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몰아치는 ‘돌풍’이 몰고 온 정치 도파민[多리뷰해]
“대통령을 시해했습니다”...시작부터 파격
박경수 작가의 짜릿한 글맛, 설경구 김희애의 쫀쫀한 앙상블
넷플릭스 시리즈 ‘돌풍’은 세상을 뒤엎기 위해 대통령 시해를 결심한 국무총리와 그를 막아 권력을 손에 쥐려는 경제부총리 사이의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추적자-더 체이서’ ‘황금의 제국’ ‘펀치’까지 권력 3부작으로 호평 받은 박경수 작가의 신작이다. 영화 ‘방법: 재차의’ ‘챔피언’, 드라마 ‘당신이 소원을 말하면’ 등을 연출했다. 배우 김희애와 설경구의 만남으로, 또 설경구의 첫 드라마 주연작으로 주목받았다.
7년 만에 신작을 내놓은 박경수 작가는 “‘돌풍’은 박동호의 위험한 신념과 정수진의 타락한 신념이 정면충돌하여, 대한민국 정치판을 무대로 펼쳐지는 활극”이라며 “이미 낡아버린 과거가 현실을 지배하고, 미래의 씨앗은 보이지 않는, 답답하고 숨막히는 오늘의 현실을 리셋하고 싶은 갈망에서 시작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나의 분노는 정당한가?’라는 성찰에서 시작했다. 박동호와 정수진의 ‘성찰 없는 분노’는 그들 모두를 괴물로 만들어 버렸다. 그래서 물었다. ‘나의 분노는 정당한가?’ 그 답을 내릴 수 없는 질문 속에서 고통스러워하며, 부끄러워하며 써 내려간 대본이 ‘돌풍’이다. 이 작품을 보면서, 우리가 한 번쯤 자신의 분노는 정당한지 생각해 볼 수 있다면 너무나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
연출을 맡은 김용완 감독은 “박경수 작가님의 글을 해치지 않도록 하는 게 숙제였다. 그래서 오히려 연출이 도드라지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6월 28일 넷플릭스 공개. 12부작.
“나는 선을 넘었다. 선을 넘은 자에게 한계는 없어.”
국무총리 박동호(설경구 분)는 한때 동지였지만 타락해 버린 대통령 장일준(김홍파 분)에게 하야를 요구하다 되려 음모에 휘말려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고심 끝에 스스로의 신념과 욕망을 위해 대통령 시해라는 극단적인 결심을 한다.
대통령의 총애를 받으며 기득권과 결탁한 경제부총리 정수진(김희애 분)은 차기 권력을 독차지하기 위해 독주하는 박동호를 막고자 한다. 검찰, 재벌, 국회, 내각, 국정원, 여론과 대통령 영부인까지. 모든 것을 총동원한 전쟁의 막이 오른다. 물러설 수 없는 벼랑 끝 박동호와 정수진은 돌풍의 한가운데 선다.
# 부패 세력을 쓸어버리려는 국무총리 박동호(설경구) : 대통령 장일준에게 하야를 요구했다가 되려 누명을 뒤집어쓰고 모든 것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한 박동호. 대통령 시해라는 극단적인 결심을 하게 된 그는 재벌 검찰 여론을 이용해 자신을 조여오는 정수진을 포함한 부패 권력을 뿌리 뽑기 위해 권력을 잡으려 고군분투한다. 정수진을 무너뜨리기 전까진 멈출 수 없다.
# 차기 권력을 독차지하려는 경제부총리 정수진(김희애) : 세상을 바꾸고 싶어 정치에 뛰어들었고, 한때 대통령 장일준의 왼팔, 오른팔로 박동호와 함께 하던 사이였다. 그러나 청와대에 입성한 후 대통령과 함께 부패의 고리 속으로 들어가 운명 공동체가 된다. 대통령 시해를 불사하며 폭주하는 박동호를 몰락시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권력 전쟁을 시작한다. 물러서기엔 지켜야 할 것이 너무 많다.
# 그 밖의 인물 : 정치 권력도 쥐락펴락하는 대진그룹 부회장 강상운(김영민), 박동호에게 목숨을 위협받는 대통령 장일준(김홍파), 박동호의 든든한 수행비서 서정연(임세미), 박동호의 오랜 친구이자 정의감에 가득 찬 서울중앙지검장 이장석(전배수), 야망 넘치는 여당 중진 국회의원 박창식(김종구), 치명적인 비밀을 숨기고 있는 야당 대표 조상천(장광), 정치인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지닌 대진그룹 강회장(박근형), 정수진의 남편 한민호(이해영), 정수진의 비서 이만길(강상원), 차장검사 정필규(정해균), 대통령 영부인 유정미(오민애) 등이 호흡을 맞췄다.
# ‘돌풍’의 핵, 美친 필력 박경수 작가
역시는 역시다. 감독과 배우들이 입을 모아 박경수 작가의 팬을 자처한 것처럼, 그는 이번에도 탄탄한 필력으로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몰락하는 인간”에 끌린다는 박경수 작가는 잘못된 신념을 가진 두 인물의 팽팽한 대립과 수싸움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냈다. 대통령 시해라는 설정으로 시작부터 시청자들의 뒤통수를 강타하며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비유와 현학적인 대사들은 또 어떤가. 다시 한번 곱씹게 만드는 대사들이 즐비하다.
“다시 시작하고 싶다, 숨 막히는 오늘의 세상 다 쓸어버리고”, “거짓을 이기는 건 진실이 아니야. 더 큰 거짓말이지”, “공정한 나라, 정의로운 세상, 이 땅을 천국으로 만들겠다 약속한 자들이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었어” 등 명대사 파티다. 박경수 작가야말로 ‘돌풍’의 핵이다.
# 멈출 수 없어요, 美친 엔딩의 연속
강, 강, 강이다. 시작부터 대통령 시해라는 강펀치를 날린 ‘돌풍’은 매회 절대 끊을 수 없는 엔딩을 완성, 12부작을 순식간에 질주하게 만든다. 박경수 작가는 숨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전개와 반전을 거듭해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디테일과 개연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속도감 있는 전개는 ‘돌풍’을 멈출 수 없는 힘이다. 김용완 감독은 ‘비밀의 숲’에 참여한 김나영 편집감독과 이를 찰떡같이 살려내며 쫀쫀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 구멍은 없습니다, 美친 연기 앙상블
“연기 구멍이 없다”는 김용완 감독의 말처럼 베테랑들이 만나 한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짜릿한 정치 도파민의 맛을 보여준다. 카메라 밖에서 서로 죽일 듯이 연기하며 호흡을 맞춘 설경구 김희애의 숨막히는 대립과 앙상블에 시간이 ‘순삭’되는 것. 디저트 먹는 모습까지 얄미운 김영민의 열연, 우아하면서도 강렬한 김미숙도 ‘돌풍’에 힘을 보탠다. 김홍파 전배수 박근형 임세미 등 베테랑 배우들이 출동해 활약을 펼친다.
# 뒤통수도 반복되면 지겹다?
어제의 동지가 적이 되기도 하고, 적의 적과 손을 잡기도 한다. ‘돌풍’은 서로의 뒤통수를 치며 치열한 수싸움을 벌인다. 반전의 반전이 이어지는데, 어느 순간 비슷한 패턴이 반복된다. 몰래카메라와 도청의 반복도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꼽힌다. 아무리 강력하다고 해도, 그것이 반복되면 처음의 충격과 강렬함도 퇴색될 수밖에 없다.
# 현실 혹은 판타지의 간극
보는 이에 따라, 정치색에 따라 호불호도 나뉜다. 일각에서는 극 중 캐릭터들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유은혜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등을 연상하게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실제 역사와 인물에서 따온 듯한 설정 덕에 흥미진진하게 봤다거나 불편하다는 반응도 있다. 누군가는 다크 히어로처럼 느껴지는 캐릭터의 활약이 통쾌하다고 느끼고, ‘대통령 시해’라는 비현실적인 소재 탓에 몰입이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설경구는 이러한 반응에 대해 “‘돌풍’은 현실이 아닌, 판타지”라고 밝혔고, 김용완 감독도 “현대사에 겹치는 부분이 있어 연상될 수 있지만, 저희가 의도하거나 그런 건 없었다. 오롯이 시청자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가치관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지만, 좋은 작품은 여러 가지 해석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서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정치판을 배경으로 쉴 새 없이 휘몰아치는 강렬한 사건들을 담아내는 동시에 승패를 가를 수 없는 두 인물의 팽팽한 경쟁과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충격적인 반전으로 “정치 도파민”을 선사했다는 평을 얻고 있다.
지난달 28일 공개 직후 ‘오늘 대한민국의 TOP 10 시리즈’ 부문 1위를 기록했다. K-콘텐츠 온라인 경쟁력 분석 기관인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표한 6월 4주차 TV-OTT 드라마 화제성 조사에서 공개 첫 주 5위를 차지했다. 설경구와 김희애는 각각 출연자 화제성 8위와 9위에 올랐다.
[시청자 소리]
호 “박경수 작가가 또 해냈다” “주말 밤 논스톱 완주” “한국판 하우스 오브 카드” “갓경수” “대본집이 필요합니다” “반전의 반전, 휘몰아친다” “김희애 설경구의 클래식한 연기” “순식간에 정주행했다” “넷플릭스 오랜만에 구독료 아깝지 않았다”
불호 “강력했던 초반부에 비해 힘빠지는 후반부” “디테일이 아쉽다” “중반부터 반복되는 패턴에 재미 반감” “개연성 없는 반전 퍼레이드” “명언 배틀만 하다 끝난다” “용두사미”
# 별점 ★★★☆
휘몰아친 ‘돌풍’, 그걸 어떻게 멈추겠어요(양소영 기자)
# 별점 ★★★★☆
폐부를 찌르는 대사, 죽일 듯 팽팽한 긴장감, 까방권 부르는 이 미친 연기력(진향희 기자)
# 별점 ★★★★
장인들이 완성한 ‘돌풍’의 맛(방송 담당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한때 1위였는데 어쩌다 이지경 됐나…꼴찌된 ‘넷플릭스 대항마’ - 매일경제
- [단독] “젠틀한 그 아저씨, 다가가긴 어려워”...2030에게 한동훈 이미지는 이렇다는데” - 매일
- [단독] 4500억 ‘새만금 풍력발전’ 사업 취소…“허위주주명부로 허가 취득” - 매일경제
- 최저임금 못받는 근로자·나홀로 사장 역대급 늘었다…노사 모두 패자 - 매일경제
- “그래도 민주당 못뽑겠다, 미워도 다시 한번”…3500명 몰린 국힘 대구 합동연설회 가보니 [르포
- 아파트 복도서 여중생 납치하려던 50대男... 딸 비명 듣고 나온 아빠가 제압 - 매일경제
- 인·태 이어 나토까지 압박 … "중국, 러시아 돕지 말라" - 매일경제
- 자녀 유치원 보낸 부모들 ‘발칵’…킥보드로 4세 아이 머리 폭행한 교사 - 매일경제
- ‘기사보고 알았다’ 최동석 심경고백…“제가 좀 뜸했나요?” 박지윤 근황 - 매일경제
- 미국 전문가 “최강 중국? 여자 단식은 안세영” [Paris D-14]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