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과 쿠팡의 '혈투'…"소비자만 웁니다"

김아름 2024. 7. 13. 13: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간유통]배달업계 가격인상 경쟁
배민, 수수료 9.8%로 올리기로 결정
양 사 경쟁에 소비자·업주 부담 증가
그래픽=비즈워치
[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편집자]

역주행 나가신다

장마철인데도 더위가 가시기는커녕 펄펄 끓어오르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배달업계입니다. 배달수요가 많아서 달아오른 것이면 좀 나을 텐데, 안타깝게도 이번 '달굼'의 원인은 가격 인상입니다. 배달업계의 압도적 1위 업체인 배달의민족이 유료 멤버십 도입과 함께 수수료율까지 올리기로 한 겁니다.

시작은 지난 4월입니다. 업계 3위였던 쿠팡이츠가 로켓와우 회원에게 배달비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합니다. 배달비 이슈가 한창인 상황에서 쿠팡이 승부수를 던진 셈이죠. 쿠팡이츠의 추격을 바라만 볼 수 없었던 배민 역시 울며 겨자먹기로 무료배달 카드를 내놨습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배민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5월 유료 구독 서비스 '배민클럽'을 론칭했습니다. 쿠팡은 8월부터 로켓와우 구독비를 올리기로 하면서 가입자 이탈이 예고된 상황입니다. 배민은 이 이탈 수요를 배민클럽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계획입니다. 로켓배송은 필요없고, 배달비 혜택만 받고 싶은 소비자들은 가격이 오른 쿠팡 대신 배민으로 넘어올 수 있겠죠.

여기까지만 보면 전형적인 1위와 2위의 경쟁처럼 보입니다. 배민이 유료 멤버십을 도입한 게 좀 걸리긴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유료 멤버십들은 대체로 가입비보다 혜택이 훨씬 큰 소비자 친화적 시스템입니다. 가입해 둬서 손해볼 일은 많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 납득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배민은 지난 10일 '배민1플러스' 서비스의 중개수수료를 기존 6.8%에서 9.8%로 3%포인트 올리겠다고 밝혔습니다. 경쟁에서 앞서나가기 위해 이런저런 혜택을 늘려도 모자랄 타이밍에 수수료 인상이라는 '역주행 카드'를 꺼낸 겁니다. 

2년간 1.1조 벌고도

업계에선 이 모든 사달의 근원지로 우아한형제들의 모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DH)를 지목합니다. 독일 기업인 DH가 한국의 배달 경쟁 현실을 잘 모르는 상황에서 본사의 위기를 막기 위해 배민을 소모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당장의 수익성을 위해 쿠팡이츠에게 점유율을 내주는 결정을 한 것 아니냐는 거죠. 

DH는 지난해 3조400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습니다. 따라서 최근 2년간 4241억원, 6988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우아한형제들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죠. 실제로 지난해 DH는 우아한형제들로부터 40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챙겨갔습니다. 다른 곳에서 낸 손실을 배민에서 채우겠다는 계산입니다. 그러고도 또 한 번 수익성 강화 정책을 밀어붙였습니다.

우아한형제들 연간 실적/그래픽=비즈워치

이달 초 이국환 대표가 갑자기 사임한 것 역시 수수료 인상 등 수익성 강화 정책 도입을 거부하다가 버티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기업이 수익성을 강화하려는 행보를 보이는 게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이어서 입니다. 무료배달이 늘어나며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변명도 '영업이익 7000억원' 앞에선 머쓱해집니다. 

배민에 입점한 점주들은 물론 배민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옵니다. 배민 블라인드에서는 수수료 인상을 하더라도 쿠팡이츠보다는 낮아야 한다는 취지의 글들이 연이어 올라왔습니다. 경쟁사가 치고 올라오는데 기존에 갖고 있던 강점을 버리는 게 무엇을 위한 선택이냐는 거죠.

배민은 수수료율을 올린 만큼 업주 부담 배달비를 내렸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다릅니다. 외식 물가가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상황에서 고정비인 배달비를 조금 내려봐야 정률제인 수수료 인상분을 메우지는 못한다는 겁니다. 결국 전체 주문금액 중 배민이 챙겨가는 수수료가 늘어나게 되고, 업주는 가격을 올리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출혈 경쟁 다음은 '수혈'

쿠팡이라고 배민보다 나은 건 아닙니다. 앞서 쿠팡은 월 4990원이었던 와우 멤버십의 요금을 월 7890원으로 2900원 올리기로 했습니다. 다음달부터는 로켓와우를 이용하는 모든 소비자들이 새 명세서를 받아들게 됩니다. 쿠팡도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서 여러 이유를 댔는데요. 대체로 군색합니다. 

대부분의 로켓와우 회원들은 새벽배송과 무료반품이 제공되는 로켓배송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멤버십을 이용합니다. 지난달 기준 쿠팡이츠의 MAU(월간 활성이용자)는 약 700만, 쿠팡플레이 MAU는 600만 수준입니다. 1400만명이 넘는다는 로켓와우 가입자의 절반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픽=비즈워치

그런데 쿠팡은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서 쿠팡이츠와 쿠팡플레이 등의 혜택이 강화되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죠. 이용자의 절반이 사용하지도 않는 서비스에 대해 고지서를 받은 겁니다. 맛있다며 한 입 먹어보라고 하고는 먹고 나니 돈을 내라는 관광지의 바가지 상인이 생각나는 대목입니다. 출혈 경쟁에 타격이 컸다구요? 쿠팡 역시 지난해 6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렸습니다. 

양 사의 출혈 경쟁 서비스와 이에 따른 수혈 경쟁의 후폭풍은 고스란히 소비자와 업주가 떠안습니다. 외식 물가는 치솟고 멤버십 없이는 배달 한 번 시키기도 어려워집니다. 1, 2위 업체가 경쟁을 하는데 좋아지는 건 별로 없고 가격만 오르는 이상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지금 벌어지는 유료 멤버십 경쟁의 본질입니다. 

연애 초보들이 첫 연애에서 많이 하는 실수 중 하나가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주는 게 아니라 '내가 주고 싶은 것만 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전자는 사랑이지만 후자는 자기만족입니다. 기업과 소비자의 관계도 어찌 보면 연애와 비슷합니다. 다양한 서비스가 있다며 자랑을 할 게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게 뭔지 고민하고 맞추려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못한다면 결말은 이별 뿐일 겁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