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가능성 있다" 박지성의 분노에도…대한축구협회 "홍명보 감독 공식 선임"
[스포티비뉴스=이민재 기자] 대한축구협회의 선택은 홍명보(55) 감독이었다.
대한축구협회는 13일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을 공식 선임했다"라고 발표했다. 협회는 홍명보 감독을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하는 것에 대해 지난 10∼12일 진행한 2024년 4차 이사회 서면 결의 결과, 총 23명 중 21명이 찬성했다고 밝혔다.
이사회 승인에 따라 홍명보 감독은 대표팀 사령탑 업무를 공식적으로 시작하게 됐다.
첫 행보는 코칭스태프 구성이다. 홍명보 감독은 세계 축구의 흐름을 파악하고 분석에 도움을 줄 외국인 코치 후보를 면담하기 위해 유럽 출장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을 설명하는 브리핑에서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는 전술 측면을 보완하기 위해 유럽 출신 코치 2명을 둔다는 계약 조건을 홍명보 감독이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7일 한국 대표팀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홍명보 감독을 내정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지난 2월 위르겐 클린스만 전임 감독을 경질한 후 무려 5개월 만의 공식 선임이었다. 그동안 대한축구협회는 새로운 지도자를 찾는 데 애를 먹었고, 그 결과 3월과 6월에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을 위해 황선홍 감독과 김도훈 감독에게 임시 지휘봉을 맡겼던 바가 있다.
이후 월드컵 최종 예선 진출로 급한 불을 끈 대한축구협회는 홍명보 감독을 정식으로 선임했다. 대표팀을 한국인 지도자가 정식 감독으로 지휘하는 것인 2018년 러시아 월드컵까지 대표팀을 이끌었던 신태용 현 인도네시아 감독 이후 6년 만이다.
홍명보 감독은 선수로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에 앞장섰고, 지도자로서는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 신화를 쓴 한국 축구의 '영웅'이다. 2013∼14년 대표팀을 이끌며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나섰던 홍명보 감독은 이로써 10년 만에 대표팀 사령탑으로 복귀하게 됐다.
그러나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서 큰 논란이 생겼다. 선임 프로세스를 명백히 무시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새 감독 선임을 위해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을 중심으로 전력강화위원회를 꾸렸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 선임은 전강위 위원들의 의견을 종합한 것이 아닌, 이임생 기술총괄이사의 선택으로 나온 결과였다. 이임생 이사는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이 갑작스레 사퇴 의자를 표하자, 즉시 감독 선임에 대한 전권을 얻었다.
전력강화위원회 소속이었던 박주호는 분노했다. 대한축구협회를 향해 "감독 선임 과정에서 올바른 프로세스가 정립되지 않았다. 이럴 거면 전강위는 필요가 없는 조직이었다"라며 강한 비판을 했다.
이러한 논란에 한국 축구의 레전드 박지성 전북 현대 디렉터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박지성 디렉터는 12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진행된 문화행사 'MMCA 플레이: 주니어 풋살'에 참석해 정몽규 회장의 사퇴에 대한 질문을 받고 "결국 회장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직격했다.
그는 "회장이 내려와야 한다, 내려오지 말아야 한다 등 의견이 많은데, 관련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외부 압력으로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는 솔직히 모르겠다"며 "장기적으로는 협회에 대한 신뢰를 다시 확립해야 한다. 그 상황에서 그 답이 맞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정몽규 회장의 사퇴 필요성을 언급했다.
박지성 디렉터는 "체계를 바로 세우고 앞으로 나아갈 거라는 기대는 5개월 전이 마지막이었다. 지금은 체계 자체가 완전히 무너졌다.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를 구성하고 올바른 선임 절차를 밟는다고 발표했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체제 변화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다. 결국 모든 걸 다시 새롭게 하나부터 쌓아야 하는 상황을 맞이했다"라고 언급했다.
홍명보 감독 선임이 번복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시작하는 감독은 개인적으로 처음이라 어떤 결과를 맞을지 모르겠다. 프로 스포츠에서는 결과가 과정을 이기는 경우를 많이 봤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안이 너무 커서 결과가 이 상황을 바꿀 수 있을까 가늠이 되지 않다. 번복을 하느냐 마느냐는 협회와 홍명보 감독님의 결정이 남았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반전은 없었다. 홍명보 감독은 예정대로 한국 대표팀을 이끌게 됐다. 홍명보 감독은 오는 9월 5일 홈에서 치러지는 팔레스타인과의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1차전부터 대표팀을 이끌게 된다.
계약기간은 기본적으로 2027년 1∼2월 열리는 사우디아라비아 아시안컵까지 2년 6개월여다. 그에 앞서 2026년 6월에 열리는 북중미 월드컵 직후 중간 평가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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