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 음악에 빠진 ‘초등 밴드’… 학교 밖 무대로 뻗다 [밀착취재]

최상수 2024. 7. 13.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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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초등학교 교실에서 다프트펑크의 '섬싱 어바웃 어스(Something About Us)'가 흘러나온다.

능숙한 솜씨로 컴퓨터 미디(MIDI·Musical Instrument Digital Interface)에 연결된 악기를 사용해 일렉트릭 록에서 동요까지 갖가지 선율을 만드는 어린 연주자들은 키즈 일렉트릭 오케스트라(Kids Electric Orchestra). 이름 그대로 대구 대곡초등학교 자율동아리의 초등학생들로 구성된 어린이 밴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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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대곡초 ‘키즈 일렉트릭 오케스트라’
대구의 초등학교 교실에서 다프트펑크의 ‘섬싱 어바웃 어스(Something About Us)’가 흘러나온다. 다프트펑크는 저평가받던 전자 음악을 주류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프랑스의 2인조 뮤지션이다.
대구 달서구 대곡초등학교의 키즈 일렉트릭 오케스트라 동아리실에서 6학년 김채원(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남나령, 하윤지, 진소연, 김해림, 송채은 학생이 합주를 하고 있다. 대구=최상수 기자
능숙한 솜씨로 컴퓨터 미디(MIDI·Musical Instrument Digital Interface)에 연결된 악기를 사용해 일렉트릭 록에서 동요까지 갖가지 선율을 만드는 어린 연주자들은 키즈 일렉트릭 오케스트라(Kids Electric Orchestra). 이름 그대로 대구 대곡초등학교 자율동아리의 초등학생들로 구성된 어린이 밴드이다.
“초등학교 2학년 어린이들이 다룰 수 있는 악기가 없더라고요. 소고(小鼓)도 간신히 하는 아이들이 당장 즐길 수 있는 악기는 없었죠.”
대구 달서구 대곡초등학교의 키즈 일렉트릭 오케스트라 동아리실에서 6학년 하윤지(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진소연, 송채은, 김해림, 김채원, 남나령 학생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구 달서구 대곡초등학교의 키즈 일렉트릭 오케스트라 동아리실에서 6학년 진소연, 남나령, 김해림, 김채원 학생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격인 지도 교사는 11년 전 초등학교 2학년 담임으로 처음 교편을 잡았던 시절을 회상했다. 당시 학교에서 동아리 활동에 사용하기 위해 배정된 100만원의 사용을 고민하던 중 취미로 배웠던 전자음악을 떠올리게 되었다고 한다. 미디 음악의 장점은 마스터 키보드(master keyboard), 미디 패트 컨트롤러(MIDI pad controller), 전자드럼 등으로 다양한 악기의 음색을 연주할 수 있다는 것. 짧은 동아리 활동 시간 동안 악기에 ‘단련’되기 쉽지 않은 어린이들이 키보드 연습만으로 단기간에 수준급 연주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선의 선택이었다.
연주곡은 주로 어린이들이 가능한 한 쉽게 연주할 수 있는 짧고 간단한 멜로디 위주로 선정한다. 소리를 만들어내는 악기 구성도 가능한 한 최소화하고 있다. 또한 학생들이 자신만의 취향을 찾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장르의 곡을 고른다.
하윤지 학생(왼쪽부터), 김해림 학생, 진소연 학생
대구 달서구 대곡초등학교의 키즈 일렉트릭 오케스트라 동아리실에서 6학년 진소연 학생이 미디 패드 컨트롤러를 연주하고 있다.
현재 17명으로 구성된 동아리 입부 경쟁은 치열하다. 학기마다 오디션을 실시하는데 올 1학기에는 7, 8명 모집에 지원자 40여명이 몰렸을 정도다. 활기 발랄한 어린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보컬은 특히 인기가 많아 오디션에 3번이나 떨어진 학생도 있다고 한다.
원래 클래식 악기를 연주하던 학생도 미디 매력에 푹 빠졌다. 피아노를 꾸준히 해왔으며 기타, 우쿨렐레도 칠 수 있는 6학년 남나령 학생은 “들어오기 전에는 원래 밴드부에 선입견이 있었다”면서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는 동안 생각이 바뀌었고 중학교에 진학하면 밴드부에 들어갈 생각”이라고 했다. 6학년 진소연 학생도 “중학교에 진학하면 밴드부에 들어가 전자 기타를 해보고 싶다”며 전자 음악에 대한 사랑을 나타냈다.
남나령 학생(왼쪽부터), 김채원 학생, 송채은 학생
대구 달서구 대곡초등학교의 키즈 일렉트릭 오케스트라 동아리실에서 6학년 남나령(앞), 송채은(뒤) 학생이 마스터 키보드를 연주하고 있다.
오케스트라의 주요 무대는 그동안 학생과 교사, 학부모 400여명이 관람하는 입학식, 졸업식과 같은 교내였다. 이젠 학교 울타리를 넘어 본격적인 외부 활동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초 예정되었던 대구피스뮤직페스티벌에서의 첫 교외(校外) 무대는 우천으로 취소됐다. 아쉬움도 있었지만 지난해 이틀간 8만여 명이 왔다 간 초대형 글로벌 뮤직 페스티벌 ‘RAPBEAT(랩비트)’(9월21∼22일)에 초대돼 빛과 소금, 엄정화, 장기하와 같은 거물급 아티스트와 같은 무대에 서게 된다. 키즈 일렉트릭 오케스트라는 학교 밖 큰 무대에 맞춰 다양한 음악을 선사하기 위해 오늘도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더 큰 무대로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어린이들이 음악을 통해 친구들과의 우정과 함께 푸른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을 쌓기 바란다.

대구=사진·글 최상수 기자 kilro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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