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4년 만에 지배 구조를 뜯어 고쳤는데…"사업 시너지" VS "오너 이익 강화" 전망 엇갈려
"두산에너빌리티보다 ㈜두산 지분 많아, 오너는 이득"
두산그룹이 4년 만에 지배 구조를 뜯어고치기로 한 것은 사업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주주 가치를 높이는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다. 반면 재계 일부에서는 두산의 뜻대로 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두산그룹은 11일 ①클린에너지 ②스마트 머신 ③반도체·첨단소재 등 삼각 축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 등 3개 회사가 각각 이사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분할과 합병, 포괄적 주식 교환 등을 결정했다.
클린에너지 부문은 기존 두산에너빌리티와 자회사인 두산퓨얼셀이 주축이 돼 사업을 이끈다. 스마트 머신 부문에서는 두산밥캣이 현재 모(母)회사인 두산에너빌리티에서 인적 분할해 두산로보틱스와 합병, 포괄적 주식 교환을 거쳐 두산로보틱스의 완전 자회사로 탈바꿈한다. 반도체·첨단소재 부문도 기존대로 두산테스나를 중심으로 사업을 펼친다.
이는 2020년 고강도 재무 구조 개선 이후 4년 만의 변신이다. 당시는 생존에 초점을 맞춘 몸부림이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 대주주들은 두산퓨얼셀 지분 전량(당시 5,740억 원 규모)을 무상으로 두산에너빌리티에 증여했다. 이후 두산타워, 두산인프라코어, 두산건설을 내다판 뒤 2022년 2월 28일 빚 갚기(채무 전량 상환)를 마무리했다.
두산그룹 측은 "그룹이 진출한 유망 사업을 나누고 묶어 시너지를 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산그룹은 2017년 두산로보틱스를 세우며 협동로봇 분야에 진출했다. 2019년에는 두산에너빌리티가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독자 모델 개발에 성공하고 소형모듈원전(SMR) 사업에 나섰다.
소비재로 사업을 시작한 두산그룹은 한국중공업을 인수한 2000년대 초 중공업 중심 그룹으로 거듭났다. 이후 2010년 중후반 로봇, 반도체 사업 등 여러 새로운 분야에 발을 내디뎠다. 이들 사업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힘을 키우겠다는 게 그룹 측의 생각이다.
"매출 9조7,000억 원 알짜 회사를 적자 회사 밑에..."
하지만 이번 재편이 두산이 원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을 두고는 전망이 엇갈린다. 두산밥캣은 매출 9조7,000억 원, 영업이익 1조3,000억 원대의 알짜 회사다. 반면 두산로보틱스는 매출 530억 원에 영업이익에서 192억 원 적자를 본 회사다. 그런데 두산밥캣은 상장폐지 되기 때문에 이 회사 주주들은 주식매수 청구권인 5만459원에 주식을 팔거나 두산밥캣 100주를 내고 두산로보틱스 주식 약 63주를 받는다. 주당 0.63주를 건지는 셈이다.
도리어 오너 이익은 강화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두산로보틱스의 지주사인 ㈜두산이 가진 지분은 68.2%에 달한다. 반면 두산에너빌리티를 가진 ㈜두산의 지분은 30.3%뿐이다. 캐시 카우(현금 창출원)인 두산밥캣을 ㈜두산이 지분을 많이 가진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편입시키면 현금 흐름상 오너 측 이익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것.
실제로 12일 주식 시장도 이 같은 전망을 반영했다. 이날 두산밥캣을 자회사로 가져오게 된 두산로보틱스 주가는 전날보다 2만400원(23.92%)이나 오른 10만5,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두산밥캣을 내주는 두산에너빌리티는 전날보다 950원(-4.35%) 떨어진 2만900원이 종가였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영업 적자인 두산로보틱스가 성장을 위해 외부 자금을 끌어오려면 ㈜두산이 지닌 지분 비중을 낮춰야 하지만 두산밥캣을 끌어오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며 "결국 오너의 지분은 희석하지 않으면서 계열사(두산밥캣)의 자금을 두산로보틱스 투자에 활용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결국 오너는 큰 이익을 보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1주를 내고 0.6주의 주식을 받는 기존 두산밥캣 주주들은 날벼락을 맞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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