, 30대 배역의 남자 배우들과 로맨스라인을 형성하게 된다는 점이 이 드라마만의 키포인트다.

거의 처음 보는 것 같다. <닥터 차정숙>만 해도 주인공이 엄정화였다. 그런데 멋진 몸매, 우아한 외모로 어필하는 것도 아닌 평범한 중년 '아줌마' 캐릭터가 로코물의 '여주'라는 점은 꽤나 센세이션하다. 찰떡같은 리얼리티와 존재감이 실린 연기로 매년 시상식을 휩쓰는 이정은에게조차 새로운 도전이다.

지금까지 이정은은 배역이 크든 작든, 대부분 생활연기를 바탕으로 한 자연스러움과 순식간에 공기를 바꾸는 존재감을 발휘했다. <기생충>을 필두로 <타인의 지옥이다>, <동백꽃 필무렵>, <우리들의 블루스>, <운수 오진 날> 등등 출연하는 작품마다 다양한 직업군의 중장년 연기를 펼치면서 단 한 번의 예외 없이 연기에 관해 호평을 받았다. 그의 연기에 대한 대표적인 찬사가 '실제로 존재하는 누군가를 데려온 것 같다'는 평가다.

그런데 이번 임순 캐릭터는 20대가 50대인 척 연기를 하는 가상의 프로필을 가진 인물인 데다 리얼리티가 그리 중요하지 않는 로코물 연기에 도전한다. 다시 말해 연기력으로 업계를 평정한 이정은이 처음 보여주는 새로운 볼거리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역할을 맡을 수 있는 배우가, 그럼에도 기대를 자아낼 수 있는 배우가 얼마나 있을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이정은에 대한 기대와 존재감이 이 드라마만의 흥미 포인트이자 색다른 구석이라 할 수 있다.

수사와 로맨스가 본격적인 궤도에 올라가면서 역시나 평가는 좋다. 성공하는 드라마의 행보가 그렇듯 반환점을 돈 지금까지 첫 회부터 쭉 우상향 시청률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다만, 극이 진행되고 로맨스의 감정이 깊어질수록 정은지가 예의 그 특유의 매력을 점점 더 발산하는 것에 비해, 큰 관심을 받아온 이정은만의 코미디 연기랄까, 스토리의 진행에 따라 캐릭터의 성장이나 변화가 크게 와 닿지 않은 점이 아쉽다.

정은지가 정은지를 하고 있고. 최진혁과의 로맨스는 극중 대사인 '뻔함에도 듣기 좋은 말'처럼 잘 통하고 있다. 즉 전형적이지만 그 아는 맛이 이야기를 따라가게 만든다. 이제 기대했던 이정은이 본격적으로 나설 차례다. 지금까지 보여준 코믹 연기도 나쁘지 않지만 아직은 감탄할 만큼은 아니다. 첫 주연 작품으로, 로코물의 플레이어로서, 만들 웃음과 변주가 후반기에는 보다 본격적으로 쏟아지길 기대해본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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