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밝은 시인, 새까만 울음을 문지르면 밝은 이가 될까

장재선 기자 2024. 7. 13.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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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밝은 시인은 가버린 시간을 현재로 끌어들이거나 늘여내어 눈앞으로 가져오기도 한다.

김밝은 시인의 시집 '새까만 울음을 문지르면 밝은 이가 될까'(미네르바 발행)에 대한 문효치 시인의 소개 글이다.

김밝은 시인은 이번 시집에 자신의 고향 이름을 드러낸 시 '발라드 오브 해남'를 포함했다.

시인이 이번 시집에 붙인 글은 그가 앞으로도 울음을 문지르고 또 문지르며 환한 쪽으로 가야 하는 시인의 운명을 기꺼이 짊어질 거라는 믿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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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시집 펴내…“감정 절제, 발효 시켜 특유의 언어 미학 이뤄내”

“김밝은 시에서 사유의 세계는 매우 절절하다. 아마도 그의 경험 세계에 아픔이 자리 잡고 있으면서 삶의 굽이굽이에서 돋아오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러나 시인은 담담한 어조로 시를 엮어내고 있다. 감정을 절제하고 발효시키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의 시가 격조를 유지하고 있음은 그런 까닭일 것이다.

김밝은 시인은 가버린 시간을 현재로 끌어들이거나 늘여내어 눈앞으로 가져오기도 한다. 이 또한 그의 상상의 힘이 그만큼 장대함을 의미한다.

신선한 시각으로 사물을 대하면서 내면의 본질을 들여다보고 참신한 언어 감각으로 조탁하여 다듬어냄으로써 그 특유의 언어 미학적 성과를 잘 거두어 냄도 그의 장처라 할 수 있다.”

김밝은 시인의 시집 ‘새까만 울음을 문지르면 밝은 이가 될까’(미네르바 발행)에 대한 문효치 시인의 소개 글이다. 김 시인이 문학 스승이라 부르는 문 시인의 도타운 애정이 느껴지는 평이다. 대가의 시선은 역시 웅숭깊다. 감정을 절제하고 발효시켜서 시격을 지켜내는 김밝은 시의 특장을 다사롭게 바라본다.

밀어내도 밀어내도 마음만은

무작정 아득해져서

홀로 선 바위도 섬 하나가 되고

떨어진 꽃 한 송이도

한 그루 나무의 마음이 되지

비를 붙들고 걷는 사람을 꼭 껴안은 바다는

열어젖힌 슬픔을 알아챘는지

흠뻑 젖은 그림자로 누워 있네

아무리 생각해도

섬과 사람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

참, 눈물겹기도 하지

- ‘참, 눈물겹기도 하지(-선유도에서)’ 전문

땅끝 해남에서 태어나 자란 시인은 유독 섬을 사랑한다. 선유도, 석모도, 하제포구, 서도역 등에서 만난 풍경과 소통하는 심상이 각 시편에 담겨 있다. 그의 대표 연작 ‘애월(涯月)을 그리다’는 제주에서 그린 것으로, 이번 시집에서도 수 편을 만날 수 있다. 거기에는 울음의 물기가 있지만, 그것을 혼자서 이미 말린 후 세상 이웃의 희로애락을 품는 온기에의 소망이 존재한다.

황치복 평론가는 시집 해설에서 이렇게 썼다. “부재의 고통으로부터 시작된 시인의 시적 여정은 꿈과 환상이라는 주술적 세계를 거쳐 발효되고 숙성되는 섬의 세계에 도달했다. 이러한 과정은 시적 사유의 성숙 과정이라고 할 수 있으며, 시인의 시의식이 그윽해지고 아득해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김밝은 시인은 이번 시집에 자신의 고향 이름을 드러낸 시 ‘발라드 오브 해남’를 포함했다. 역시 연작 형태인데 그 첫 번째 편은 다음과 같다.

목소리만 남겨 놓은 그 사람이 떠나갔다

유난히 길어진 눈썹달이

발라드라도 한 곡 불러주고 싶은지

전봇줄 레와 미 사이에 앉아 있다

채우지 못한 음계를

바닷바람이 슬그머니 들어와 연주하면

허공을 가득 메운 노을과

나만이 관객인 오늘

시가 내게 오려는지

그만, 당신을 잃어버렸다

시가 오려고 당신을 잃어버리는 경지. 그게 시인의 천형이다.

김밝은 시인은 2013년 등단한 후 천형을 감내하며 부지런히 작품을 발표해왔다. 시집 ‘술의 미학’, ‘자작나무숲에는 우리가 모르는 문이 있다’를 펴낸 바 있다. 상대적으로 늦은 나이에 문학계에 등장했으나, 언어 미학의 성취가 높은 작품들로 크게 주목받고 있다. 시인이 이번 시집에 붙인 글은 그가 앞으로도 울음을 문지르고 또 문지르며 환한 쪽으로 가야 하는 시인의 운명을 기꺼이 짊어질 거라는 믿음을 준다.

‘시가 내 어깨에 손을 얹은 후에도

찾아갈 수 없는 곳

만져볼 수 없는 마음들에 조바심이 났다

그러는 사이에도

시에서 눈을 떼지 않겠다는 기억만은 더 선명해져서

꽃그늘 아래서도 새까만 울음이다’

장재선 전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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