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믿고 찍어줬는데, 요즘 뭐해?"...손발묶인 21명의 국회의원

김성은 기자 2024. 7. 1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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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MT리포트]소외된 정당①돈·사람·의제·공간에서 소외···"국민이 뽑았지만 국회가 고사시킨다"
[편집자주] 22대 국회의 거대 양당을 제외한 소수 정당은 조국혁신당을 비롯해 총 6개다. 많은 이들이 양당 독과점 대신 다원화된 시대의 다양한 민의 반영을 위해 다당제로 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국회는 여전히 거대 교섭단체 정당만을 위한 무대다. 비교섭단체라 불리는 소수정당들이 겪는 한계와 그 해결책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조 대표는 전날 오는 4일 당 대표 후보 등록과 동시에 사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24.7.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등 교섭단체에 속한 두 거대 양당이 싸우면 국회가 열리지조차 않는다. 나머지 비교섭단체에 속한 의원들은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고, 국회를 열자고 이야기할 통로도 마땅치 않다. 이게 말이 되나."

비례대표 12석을 이끌고 국회에 입성해 원내 제3당이 된 조국혁신당의 황운하 원내대표는 11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서 이같이 밝혔다.

22대 국회에는 교섭단체 정당을 제외하고 6개의 소수정당(비교섭단체)이 있다. △조국혁신당(12석) △개혁신당(3석) △진보당(3석) △기본소득당(1석) △사회민주당(1석) △새로운미래(1석) 등(이상 의석수·정당명 가나다순)이다. 다양한 민의를 대변하란 뜻에서 국민들이 각 정당 의원들을 선출했지만 정작 국회에 들어온 뒤에는 교섭단체 구성 요건(20석)의 벽에 가로막혀 고사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수정당들은 국회의 근간인 상임위원회 활동에서부터 소외된다. 제3정당에 주로 몸담아 온 정치권 한 관계자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가 오전 10시에 열리는데 고작 30분 전에 연락을 받은 적도 있다"고 했다. 자료를 검토하고 발언을 준비할 시간조차 보장되지 않는 셈이다.

지난달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환자단체 간담회 때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과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이 최고위원회의 등 다른 일정을 포기하고 약속됐던 시간에 도착했지만 간담회가 늦춰진 것을 전달받지 못하고 뒤늦게 알게 된 일도 있다. 상임위 회의 도중 정회 시간에도 교섭단체 의원들은 각각 위원장실, 소회의실 등을 활용할 수 있지만 비교섭단체 의원들은 갈 곳이 없다. 의석 수가 3석 미만인 정당들에겐 의원회관이나 소통관에 별도 지원 사무공간도 주어지지 않는다.

황 원내대표는 "조국혁신당은 조만간 국회 교섭단체 구성 요건을 완화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내놓는 방안과 다른 소수정당들과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하는 방안 등 2가지를 놓고 무엇을 먼저 추진할지, 아니면 동시에 두 방안 모두 추진할지에 대해 본격 논의할 것"이라며 "야 6당 원내대표들이 모여 논의가 진행 중이니 그 내용에 맞춰 우리당도 입장을 정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2대 국회 교섭·비교섭단체 및 소속 의원 수/그래픽=김지영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에선 20인 이상 소속의원을 가진 정당이 하나의 교섭단체가 되며 국회 의사결정 과정이나 운영에 관련된 사항 대부분은 교섭단체를 중심으로 결정된다.

교섭단체에게는 연간 국회운영기본일정 작성, 개회 및 의사일정 작성 등 국회의장 권한 행사와 관련해 협의권이 부여된다. 상임위원회 운영에 있어서도 각 교섭단체별로 1인 간사를 두도록 해 교섭단체에게만 상임위원장과의 협의권이 부여된다.

뿐만 아니다. 교섭단체 소속 의원의 입법 활동을 보좌하기 위해 정책연구위원을 두도록 하고 각종 선거보조금도 비교섭단체에 비해 더 많이 지원받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5월 각 정당에 배분된 경상보조금은 총 126억3000만원이다. 21대 국회 당시 기준 155석을 가졌던 민주당이 51억6000만원을, 국민의힘(113석)이 49억원, 녹색정의당(6석)이 7억원, 새로운미래(5석)가 7억원, 조국혁신당(1석)이 5억300만원, 개혁신당(4석)이 3억3000만원, 자유통일당(1석)이 3000만원, 기본소득당(1석)이 700만원, 진보당(1석)이 2억7000만원을 받았다.

경상보조금은 매년 2월, 5월, 8월, 11월 15일에 지급되는데 정치자금법에 따라 지급 당시 동일 정당 소속 의원으로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에 먼저 총액의 50%를 정당별로 균등 배분한다. 5석 이상 20석 미만의 의석을 가진 정당에는 총액의 5%씩을, 5석 미만 또는 의석이 없는 정당 중 최근 선거에서 득표수 비율 요건을 충족한 정당은 총액의 2%씩을 지급한다. 이런 조건으로 배분하고 남은 잔여분 중 50%는 국회의석을 가진 정당에 의석수 비율로, 나머지 50%는 최근 총선의 득표수 비율로 배분 지급된다.

중앙선관위 2분기 경상보조금 지급 현황/그래픽=윤선정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비교섭단체 의원들은 돈, 인력, 의제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소외되는 현실이다. 의정활동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조국혁신당은 22대 총선 비례대표 선거에서 24.3%에 달하는 득표를 했지만 그런 민의를 대변하기 위한 활동에 제약이 따른다는 것이다. 정책전문위원조차 지원받지 못함은 입법 역량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의원)는 더300에 "상임위원회 운영이나 본회의 일정에 관여도를 높일 수 없고 의사를 전달하기도 힘들다"며 "무엇을 중심으로 회의를 열지 등에 대해 교섭단체 대표의원이나 간사들 중심으로 우선 논의가 이뤄지다보니 의정활동을 충실히 준비를 하기에 어려운 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용혜인 기본소득당 원내대표(왼쪽부터), 김종민 새로운미래 원내대표,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 한창민 사회민주당 원내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비교섭단체 권한 강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에 관한 청원안 논의 등을 위해 야6당 원내대표 2차모임에 앞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4.7.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매년 첫 번째 임시국회와 정기국회에 주어지는 '교섭단체 대표연설' 기회도 비교섭단체에겐 주어지지 않다가 2004년 민주노동당, 민주당, 자유민주연합 등 3당이 "교섭단체의 과도한 특권과 전횡이다. 국민 지지를 받는 정당에 대표연설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고 항의해 2005년 처음 도입됐다. 다만 명칭은 비교섭단체 대표 '발언'이며 시간도 40분이 아닌 15분만 주어져 국민들에게 한 정당의 정책과 정치적 입장을 전달하기에 여전히 부족하단 지적도 나온다.

이에 교섭단체 구성요건을 완화하는 국회법 개정이 이뤄지기 전까지 공동교섭단체를 만들어 활동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20대 국회에서는 민주평화당(14석), 정의당(6석)이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을 구성했고 바른미래당(8석), 대안신당(7석), 민주평화당(4석), 무소속(1석) 등이 '민주통합 의원모임'을 결성했다.

현재 소수정당 6당도 22대 국회 임기 시작 후 두 차례 회동을 갖고 국회법 개정, 공동교섭단체 구성, 국회의장·교섭단체에 비교섭단체도 대표연설·대정부질문 참여를 보장할 것 등을 제안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국회법에 따른 교섭단체(대표의원)의 주요 역할/그래픽=김지영


이내영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교섭단체 구성 요건을 완화하면 소수정당이 국회 운영에 목소리를 낼 기회가 더 많아지는 반면 운영의 효율성이 낮아질 수 있단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현재 거대 양당 중심으로 국회가 대치 국면을 이어가는 현실을 보면 교섭단체 숫자가 적은 게 꼭 효율성이 높다고 볼 수도 없다"고 했다.

이어 "교섭단체 요건 완화를 통해 다른 정당이 국회 운영 의사결정 과정에 들어오도록 한다면 대치 정국을 완화시키는 긍정적 측면이 더 크지 않을까 생각된다"며 "지금 한국 정치에서 제일 필요한 게 협상과 타협의 제도화가 아닌가. 또 교섭단체 요건을 완화하면 소수정당도 열심히 활동해 능력을 발휘하면서 시민들에게 평가받을 기회도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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