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걱대던 장나라와 남지현은 '굿파트너'가 될 수 있을까
[엔터미디어=정덕현] "남편이 바람 피우는 건 와이프가 무조건 알게 돼 있어. 모든 감각으로 알아. 제대로 된 증거를 확보 못한 사람들만 있을 뿐이지. 차차 깨닫게 되겠지만 빨리 깨달았으면 좋겠네요." SBS 금토드라마 <굿파트너>에서 대정로펌의 차은경(장나라) 변호사는 새로 들어와 첫 이혼 사건을 맡게 된 한유리(남지현) 변호사의 판단을 미숙하다고 여긴다. 외도를 했다며 재산분할과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가 낸 소송에서 외도를 한 적이 없다는 의뢰인의 말을 믿고 적당한 합의가 아닌 소송 기각을 시키겠다고 한유리가 나서서다.
차은경은 베테랑 변호사답게 그 의뢰인을 한눈에 파악했다. 그래서 오히려 아내를 의부증으로 몰아가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는 걸 간파했다. 하지만 이렇다 할 외도의 증거가 없고 의뢰인의 아들마저 아빠의 말을 지지하고 나서자 한유리는 차은경과는 달리 제대로 의뢰인의 편에 서려 한다. 물론 실제 재판에서 외도의 증거가 등장함으로써 한유리는 뒤통수를 맞게 되지만.
결국 재판에서는 의뢰인의 승소를 이끌어냈지만, 한유리는 결코 기뻐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실제로 의뢰인은 바람을 피우고 있었고 그것도 상습적이었다. 패소해 이혼도 할 수 없게 된 의뢰인의 아내가 절망감에 무너져 내리는 걸 보며, 변호사의 일이 정의와 진실의 편에 서는 것이 아닐 수 있다는 걸 절감한다. 이미 그런 경험들을 숱하게 해온 차은경은 그래서 이런 사건에 신경쓸 게 아니라 '회전율'을 높이라는 이야기까지 했던 거였다.
즉 자신이 생각했던 변호사의 일과는 너무나 다른 경험을 하며 승소해도 패소해도 찝찝함을 가질 수밖에 없는 그 직업 앞에 사직서까지 쓰려 하던 한유리는, 16층에 있다는 직원휴식공간에 올라갔다가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한다. 바로 차은경의 남편이자 대정로펌의 의료자문으로 있는 김지상(지승현)이 어떤 여인과 불륜을 저지르는 장면을 보게 된 것이다.
충격에 급히 그 장소를 빠져나오지만, 마침 회사에 들렀던 차은경이 엘리베이터가 16층에 머물러 있는 걸 알고는 무얼 감지했는지 그곳에 오르면서 한유리와 복도에서 마주하게 된다. 앞서 한유리에게 차은경이 "남편이 바람 피우는 건 와이프가 무조건 알게 돼 있다"고 했던 걸 떠올려 보면 이 상황이 차은경에게는 여러모로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차은경은 과연 남편의 불륜을 알고 있었을까 아니면 몰랐던 걸 그 순간 알게 된 걸까.
16층에 엘리베이터가 서 있는 걸 확인한 후 굳이 무언가를 의심해 그곳에 올라왔다는 건 어쩌면 차은경이 이미 남편의 불륜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심증을 갖게 한다. 만일 그렇다면 그 사실을 이제 신입으로 들어온 한유리 변호사에게 들키게 된 것이 당혹스러워질 게다. 잘 나가는 이혼전문 변호사지만 그 남편이 불륜이라는 사실을 그 역시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만일 차은경이 남편의 불륜 사실을 몰랐고 그 순간에 알게 된 것이라고 해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그 사실이 주는 충격과 더불어, 한유리 변호사 앞에서 냉정하게 현실을 이야기했던 자신의 치부 또한 드러나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게 무엇이든 차은경 변호사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여 있다. 일로서는 냉정하게 외도를 한 사람조차 그런 일이 없다며 의뢰인이 승소하는 것에 집중하지만, 만일 그것이 남의 일이 아닌 자신의 일이라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차은경은 판결에 불만을 가진 의뢰인이 "이거 이렇게 남 일처럼 얘기해도 되는 거야?"라고 소리 지를 때 그건 남 일이 맞다며 선을 그은 바 있다. "남 일 맞습니다만. 변호사는 선생님을 대변해 드리는 거고, 판결은 판사 일, 재산을 주는 것은 선생님의 일, 그러니까 엄연히 남의 일 맞습니다." 하지만 차은경은 남편 김지상의 불륜 앞에서도 이렇게 쿨할 수 있을까.
한유리 또한 소송에서는 승소했지만 그것이 옳은 일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일과 실제 현실 사이에서 갈등한다.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졌지만, 모두 비슷한 아이러니에 처해 있는 두 사람이 과연 어떻게 서로를 도와가며 '굿파트너'가 되어갈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냉철하고 똑부러지는 베테랑 변호사의 모습을 특유의 선명한 딕션으로 연기해보여주는 장나라와, 그와는 사뭇 다르게 인간적인 모습을 조금은 어눌한 목소리로 연기해내는 남지현의 연기 앙상블 또한 기대된다. 배우들로서 서로에게 '굿파트너'가 되어줄 거라고.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Copyright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건강보조식품 홍보에 열 올리는 아침 정보 프로그램에 부탁이 있습니다 - 엔터미디어
- 이제훈의 탈북에서 우리네 청춘들의 탈주가 읽히는 까닭(‘탈주’) - 엔터미디어
- 여전한 미모만큼 대중들 마음에 각인된 김희선의 솔직한 매력(‘밥이나 한잔해’) - 엔터미디어
- 강형욱마저... 잘 나가던 전문가 전성시대 왜 흔들리고 있을까 - 엔터미디어
- 화장실 갈까 봐 물도 안 마시는 고민시가 만든 ‘서진이네2’의 색다른 서사 - 엔터미디어
- 설경구와 김희애의 육탄대결을 선택한 ‘돌풍’의 속내 - 엔터미디어
- 이정은이 된 정은지, 이건 저주일까 기회일까(‘낮과 밤이 다른 그녀’) - 엔터미디어
- ‘선재’ 업고 뛴 건 드라마만이 아니다 - 엔터미디어
- 미신 조장? ‘파묘’부터 ‘신들린 연애’까지 K무속도 뜬다 - 엔터미디어
- 연예인과 사돈 맺기 위해선 정녕 이런 푸대접도 감수해야 하는 걸까 - 엔터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