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가 독자에게 전달되지 않는 시대 대비해야"

정민경 기자 2024. 7. 13.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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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정훈 다이렉트 미디어랩 대표
"저널리즘 역시 엔터 테크 분야…콘텐츠로 독자 늘리는 건 같아"
빠른 미디어 생태계 변화…"광고는 약화, 구독 모델은 신기루"
"영향력과 수익이 만나는 그 지점, 철저한 분석 필요"

[미디어오늘 정민경 기자]

▲2023년 미디어오늘이 주최한 '미디어의 미래' 강연자로 나선 한정훈 다이렉트 미디어랩 대표의 모습.

20년차 미디어 전문기자가 방송사를 떠나 연구소를 차린 지 1년이 가까워졌다. 한정훈 전 JTBC 미디어 전문 기자는 지난해 6월 JTBC에서 퇴사 후 '다이렉트미디어랩'(Direct Media Lab)을 운영하고 있다.

다이렉트미디어랩은 엔터테크 관련 뉴스 미디어와 연구소다. 미디어 동향 리포트나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미디어 컨설팅도 진행한다. 크리에이터와 미디어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 플랫폼과 유튜브 방송 등을 위한 스튜디오도 운영한다. 지난 1월 다이렉트미디어랩에 임석봉 전 JTBC 정책협력실장이 합류했고 한국과 미국 지사의 직원들도 늘어나는 등 규모도 커지고 있다. 현재는 글로벌 대상 FAST(무료 광고 기반 스트리밍 TV) 영어 뉴스 채널 런칭을 준비 중이다. 한 대표는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 중이다.

그는 커리어 초반, MBN에서 미디어 담당 기자를 하며 종편 추진 사업단에 속해있었다. 미디어 산업에 대한 구조를 살펴보면서 전문 기자로 성장한 배경 덕에 미디어 분야를 산업적 측면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하다. 그의 연구소에서도 '미디어 산업'이라는 분야 대신 '엔터 테크 산업' 분야를 규정하고, 저널리즘이나 미디어 산업은 엔터 테크 산업 안에 속한다는 관점을 가진다.

한 대표는 “저널리즘도 엔터 테크 기반이라고 생각한다”며 “좋은 콘텐츠를 어떻게 시청자(독자)한테 전달할 것이냐 고민하는 것은 같다”고 말했다. 많은 한국의 방송사나 언론사의 수익 구조가 고착화됐고 고객들이 지갑을 열 콘텐츠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하는 그를 지난 3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만났다.

▲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크리에이터 축제인 비드콘에 참석한 한정훈 대표의 모습.

-MBN과 JTBC에서 미디어 전문 기자로 재직했다. '미디어 전문기자'라는 타이틀로 가장 오래 일한 기자인가.

“맞다. 2003년부터 기자 생활을 했다. 초기 2년 정도를 제외하면 모든 기자 생활을 미디어 분야와 함께 했다. 미디어, 특히 유료 방송과 방통위 미디어 정책을 집중 취재했다. 미디어 전문 기자로서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게 된 건 2009년~2010년 MBN에서 종편 추진 사업단에 있을 때부터다. 종합편성채널 런칭을 준비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고 관련 취재도 하게 됐다.”

-기상학을 전공했다. 기자가 된 계기, 특히 미디어 분야 기자가 된 이유가 궁금하다.

“미디어 분야는 사실 기자들 사이에서 인기 출입처가 아니다. 특히 방송사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으려고 하는 영역이다. 회사 간 이해 관계 때문에 사건이 있어도 기사를 못 쓰는 경우도 많다. 미디어 업계 종사자가 아닌 일반인이 관심을 가질 만한 사안도 아니라고 보기도 한다. 게다가, 가끔 회사와 관련한 로비(전문 용어로 기자 영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인기가 없었다.”

-보통 미디어 기자는 문화부 소속으로, 전문 기자 타이틀을 잘 달지 않는 영역이다. 미디어 전문 기자로서 어떤 차별점을 갖췄다고 생각하나.

“스스로를 미디어 전문 기자로 부르고 회사에서도 인정하게 된 계기는 종합편성채널 준비단(2009년)에 있으면서부터인 것 같다. 그때부터 뉴스룸 및 미디어 산업에 대해 종합적으로 파악하게 됐다. 한국 언론사, 미디어 회사, 유료 방송 사업자들의 매출 구조를 알게 됐고 현재 수익원과 미래 수익원에 대한 고민, 글로벌 미디어와 뉴스룸과의 차이점 등을 파악하게 됐다. 종편이 시작 초기 많은 비판을 받았고 지금도 부정적인 시선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미디어 기자로 완전히 자리 잡게 된 계기라고 생각한다. '10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 정도로 오래 미디어 분야를 들여다 본 것도 차별점이다.”

-자신의 미디어 관련 취재 중 기억에 남는 취재와 기사를 꼽는다면.

“아쉽게도 주로 미디어 산업과 뉴스룸 구조 개편 등을 취재하다 보니, 큰 단독을 많이 하거나 세상에 반향을 일으킬 만한 기사는 쓰지 못했다. 그러나 종편을 준비할 당시 대만과 미국을 방문해 종합편성채널(해외에는 종편이라는 개념이 없지만)의 미래를 취재한 내용은 기억에 많이 남는다.

또 2010년 이후 소셜 미디어가 뉴스룸(특히 방송)에 침투할 당시 메타(당시 페이스북), X(당시 트위터), 스냅(Snap) 등의 플랫폼에서 미국 언론사들이 새롭게 시도하는 포맷을 종합적으로 취재해 기사화했던 기억은 많이 남는다. 뉴미디어 뉴스 포맷의 미래 가능성을 이때 느끼게 됐다.”

-미디어 전문기자 일을 그만두면서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

“방송에서 미디어 전문 기자로 오래 동안 활동하게 되어서 일반 독자들과의 호흡보다는 사업자들과의 이해 관계나 산업적인 영향을 지나치게 강조해 취재해온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한정훈 대표.

빠른 미디어 분야 생태계 변화…“광고는 약화, 구독 모델은 신기루”

-이제는 리포트를 내고, 미디어 업계에 컨설팅 하는 일을 하고 있다. 최근 중요하게 바라보고 있는 미디어 산업 동향은.

“단연 AI와 FAST다. 이들 두 테크놀로지는 엔터테크에서도 가장 중요하다. 엔터테크라는 것은 결국 엔터테인먼트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독자를 확대하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미디어 산업은 AI가 등장하면서 위기에 처해 있기도 하다. 기존에 사람(콘텐츠 크리에이터)이 했던 많은 일들이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생성AI로 대체되고 있다. 많은 설문 조사에서도 미디어 산업은 교육과 함께 AI의 의해 가장 많이 변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영역으로 꼽혔다. 그래서 미디어 분야에 종사한다면 AI의 다양한 면을 파악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아울러 미디어 분야 생태계 변화도 주목해야 하는 부분이다. 기존 광고나 후원 모델은 미디어 플랫폼 약화와 함께 힘을 잃고, 많은 뉴스 미디어들이 구축하기 원했던 구독 모델은 신기루와도 같다. 그래서 우리는 새로운 미디어 생태계를 찾아야 한다. 콘텐츠의 영향력과 수익이 만나는 새로운 지점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다.

-최근 업계를 떠나는 기자, PD들이 많다. 업계에 대한 평가도 이전과 같지 않다.

“업계에 대한 이야기를 거칠게 요약해보면, 방송사나 신문사, 홈쇼핑 방송 등 모두 기존의 질서들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인 것은 같다. 이 위기를 맞이하면서 대응을 하지 않았다. 새로운 환경에 맞춰 시스템을 갖춰왔어야 했는데 기존에 하던 대로 했다. 성과를 내는 것에만 집중하고 시스템 투자 등은 하지 않았다. 특히 사장이 몇 년 만에 계속 바뀌는 방송사나 홈쇼핑 등이 특히 그렇다. 이제는 대응을 하기에도 늦어진 게 아닌가 싶다. 그러면서 '미디어 산업'이라는 말도 의미가 없어지는 수준이 된 것 같다.”

-다이렉트미디어랩 역시 '엔터 테크 전문 미디어&연구소'라고 소개되어 있다. 과거 독자적인 파이가 있었던 미디어 산업이 이제는 엔터나 테크 영역에 포함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미디어 플랫폼의 광고 기반은 너무나 많은 플랫폼이 생기면서 분산됐고 이제는 파이가 작아졌다. 미국의 NPR처럼 비영리로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의무로 생각하는 것 아니면 산업적인 측면에서는 어렵다고 본다. 지금은 많은 미디어 플랫폼이 규모를 줄이고, 혹은 네트워킹을 제공하는 장으로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면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에서도 미디어 비즈니스를 적극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다만 미국의 경우 AI 위주 산업으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그 흐름을 빠르게 따라잡은 곳들은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그렇다면 기자 개인은 어떤 기사를 써야 할까.

“업계 상황은 좋지 않지만 오히려 요즘처럼 전문 기자가 필요한 때가 없는 것 같다. 생성형 AI가 기자들이 일반 스킬, 팩트에 대한 스트레이트나 비디오를 만드는 일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람들은 기사를 볼 때 이상하다면 AI가 썼는지부터 의심한다. 때문에 자신의 이름과 글을 알릴 수 있는 작업이나 업무를 해야 한다. 유튜브나 팟캐스트 등 멀티 플랫폼 뉴스에 도전하는 방향도 좋다.”

-후배 기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회나 산업의 다양한 면을 경험하고 파헤치는 기자는 정말 좋은 직업이다. 그리고 자신만의 스토리나 영상을 만들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그러나 우리는 자신의 기사가 독자에게 전달되지 않는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 세상을 바꾸는 기사도 좋지만 자신을 바꾸는 기자 생활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테크놀로지의 변화에 대한 인지는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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