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우 기록이 바뀔까… 무관심이 타격왕의 비결, 인천 야구 역사 바꾸러 간다

김태우 기자 2024. 7. 1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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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광주 KIA전에서 3회 중요한 적시타를 포함해 3안타를 기록한 기예르모 에레디아 ⓒSSG랜더스
▲ 타격왕 레이스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밝힌 에레디아지만 현재 리그 타격 및 최다 안타 레이스에서 유력한 후보 중 하나로 떠올랐다.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SSG는 12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경기에서 14-6으로 크게 이겼다. 0-0으로 맞선 3회에만 10득점을 하며 경기 주도권을 완전히 가지고 왔다. 여기서 하나의 중요한 장면이 있었다. 기예르모 에레디아(33)의 적시타였다.

SSG는 3회 1사 후 정준재의 볼넷과 최지훈의 우전 안타로 기회를 만들었고 추신수가 내야를 넘겨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적시타를 치며 선취점을 뽑았다. 이어 최정이 볼넷을 골라 1사 만루의 기회가 에레디아에게 이어졌다. 이 타석이 사실상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였다. 에레디아가 타점을 만들지 못하면 KIA의 기가 살 수 있었고, 오히려 쫓기는 쪽은 SSG였다. 여기서 에레디아가 해결사 몫을 했다.

첫 타석에서 삼진을 당한 에레디아는 신중하게 공을 골라내고, 또 커트해내며 끈질기게 버텼다. 3B-1S의 유리한 카운트를 잡은 에레디아는 5구째 포크볼에 헛스윙했으나 6구째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커트해내며 위기를 넘겼다. 그리고 7구째 몸쪽 패스트볼에 날카로운 타격을 하며 2타점 좌전 적시타를 때렸다. 제구가 나쁜 공은 아니었는데 에레디아 특유의 콘택트 능력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SSG는 3점의 리드를 잡으며 한숨을 돌렸고, 이후 7점을 더 뽑아내면서 승리를 일찌감치 예감했다.

에레디아의 장점이 그대로 드러난 타석이기도 했다. 패스트볼과 변화구를 모두 대처하기는 쉽지 않다. 때로는 구종과 코스를 ‘선택과 집중’으로 다뤄야 할 때가 있다. 하지만 에레디아는 존을 넓게 보면서도 콘택트를 하고 인플레이시키는 능력이 탁월하다. 에레디아는 경기 후 “첫 번째 타석에서 아쉽게 삼진을 당했지만 두 번째 타석에서는 변화구·직구 상관 없이 좋은 콘택트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운 좋게 좋은 콘택트가 이뤄져서 안타를 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말은 쉽지만 이 타석 접근법은 리그에서도 손에 꼽히는 콘택트 히터들만이 할 수 있다.

그런 에레디아는 이날 세 개의 안타를 치며 타율을 종전 0.360에서 0.365까지 끌어올렸다. 그리고 타격왕 경쟁 1위를 지켰다. 에레디아는 올 시즌 80경기에서 타율 0.365, 116안타, 9홈런, 65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08을 기록하며 팀 타선을 이끌고 있다. 호평을 받았던 지난해 이상의 성적이다. 전반기 막판 자신이 친 파울 타구에 정강이 부위를 맞아 전열에서 이탈해 최다안타 레이스에서 손해를 봤지만 그래도 다시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부상이 아쉽기는 했다. 우선 팀 전력에서 이탈했고, 여기에 올스타전에서도 빠졌다. 에레디아는 지난해에도 올스타전에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당시 미국 비자 발급 문제로 아쉽게 불참했다. 올해 안방에서 열리는 올스타전을 고대하고 있었으나 이번에는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다. 또한 최다 안타 레이스에서도 손해였다.

에레디아는 “올스타전에 출전하지 못해 개인적으로 너무 아쉽다. 작년에는 내 개인적인 사정으로 참여를 못했고, 이번에는 부상으로 불가피하게 참여를 못했다. 멀리서 팀 동료들을 응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아쉬워하면서도 “다행히 몸 상태는 지금 좋은 편이다. 팀 내 트레이너 분들 덕분에 이렇게 빨리 회복하고 게임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고마워했다.

▲ 에레디아는 인천 야구 역사상 최고 타율과 최다 안타에 도전할 만한 페이스로 달려나가고 있다. ⓒSSG랜더스

현재 리그 타격 1위인 에레디아는 로니 도슨(키움·0.360) 등 경쟁자들에게 쫓기고 있다. 타이틀에 대한 욕심은 어느 선수들에게 다 있을 법하다. 실적이 재계약으로 이어지는 외국인 선수라면 더 그렇다. 그런데 에레디아는 오히려 별 관심이 없는 듯 잘라 말했다. 에레디아는 “항상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타율은 개인적으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건강하게 야구하고, 좋은 결과를 얻는 게 더 중요하다”면서 “신경을 쓰게 되면 압박감이 있기도 하고 그런 게 야구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매일매일 야구를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타이틀에 무심하게(?) 시즌을 치르고 있지만 인천 야구 역사를 바꿀 유력한 후보임은 분명하다. 와이번스와 랜더스 프랜차이즈에서 한 시즌 최다 안타 기록은 2016년 정의윤의 179개다. 현재 에레디아의 안타 페이스는 거의 190개에 육박한다. 최고 타율 기록은 2009년 정근우의 0.350인데 이 또한 넘어서고 있다. 최근 한 달이라고 할 수 있는 6월 12일 이후에도 타율이 0.356에서 0.369 사이를 꾸준하게 유지하고 있다. 에레디아가 인천 야구의 역사를 바꾸기 위한 레이스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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