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년간 동양 지혜로 벼려진 지식 만나기

한덕수 작가가 풀어낸 주역 《하루 한 장 주역 강독》

(시사저널=조창완 북 칼럼니스트)

현재 서점가 베스트셀러를 장악하는 인물들이 있다. 니체, 쇼펜하우어 등 실존주의 계열의 철학자들이다. 그들이 살았던 1800년 전후 유럽에서 베스트셀러는 무엇이었을까. 이들이 주로 다룬 철학적 뿌리를 찾으면 해답은 동양철학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최고봉으로 꼽은 것은 《주역》이다. 《주역》은 철학뿐 아니라 헤세의 작품 등 문학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기도 했다.

하루 한 장 주역 강독│한덕수 지음│사이드웨이 펴냄│700쪽│3만3000원

《주역》은 공자를 비롯해 우리 근대 인문의 뿌리가 된 다산 정약용 등이 수없이 읽으면서 복기한 지혜의 책이다. 다만 이치를 다루다 보니 난해함이 적지 않았다. 20년간 《주역》을 공부한 인문 마니아 한덕수 작가는 일반인이 쉽게 《주역》의 진가를 만날 수 있는 《하루 한 장 주역 강독》을 펴냈다.

"나는 강독의 주안점을 《주역》을 쓴 주문왕의 뜻을 오직 바르고 쉽게 전달하는 데 두었다. 《주역》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과 식견을 갖추고 지혜로운 삶을 추구하실 수 있다면 더 이상의 바람이 없겠다."

《주역》의 저자로 알려진 주문왕(周文王·기원전 1152~1056년)은 상나라 마지막 폭군 주(紂)로부터 핍박을 받은 인물이다. 달기(妲己)에 빠진 주는 백성들의 사랑을 받는 주문왕을 옥에 가뒀다가 결국 아들을 달인 물을 먹게 한 후에야 풀어준다.

주에 의해 10년을 갇혀 있던 주문왕은 복희가 만든 이론서를 시대의 이치로 풀어냈다. 그 책이 《주역》이다. 이후 《주역》은 공자와 정이천, 왕부지 등 수많은 이를 통해 해석돼 왔다.

이번 책은 한학적 관점보다는 《주역》의 오묘하고 깊은 세계에 담긴 진리를 쉽고, 정확하고, 바르게 담아냈다. 저자는 《주역》 64괘(卦)를 바탕으로, 책을 64장으로 나누고 각 괘를 설명했다. 독자들은 각 장을 차례대로 읽을 수도 있지만, 각자의 방식을 통해 하루의 시작에 한 괘를 선택해 그날의 지침으로 삼을 수 있다.

"매일 한 장씩 강독해 가는 《주역》의 심오한 세계는 당신을 완전히 뒤흔들고, 당신을 더 강인하게 만들 것이다. 그동안 공자를 비롯한 여러 학자의 문헌과 주석을 끊임없이 참조하며 그 사상의 근원을 밝혀두었기 때문이다."

만약 60장을 선택했다면 이런 문구가 나온다.

"달콤한 유혹을 물리친다는 것은 어찌 보면 괴로운 일에 가깝다. 그 괴로움을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진정한 절이다. 그러한 절을 지킴으로써 마침내는 참된 행복이 인간에게 찾아와서 깃든다. 이를 일러 《법구경》에서는 '삶을 괴로워하지 않고 죽음을 근심하지 않으면 도를 쉽게 깨달을 수 있으니, 바르게 살아갈 뿐 근심하지 않는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