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기 맞이한 삼성전자 반도체, 노조리스크에 발목 잡히나

이진경 2024. 7. 13.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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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파업을 시작한 지 일주일이 다 돼가고 있다. 당초 3일 파업을 밝혔던 전삼노는 지난 10일 무기한 파업을 선언했다. 반도체는 삼성전자뿐 아니라 우리 전체 경제에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산업이다. 지난해 터널을 지나 올해 ‘반도체의 봄’을 맞이한 상황에서 파업 장기화가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총파업에 돌입한 지난 8일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정문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에 참가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재문 기자
◆총파업 일주일…집회 이어가

13일 업계에 따르면 전삼노는 지난 8일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어 지난 10일 2차 총파업 선언문을 발표하고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했다. 그러면서 “8인치 라인을 먼저 세우는 게 목표”라며 “그다음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라인 식당에서 파업을 홍보하겠다”고 했다. 이어 “파업으로 인한 손실을 상쇄하는 안건이 나오기 전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규모 사업장별 집회도 이어갔다. 11일에는 기흥캠퍼스 8인치 라인 직원들의 총파업 독려를 위한 홍보 집회를 진행했다. 전삼노는 약 350명이 모였다고 전했다.

12일은 평택캠퍼스 HBM P2L 4층 라인 식당 앞에서 파업 동참을 호소하는 집회를 열었다. 

15일에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중 가장 최첨단인 EUV(극자외선) 파운드리가 있는 화성캠퍼스 H3 지역을 찾을 예정이다.

전삼노 조합원은 8일 기준 3만657명으로, 반도체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상당수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 연합뉴스
◆전삼노 파업 왜?

전삼노와 사측은 1월부터 교섭을 이어오고 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우선 임금인상률이 평생선이다. 삼성전자는 노사협의회를 통해 5.1%의 임금인상률을 공지했다. 전삼노는 6.5%를 주장했다. 조합원 중 855명은 연봉 협상에서 사인을 거부했다.

양측은 이외에도 재충전 휴가 지급, 성과급 지급 기준 개선 등에서도 입장치를 보인다.

지난 1일 3차 조정회의에서 사측은 △노사 간 임금교섭 최종 타결 전 비조합원에 대한 임금 조정 결과발표 지양 △일회성 여가 포인트(50만원) 지급 △휴가 의무 사용 일수 2일 축소(재충전 휴가 2일 미사용 시 보상) △노사 간 상호협력 노력을 담은 안을 냈으나 전삼노는 이를 거부했다.

당시 전삼노는 △연봉 협상에 서명하지 않은 조합원 855명에 대한 높은 임금인상률 적용 △경제적 부가가치(EVA) 기준으로 지급하는 초과이익성과급(OPI) 기준 개선 △전체 직원에 대한 휴가 1일 △무임금 파업으로 발생하는 모든 조합원의 경제적 손실 보상을 요구했다. 양측이 합의하지 못하면서 전삼노는 총파업을 선언했다. 

지난 10일 무기한 총파업 선언문에서는 요구안으로 △전 조합원 노동조합 창립휴가 1일 보장 △전 조합원 기본 인상률 3.5% 인상 △성과금 제도 개선 △파업에 동참한 모든 조합원에 대한 보상을 담았다. 

◆파업 장기화로 커지는 생산 차질 우려

전삼노는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전삼노는 △연구·개발 전용라인(NRD) 파업으로 투과전자현미경(TEM) 등 분석 목적 WF SCRAP 마비 △8인치 긴급 로트(Lot)만 진행 중 △ 8인치 3일간 생산량 감소 △화성 EDS 8일부터 장비 교체 최소화 △평택 EDS 8일부터 장비 교체 최소화 등을 사례로 공개했다. 

삼성전자 측은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은 발생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라인이 정상적으로 가동되도록 대비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파업이 길어지면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다수 라인이 자동화됐다고 하더라도 이를 운영하고 돌발상황 발생 시 설비 점검 등을 진행할 필수 인력은 대체하기 어려울 수 있다. 24시간 가동되는 반도체 생산라인이 한번 멈추면 손실은 천문학적이다. 

현실화하면 사업 경쟁력과 실적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가뜩이나 삼성전자 반도체는 안팎의 도전으로 갈 길이 바쁜 상황이다. 미국, 중국, 일본 등 각국이 ‘전쟁’으로 표현될 만큼 반도체 시장에서 치열할 경쟁을 하고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는 대만 TSMC와 격차를 줄여야 하고, HBM도 SK하이닉스와 비교해 더 늦어지지 않도록 힘써야 한다. 

지난해 수백억 적자에서 벗어나 이제 업황이 회복기를 맞이해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시기에 노조리스크는 삼성전자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위험요인이다. 고객사 납기 일정을 맞추지 못할 경우 신뢰도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게 된다.

반도체는 삼성전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반도체는 우리나라 최대 수출품목으로, 반도체가 올해 우리나라 수출을 이끌고 있다. 6월 반도체 수출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상반기로 범위를 넓히면 역대 두번째로 많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전삼노 파업을 전하며 “파업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삼성전자에 피해를 주거나 회복 중인 기술 및 칩 산업 전반에 걸쳐 유사한 영향을 촉발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총파업에 돌입한 지난 8일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정문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에 조합원들이 참석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8월 주목…앞으로 어떻게 될까

안팎에서는 8월을 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에는 5개 노조가 있다. 이 중 전삼노가 지난해 8월 대표 교섭권을 확보해 사측과 임금협상 및 단체교섭을 진행해왔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령에 따르면 대표 교섭 노조가 1년 동안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할 경우 대표 교섭노조 지위가 상실될 수 있다. 이 경우 현재 전삼노가 확보한 파업 쟁의권도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1년이 지났다고 자동으로 교섭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른 노조가 이의를 제기할 경우 다시 대표 교섭권을 확보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다른 노조들도 노조법에 따라 더이상 대표 노조에 의지하지 않고, 사측에 개별 교섭을 요구할 권리가 생긴다.

이 때문에 전삼노가 대표 교섭 노조 지위를 잃을 수 있는 8월 전 전 타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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