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기반 동맹 격상’ 한미 정상회담 전문가 분석 들어보니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1일(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을 열고 ‘한·미 한반도 핵억제 핵작전 지침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미국의 핵자산과 한국의 재래식 전력이 함께하는 일체형 확장억제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기존의 확장억제가 미국이 결정하고 제공하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한반도 핵 운용에 있어 우리의 조직, 자산이 미국과 함께하는 확장억제로 진화됐다는 걸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언론브리핑을 통해 “양 정상은 한·미 한반도 핵억제 핵작전 지침이 일체형 확장억제 협력을 이행하는 굳건한 토대를 제공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양 정상은 한국에 대한 북한의 모든 공격은 즉각적, 압도적, 결정적 대응에 직면할 것임을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이어 “미국은 이제까지 핵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역량을 한국에 제공할 것임을 선언해 왔으나 미국 핵자산에 북핵 억제와 북핵 대응을 위한 임무가 배정될 것이라고 문서로 명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핵·재래식 통합을 통해 우리 군이 미군과 함께 한반도 핵운용과 관련해 정보공유, 협의, 기획, 연습, 훈련, 작전을 수행함으로써 실전적 핵대응 능력과 태세를 구비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핵억제 핵작전 지침 채택을 통해 핵 협력에 대한 한·미 간의 신뢰관계가 제고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현욱 세종연구소장은 “지금까지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했다면 이제는 한·미가 같이 하는 한반도에 대한 확장억제의 의미가 됐다”며 “핵뿐만이 아니라 일반적인 확장억제 차원에서도 계속 미국이 일방적으로 우리에게 제공하는 식으로 이뤄져 왔는데 이번에 핵 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핵 운용권에 대해 한국이 미국과 같이 가는 체제로 진화하고 구체화하고 있다는 걸 정상 차원에서 재확인시켜준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양국 관계를 완전한 형태의 핵 동맹으로 볼 수 있는 건 아니라는 평가다. 김 소장은 “어떻게 보면 핵기반동맹으로 볼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영국 관계와 같은 완전한 핵동맹은 아닌 것 같다”며 “어쨌든 최후의 결정권은 여전히 미국이 쥐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北 견제 동시에 韓 신뢰 증대 메시지” 풀이
핵작전지침 공동성명 채택의 의미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국이 북한을 견제하는 것뿐 아니라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한국 내부의 믿음을 확보하려는 의도도 담겨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여당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핵무장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국내정치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명예교수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억제 핵작전 지침을 승인한 것은 두 가지 측면의 메시지로 보인다”며 “우선 북한에 대해서는 함부로 한국을 군사적으로, 특히 핵으로 위협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다.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이자 확실한 억제력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동시에 안보 불안이 계속해서 커지는 상황에서 한국에게는 북한의 유사시 행동에 대해 미국이 이 정도로 한·미가 함께 행동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안심시키는 메시지를 주려는 것으로 해석이 된다”며 “미국의 핵우산에 대해 한국이 믿음을 갖지 못하고 핵 개발을 하겠다고 나선다면 미국 입장에서도 도전이 되고 국제 핵확산방지조약(NPT) 레짐(체제)에도 큰 도전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내부적으로 그동안 미국의 핵우산을 믿을 수 있나,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요구가 많았고 특히 최근에 핵무장 주장이 많이 나오는 상황에서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신뢰성 문제를 ‘우리는 이렇게 군사작전화돼있다’고 보여줌으로써 해소하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 이번 작전지침 채택으로 신냉전 분위기가 가속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과 관련해서는 전문가들은 모두 “이번 공동성명은 정당한 방어의 차원”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 소장은 “북한이 계속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고 우리 국민의 약 70%가 자체 핵무기 보유에 찬성하는 여론이 나오는 상황에서 지금 우리가 하는 핵협의그룹(NCG) 논의는 정말 현실적으로 가능한 선에서 하고 있고 일종의 최소한의 대응”이라며 “온갖 국제적 제재를 받고 NPT에서 탈퇴하며 불법적으로 핵을 보유하고 있는 북한과 우리의 대응이 같은 잣대를 가지고 평가돼서는 안된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한·미의 대응이 신냉전을 강화한다고 우려하는 건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교수도 마찬가지로 “신냉전은 우리가 가져온 게 아니라 북한이 핵무장을 했으니까 한국이 그에 대응해 안보를 굳건히 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전 교수는 갈등 완화와 관련해 이번 공동성명에 포함된 ‘위험감소 조치’ 항목을 주목했다. 그는 “현재 북한이 하는 행동이 위험하다 보니 북한과 우리 간의 군사적 대비태세가 긴장 고도가 너무 높아 계획하지 않은 사고에 의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위험감소 조치 항목을 공동성명에 포함시킨 것은 그런 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해 어떻게 북한과 전략적 위기 소통을 할 것인가에 대한 숙제를 담은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앞선 항목들은 북한에 대한 우리의 억제력 강화 내용인데 마지막으로 거론된 위험감소 조치는 억제력 강화만으로는 남북 간에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비해 우리가 북한 또는 주변국과 전략적으로 소통하는 것에 대한 내용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지원 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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