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4월 만회하는데 힘 다 썼나…2만 관중 앞에서 역전패 졸전, 롯데는 여름을 어떻게 버틸까
[OSEN=부산, 조형래 기자] 최악의 4월을 만회하는데 힘을 다 썼을까. 후반기 첫 홈경기, 2만 명이 넘는 관중 앞에서 역전패 졸전을 펼쳤다. 이제 여름의 초입.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여름을 어떻게 버틸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롯데는 1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정규시즌 맞대결에서 4-5로 역전패를 당했다. 4-0으로 앞서던 경기를 뒤집혔다. 이로써 롯데는 36승45패3무로 9위로 내려앉았다.
롯데로서는 이날 경기를 잡으면 여러 의미를 가질 수 있었다. 일단 후반기 첫 홈 경기 승리이기도 했고 후반기 첫 위닝시리즈를 향해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천적’ 고영표를 다시 한 번 공략하고 승리를 챙기며 천적 관계도 완전히 청산할 수도 있었다. 고영표를 상대로 12안타를 집중시켰고 4득점에 성공하며 4-0으로 앞서갔다.
그리고 토종 에이스 박세웅이 6이닝까지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6회까지 2피안타 1볼넷 1사구 무실점 호투를 펼칠 수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롯데는 승리를 펼치지 못했다. 결과론이지만 벤치의 판단 착오가 역전패의 스노우볼로 이어졌다. 롯데는 7회에도 박세웅을 올렸다. 하지만 선두타자 김민혁의 1루수 땅볼이 1루수 나승엽의 실책으로 이어지며 경기가 꼬이기 시작했다. 후속 황재균에게도 볼넷을 내주면서 무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위기를 차단하고 분위기 환기를 위해 투수 교체도 고려할 법 했지만 박세웅을 밀고 나갔다.
결국 1사 2,3루에서 김상수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해 추격을 당했다. 이후 배정대의 좌전 안타 때 김상수가 3루까지 향하면서 1사 2,3루 위기가 이어졌다. 결국 로하스에게 2타점 좌전 적시타를 얻어 맞아 4-4 동점이 됐다. 박세웅의 최종 성적은 6⅓이닝 4피안타 2볼넷 1사구 3탈삼진 4실점(3자책점).
7회말 삼자범퇴로 물러났고 8회말 선두타자가 출루했지만 득점을 뽑지 못한 롯데는 9회초, 자멸했다. 연거푸 실책이 나오면서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선두타자 신본기에게 빗맞은 우전 안타를 허용했다. 무사 1루 김상수를 맞이한 타석. 롯데는 상대의 작전을 저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고 슬래시 앤드 런 작전을 간파했다. 투수 김상수가 타자 김상수를 헛스윙으로 유도했고 포수 손성빈은 1루 대주자 박민석의 2루 도루를 레이저 송구로 저격하는 듯 했다.
그러나 유격수 박승욱이 손성빈의 송구를 놓쳤다. 잡기만 하면 아웃 타이밍이었다. 공식 기록원도 이 플레이를 박민석의 도루 실패 이후 유격수 박승욱의 포구 실책으로 기록할 만큼 명확한 아웃이었다.
김상수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한숨을 돌렸지만 이번에도 박승욱이 실책을 범했다. 배정대의 타구를 놓치며 1사 1,3루 위기를 자초했다. 강한 타구였지만 정면 타구였기에 잡아야 했던 상황. 로하스에게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허용해 4-5로 역전 당했다.
9회말 마지막 기회를 잡았다. KT 마무리 박영현을 상대로 1사 후 나승엽이 볼넷으로 출루했고 윤동희가 좌중간 담장을 직격하는 2루타를 뽑아냈다. 1루의 발 빠른 대주자 이학주가 홈으로 파고들 법한 타구였다. 하지만 이학주는 2루에 다가가기 전 주춤거렸다.
이학주는 뒤늦게 전력질주하며 홈으로 쇄도했지만 KT는 로하스와 김상수, 장성우로 이어지는 중계플레이가 완벽했다. 이학주는 아웃됐다. 비디오판독을 해도 번복되지 않았고 패배로 이어졌다.
선수단과 벤치 모두 이날 역전패에 비중을 갖고 있었다. 선수단을 이끌어야 하는 김태형 감독은 지난 11일 인천 SSG전을 앞두고 후반기 주춤거리고 다소 집중력이 해이해진 듯한 선수단을 향해 메시지를 건넸다.
김태형 감독은 지난 11일 인천 SSG전에서 자신 앞에 떨어진 타구를 뒤로 빠뜨린 뒤 성실하게 플레이하지 않은 황성빈을 중도에 교체했다. 김태형 감독은 이 교체로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황성빈은 2군에 보내려고 했다. 그렇게 앞에 떨어지는 타구를 뒤로 빠뜨릴 순 있다. 그런 경우가 꽤 있다. 놓친 것은 어쩔 수 없다”라면서 “하지만 타구를 처리하기 위해 빨리 뛰어가야 한다. 전력으로 뛰어가는 애들이 없다. 창피한가보다. 전력으로 뛰어가야 한다. 그것 때문에 화가 났다. 20살이든 40살이든 똑같이 열심히 뛰어가서 후속 플레이를 해야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의 경고도 통하지 않았다. 벤치와 선수들 모두 삐걱거렸다. 결국 후반기 1승3패로 시작하게 됐고 7월 성적도 1승5패가 됐다.
롯데는 6월 막판 5연승을 질주하는 등 5~6월 27승19패2무로 질주했다. 6월 종료 시점에서 35승40패3무, 승패마진 -5까지 줄였다. 하지만 개막 이후 4월까지 8승21패1무에 머무르는 최악의 부진을 만회하는 게 벅찼다. 두 달 동안 부지런히 달려왔지만 5할 승률에 못 미쳤다.
그러나 최악의 시간을 만회하는데 힘을 다 썼던 것일까. 안 그래도 풀타임 시즌을 치르는 선수들이 얼마 되지 않는 상황. 황성빈 윤동희 나승엽 고승민 등 젊은 선수들은 기회를 충분히 부여받고 치르는 사실상의 첫 풀타임 시즌이다. 한 여름의 레이스에서 힘이 부칠 수밖에 없다.
롯데는 7월의 시작이 너무 좋지 않다. 12일 사직구장에는 2만1545명의 관중이 들어찼다. 5회부터 파도타기가 진행될 만큼 인파가 북적였다. 하지만 이들 앞에서 롯데는 최악의 역전패 졸전을 벌였다. 이제 여름의 초입, 과연 롯데는 한 여름의 레이스를 버텨낼 힘이 있을까. 우려가 엄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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