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소멸 위기 넘으려는 구미시의 간절함 “하나라도 낳자”
‘다자녀 공무원’은 무조건 승진 대상, 이달부터 시행
(시사저널=장원규 영남본부 기자)
대한민국의 인구 감소 추세가 심상찮다. 2030년까지 합계출산율 1.0명을 회복하더라도 2070년 생산가능인구가 반 토막이 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인구 절벽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경북 구미시도 예외는 아니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임기 시작부터 인구 위기 극복에 총력을 다했다. 그 결과 지난해부터 인구 감소세가 둔화하고 있다. 지난 6월 기준 구미시 인구는 전달 대비 3명 줄어든 40만4871명이다. 2년 전 매달 400명대 감소 추세와 비교하면 시책이 효과를 내는 모양새다.
김 시장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지금이 인구 문제 해결을 위한 '골든타임'이기 때문이다. 구미시는 이달부터 자녀가 한 명인 공무원에게도 승진 가점을 부여하기로 했다. 시는 2020년부터 3자녀 이상 공무원에게 승진 평가 시 1.5점을 줬는데, 앞으로는 자녀가 한 명만 있어도 0.5점을 주기로 한 것이다. 소수점 차이로 승진의 당락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은 데다 중앙부처와 국회, 타 지자체가 다자녀 공무원 우대 정책에 집중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파격이다.
여기에 2자녀 이상을 둔 공무원은 일정 요건만 충족하면 무조건 승진 대상에 포함시키는 인사제도도 이번 달부터 시행한다. 자녀가 3명 이상인 공무원이 승진임용 배수 범위 내에만 있으면 승진이 보장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출산 관련 가점을 주는 인사제도에 대한 역차별 논란도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미혼 또는 비혼 공무원이나 직장인들은 출산이나 육아에 따른 불이익을 없애는 데 그치지 않고 혜택을 주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난임부부들의 박탈감은 더 클 수밖에 없다. 갈등 관리를 하며 신중하게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권기정 박사(호프만에이전시코리아 지사장)는 "저출산 대책은 대표적인 우리 사회의 고맥락 어젠다로서 정치·경제·사회·젠더·문화 등 다양한 관점에서 이해관계자를 분석하고 공감적 경청부터 해야 한다"며 "아이를 낳고 기르는 가치와 철학에 구성원들과 먼저 공감대를 형성하는 정책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권 박사에 따르면 '출산하는 사람은 대박, 출산하지 않는 사람은 쪽박'으로 비칠 수 있는 단선적이고 일회적 저출산 대책은 오히려 반발하는 목소리를 늘리고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구미시의 '파격 인사제도'와 그 효과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사제도와 별도로 시는 지난 5월 조례 개정을 통해 구미시에 주소지를 둔 2자녀 이상 가정 중 1자녀 이상이 0~18세인 가정에 대해서도 지원 혜택을 늘리고 있다. 현재 구미시에 거주하는 대상 가구는 5월말 기준 2만6224가구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다자녀가구에 대한 지원 혜택으로 우선 '다둥e카드'를 제공한다.
2자녀 이상 가구는 공공시설(20여 개소) 사용료 40~100% 감면, 종량제봉투 무상지원(20리터 60매 지급), 출산축하금 150만~500만원, 주말 및 연휴 공용차량 무상 공유, 환경관리원 채용 가산점 2자녀 3점, 3자녀 이상 5점이 부여된다.
3자녀 이상 가구는 상수도 요금 할인 월 5100원, 고등학생·대학생 장학금, 가족 치료 목적 진료비 5만원 한도 지원, 세대당 자동차 1대·주택 1동 취득세 감면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시는 올 상반기 19만4619건, 약 22억원을 지원했다. 또 산업단지 근로자 부모가 아이와 함께 출퇴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구미 국가산단에 산단 특화형 돌봄·교육 통합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센터는 유아부터 중등생까지 이용 가능한 멀티 교육 공간을 갖춘 초대형 통합 돌봄 교육센터로 2025년부터 2027년까지 394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출산 여성과 경력 단절 여성을 지원하기 위해 돌봄이 가능한 노동환경을 제공하는 '돌봄연계 여성 일자리 편의점(구미지점)'을 전국 최초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공공기관 및 기업에서 최대 3개월까지 단기 일자리를 제공한다. 시는 특히 공직사회부터 변화에 앞장서기 위해 혁신 방안을 추진 중이며, 배우자 출산휴가 확대, 유연근무제 활성화, 다자녀 승진 우대 기준 완화, 육아시간 업무대행수당 신설 등의 제도를 도입했다.
민간 분야에서도 '워라밸 행복산단' 시범사업 선정, 가족친화인증기업 자금 지원 및 공공시설 이용료 감면, 소상공인 출산근로자 대체 인력비 지원,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 시행 중소기업 우대 등의 지원책을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
■김장호 구미시장 "아이 잘 키우는 공무원이 일 잘하는 공무원"
절반의 임기를 마친 김장호 구미시장은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구미시를 '출산·양육 친화도시'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공공분야부터 관련 인식을 개선해 사회적 배려 문화를 조성하고, 이를 지역사회와 기업으로 확산시키겠다고 했다. 또 향후 2년 동안 자신의 공약을 완성해 '구미 재창조'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인구 위기 극복 정책이 효과를 보고 있다. 비결은?
"인구 감소 완화 추세를 지속하기 위해 청년이 정착하고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지난해 1월 '인구청년과'를 신설하고 7월부터는 '미래돌봄교육국'으로 확대 재편해 생애주기별 지원을 체계화하고 있다. 365소아청소년진료센터, 구미시 아픈아이돌봄센터, 신생아 집중치료센터 등 필수 의료 인프라를 확보하고 구미 진학진로지원센터 개소, 교육발전특구 유치, DGIST 공학전문대학원 구미캠퍼스 유치 등 교육도시로의 전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 달부터 한 자녀 공무원에게도 승진 가점을 주고, '다자녀 공무원'은 일정 조건이 맞으면 무조건 승진 대상에 포함시킨다는데.
"'혁신은 공직사회 변화로부터 시작된다'는 기치 아래 '아이 잘 키우는 공무원이 일 잘하는 공무원이다'라는 생각으로 공직사회부터 변화에 앞장서기 위해 혁신 방안으로 추진한 것이다. 출산·양육 친화도시를 위한 인식 변화를 위해 공공분야부터 제도를 개선해 사회적 배려 문화를 조성하고 지역사회와 기업으로 확산해 나갈 계획이다."
미혼 또는 비혼 직원들로부터는 반발을 불러올 수 있고, 난임부부들에게는 박탈감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출산·자녀 양육 공무원의 인사상 우대와 함께 한자리에서 장기간 근무해 전문성을 갖추고, 변화의 아이디어를 내는 공무원에게도 승진 우대 등 충분한 인사상 혜택을 부여해 균형감 있는 인사를 추진할 것이다."
인구 문제와 직결된다는 경제를 위한 성과는.
"지난 2년간 용산(대통령실), 국회, 세종(정부청사) 등으로 쉼 없이 뛰었다. 18만7446km를 이동한 것으로 지구를 네 바퀴 반 이상 도는 거리다. 시민 여러분의 염원으로 지난해 반도체 소재·부품 특화단지와 방산혁신클러스터로 지정됐고, 올해는 교육발전특구와 기회발전특구 등 대규모 국책 프로젝트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466개 기업을 유치하고 5조7597억원의 투자를 이끌어냈으며, 4522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거뒀다. 민선 7기 4년 실적의 70%를 불과 2년 만에 달성했다."
임기가 반환점을 돌았다. 향후 2년의 역점 사업은.
"기회발전특구와 반도체특화단지, 방산혁신클러스터를 연계해 투자기업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고, 대구경북 신공항과 연계해 첨단산업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겠다. 지난 50년간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을 선도해온 구미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평균연령 30대, 지역내총생산(GRDP) 30조원 회복이라는 단기 목표를 세우고, 예산 3조원 시대를 새롭게 열겠다. 물가 안정과 소상공인 지원 등 민생경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수립하고, 골목상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 행정력을 집중하겠다."
산업단지 등 대형 프로젝트 외 시민 숙원사업도 있을 텐데.
"하나씩 해결하고 있다. 산동·양포 지역 주민들의 숙원사업이었던 해마루 고등학교가 22년 만에 신설 확정됐고, 경상북도 약사회관이 43년 만에 구미에서 새출발을 한다. 또한 구미~군위 간 고속도로 사전타당성조사에 돌입하는 등 중요한 성과를 이뤘다. 필수 의료 인프라 확보와 교육도시로의 전환을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365소아청소년진료센터, 아픈아이돌봄센터, 신생아 집중치료센터 등을 통해 필수 의료 인프라를 구축하고 구미 진학진로지원센터 개소, 학력 제고 사업 추진, DGIST 공학전문대학원 구미캠퍼스 유치 등을 통해 구미를 교육도시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주제를 좀 바꾸겠다. 최근 구미시가 '꿀잼도시'라는 말로 주목을 받았는데.
"회색빛 공단도시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고 낭만이 흐르는 '꿀잼도시'로의 변신을 위해 노력했다. 푸드페스티벌과 라면축제는 각각 15만 명과 10만 명의 참여를 이끌어내며 구미의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처음 시도한 달달한 낭만 야시장도 총 23만 명이 방문하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또 지난 5월 경북도민체전 개회식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3만5000명의 관중이 참석해 경북 도민 전체가 참여하는 축제의 장으로 승화됐다. 또한 지산샛강 생태공원 활성화 사업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음침했던 공간을 청년과 시민들이 모이는 '핫플레이스'로 탈바꿈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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