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몸 ‘문신’, 개인 자유일까 규제 대상일까 [지금 교실은]
“진짜 교사 맞나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한 교사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영상 속 교사는 중학교 교실에서 다른 교사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평범한 장면 속에서 사람들의 이목을 끈 것은 교사의 ‘팔’이었다. 반소매 차림의 교사의 팔에 나비 모양의 문신이 2개 보였기 때문이다. 손바닥보다 작은 이 나비 그림들은 온라인에서 금세 뜨거운 논란이 됐다. 영상을 본 이들은 “교사에게 문신은 부적절하다”는 쪽과 “개인 자유”라는 쪽으로 갈려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학부모 입장에서 좋아 보이지는 않네요.”, “교사 업무와는 상관없지 않나요.” 중학교 교사 A씨의 영상에 달린 댓글들이다. 12일 온라인에서 ‘교사 문신’을 검색하면 수많은 곳에 A씨의 영상이 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영상의 댓글은 대부분 A씨 팔에 있는 문신에 대한 내용으로, ‘교사로서 부적절하다’는 의견과 ‘개인의 자유일 뿐’이란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교사의 문신이 부적절하다는 이들은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아이들이 문신을 따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는 것이다. 중학생 자녀가 있는 한 학부모는 “청소년 시기에 교사는 아이들의 ‘롤모델’이 될 수도 있고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교사 문신을 보고 예쁘다고 생각하고, 문신에 별다른 관심이 없던 아이들까지도 문신을 생각하게 될 수 있을 것 같다.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도 “아직 우리 사회 통념상 잘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일반 회사에서도 문신을 굳이 드러내고 다니는 분위기는 아니지 않나”라며 “교사는 다른 직업보다 더 윤리적인 책임 등이 따르는 만큼 문신을 하더라도 잘 안 보이는 부분에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댓글 창에서도 “어깨 또는 일반 반소매로 가려지는 쪽에 문신해야 한다“, “TV에 나오는 연예인들도 반창고 등으로 문신을 가린다” 등의 의견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반면 개인의 자유일 뿐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교사의 업무와 문신은 별다른 관련성이 없다는 것이다. 한 학부모는 “문신이 혐오감, 위화감을 줄 정도로 크면 모르겠지만 작은 나비 그림 정도는 상관없는 것 같다”며 “아이들과 잘 지내고 교사 업무를 제대로 한다면 아이의 교사가 문신이 있어도 딱히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신을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선입견”, “문신은 패션 아이템일 뿐"이란 의견도 나왔다.
교사의 문신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좀 더 많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달 초 토마토그룹 여론조사 애플리케이션 ‘서치통’이 11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64.7%가 교사의 문신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문제가 있다고 보는 이유로는 ‘학생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란 응답이 56.6%로 가장 많았고, ‘공무원의 품위가 손상되는 행위이기 때문에’ 26.3%, ‘문신 자체가 위협적이라는 인상이 있기 때문에’ 10.5% 순이었다.
교사의 문신에 문제가 없다고 보는 35.3%는 그 이유로 ‘문신도 패션, 개성으로 인정받는 시대이기 때문에’(45.0%), ‘문신은 개인의 자유이기 때문에’(35.0%), ‘교사의 문신을 금지하는 별도 규정이 없기 때문에’(12.5%) 등을 꼽았다.
현재 공무원법에 교사의 용모나 복장에 대한 제한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교육부는 과거 전국 교육청에 ‘품위유지와 공직 예절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복장을 착용해야 한다는 공문을 보낸 바 있다.
공문은 정장 바지, 면바지 등의 복장을 권장하고, ‘지나친 개성 표출로 불쾌감이나 거부감을 줄 수 있는’ 슬리퍼나 반바지, 찢어진 청바지 등은 바람직하지 않은 복장이라고 예를 들었다. 하지만 이런 예시도 어디까지나 권장사항일 뿐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문신 관련 규정은 없다”며 ”문신을 한 교사가 많지 않아서 지금까지 관련해서 논의한 적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생들을 가르치니까 도의적으로 문신을 피하라고 할 수 있지만 문신 자체로 징계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문신이 징계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공무원에게는 ‘품위유지’의 의무가 있어서다. 만약 교사의 문신과 관련해 ‘비교육적’이란 민원이 수차례 들어간다면 경우에 따라 품위유지 위반으로 징계를 할 수도 있다. 앞서 병무청은 소속 공무원이 얼굴과 목 등에 문신과 피어싱을 해 논란이 되자 “국가공무원법상 품위유지, 명령 복종의 의무를 위반했다”며 감봉 3개월의 징계를 하기도 했다.
현직 교사들 사이에선 ‘놀랍다’는 반응이 많았다. 경기의 한 중학교 교사는 “교직 사회는 ‘튀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분위기여서 다들 학교에선 되도록 무난하게 입으려고 한다”며 “문신은 생각도 못해봤어서 영상을 보고 솔직히 조금 놀랐다”고 전했다.
그는 “대부분의 교사는 문신을 부정적으로 생각해서라기보다는 민원이 들어오는 등 귀찮은 일이 생기는 것이 싫어서 문신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문신에 대한 개인적인 선호도를 떠나 학부모의 민원 등을 우려해 꺼리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또 다른 교사도 “주변에 문신을 한 교사가 있긴 한데 평소엔 옷으로 잘 가리고 다닌다. 문신이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말 나오는 게 싫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실제 논란 속 영상의 교사도 SNS 영상 등이 퍼지면서 수차례 민원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교사는 과거 SNS에 “(나는) 정교사고 임용 볼 때 (문신은) 결격 사유가 아니다”라며 “몇 년 전부터 SNS를 보고 교육청으로 민원을 한 사람이 많지만, 이런 민원에 교육지원청은 “교사의 자유이기 때문에 제한할 수 없다”고 답했다”고 썼다.
그는 “(문신이) 애들한테 악영향이 있다는 것은 애초에 ‘문신은 나쁜 것’이라는 전제가 성립되어야 가능한 주장”이라며 본인은 학생 지도활동은 매우 잘하고 있고, 학부모들도 만족하고 있다고 쓰기도 했다.
충청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사회가 교사에게 요구하는 모습이 있어서 다른 직업보다 더 문신이 논란이 되는 것 같다”면서도 “교사의 용모 등에 대해 과도하게 지적하는 모습은 씁쓸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남학생이 있는 학교에서 여교사에게 치마를 입지 말라고 하는 등 복장과 관련한 학부모의 민원이 꽤 많다”며 “교사도 논란이 될 만한 행동이나 복장은 자제해야겠지만, 학부모들도 교사의 모습을 과도하게 규제하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종=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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