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의 도덕적 책임 vs 사생활은 다른 세계...야구선수들 계속되는 일탈, 어떻게 봐야할까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전국민이 다 알다시피 하는데, 이대로 뭉개고 지나갈 일인가. 아니면 정말 개인 사생활이니 존중을 받아야 할 부분인가.
국가대표 출신 프로야구 선수의 낙태 파문 폭로 여파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여성 B씨는 10일 밤 한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프로야구선수 A씨의 사생활을 폭로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수도권 팀 KBO리그 선수를 저격하는 글을 게시한 게 시작이었고, 11일 이 사실이 일파만파 퍼지며 논란이 됐다.
단순 의혹이었다면 모를까, 여성 B씨가 제시한 근거들은 매우 구체적이고 만남부터 문제가 발생하기까지 자세했다. 요는 A선수가 여자친구가 있음에도, 팬으로 만난 B씨와 관계를 이어가며 임신까지 시켰고 낙태까지 강요했다는 것이었다. 이 낙태에 B씨는 불임 가능성도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A선수는 폭로 이후에도 훈련, 경기를 정상적으로 소화하고 있다. B씨가 실명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수도권팀, 국가대표 출신, 2003년생 마무리 등 누구인지 충분히 알 수 있는 내용들을 제시했다.
야구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선수가 누구인지 다 안다. 하지만 A선수는 이 문제에 대해 묵묵부답이다. 구단은 이 사실을 알고 소위 말하는 '멘붕'에 빠졌다. 도덕적 기준으로 볼 때, 이 선수가 분명 잘못을 했다. 하지만 폭력을 행사했다든지, 음주운전을 했다든지 법적으로 처벌받을 일이 아니니 선수에게 징계를 내리고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A선수는 전력의 핵심이다. 이 선수 없이 후반기를 치른다는 건, 성적을 포기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을만큼 타격이 있는 일이었다.
롯데 자이언츠 나균안 사태가 비슷한 예다. 롯데는 나균안이 불륜 논란에 휘말린 게 알려진 가운데도, 이 문제에 대해 말을 아끼고 계속 경기에 출전시켰다. 사생활까지 구단이 터치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나균안은 지난 시즌 항저우아시안게임 금메들을 획득한, 롯데에 없어서는 안될 토종 선발 요원이다.
구단들도 죽을 맛이다. 비슷한 일이 계속 발생하니, 교육도 하고 신신당부도 한다. 하지만 바뀌는 게 없다. 그렇다고 다 큰 선수들을 일일이 따라다니며 통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선수 개인의 일탈에 구단과 그룹 이미지는 추락한다. 뒷감당은 구단이 다 하는데, 정작 선수 에이전트들은 이런 일이 생기면 조용하다. 연봉 협상 때만 열심이다.
하지만 법적 책임이 아니더라도, 분명 프로 선수로서 해서는 안될 일은 저지른 게 맞다. 팬이 먼저 접근을 했다 치더라도, 그 팬을 기만하고 낙태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만들었다. 이 선수가 아무 입장 표명 없이 계속 경기에 나오는 걸 지켜보는 게 불편한 팬들이 매우 많을 수밖에 없다.
다만, 프로 선수라고 일련의 사고들에 대해 지나치게 높은 잣대가 적용되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의견도 있다. 한 구단 고위 관계자는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인데, 야구 선수는 사회적으로 매장을 당한다"며 이런 일들이 일어났을 때의 대처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야구 외적 사생활 부분은, 개인이 알아서 할 일이고 그저 야구장에서 최선만 다 하면 된다는 의견도 나올 수 있다.
뭐가 맞는 걸까. 범법이 아니라면 당장의 성적에 집중해야 할까, 대중의 눈높이를 맞추는 게 먼저일까. 그것보다 이 선수가 누구인지 사실상 다 알려진 상황이라면, 어떤 입장 표명이라도 하고 넘어가는 게 최소한의 예의일 수 있다. 징계를 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자신이 잘못했다고 느낀다면 사과를 하든, 혼전 젊은 선수의 연예 문제니 야구와는 상관 없는 일이라고 당당히 주장을 하든 어떤 말이라도 하는 게 프로 선수로서의 도리일 것이다. 숨는 게 능사가 아니다. 팬들이 알고 싶어하고, 궁금해 하는 일이라면 프로는 그에 대한 설명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
결국은 팬들이 판단을 하면 된다. 이런 문제를 일으키는 선수는 응원하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하면 이를 실행하면 되고, 그런 것과 상관 없이 야구와 선수가 좋다고 한다면 계속 응원을 하면 된다. 다만, 그럴 경우 문제 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선수들의 일탈은 계속될 수 있다는 게 또 문제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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