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비 털어 아낌없는 지원... ‘미술작가들의 버팀목’ 박선주 영은미술관장

김보람 기자 2024. 7. 1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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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은미술관은 '사람을 길러내는 미술관'입니다. 작가들이 걱정없이 열정을 쏟아붓고, 이 같은 힘이 마중물이 돼 한국의 대표 미술관으로 거듭나도록 맡은 소명을 다하겠습니다."

박 관장은 "처음엔 사비를 써가며 왜 이렇게까지 작가들을 지원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그러나 설립자이신 시할아버지 의견에 따라 미술관을 운영하다 보니 예술을 모두에게 돌려주는 가치가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결국 작가들만 남는다'는 생각으로 미술관을 운영하다 보니 레지던스를 거쳐 간 작가들이 어느새 300명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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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레지던스 구축 미술관... 시할아버지 이어 20여년 운영
작가 300명 육성한 창작의 현장 “한국 대표 미술관 거듭날 것”
박선주 영은미술관장. 본인 제공

 

“영은미술관은 ‘사람을 길러내는 미술관’입니다. 작가들이 걱정없이 열정을 쏟아붓고, 이 같은 힘이 마중물이 돼 한국의 대표 미술관으로 거듭나도록 맡은 소명을 다하겠습니다.”

광주시에 있는 ‘영은미술관’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레지던시를 구축한 미술관이다. 이곳은 2000년 11월 개관할 때부터 미술관동과 레지던시 작가들을 위한 스튜디오·연구동이 함께 자리했다. 미술관 자체가 살아있는 창작의 현장이면서 작가, 평론가, 기획자, 대중이 미술과 함께 만나는 장이기도 하다.

그 가운데는 20여년간 미술관을 이끌어 온 박선주 영은미술관장(55)이 있다. 매년 현대미술 작품을 구입해 소장한 작품만 500여점에 이르고, 연간 1~2회의 특별기획전과 입주작가 개인전을 열 뿐 아니라 연구·체험·교육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며 문화를 선도해가고 있다.

영은미술관이라는 이름은 설립자이자 박 관장의 시할아버지인 고(故) 이준영(1917~2007) 이사장과 그의 큰 아들인 고(故) 이상은(1940~1992) 회장의 이름 마지막 글자를 따서 지은 것이다. 이북에서 내려와 방직사업으로 크게 성공한 이 이사장은 이익을 사회에 나누고, 한국 현대미술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지난 1992년 대유문화재단을 설립한 뒤 영은미술관의 문을 열었다.

늘 ‘작게, 낮게, 강하게’를 강조했던 이 이사장의 뜻을 이어받은 박 관장. 그는 설립자의 유업(遺業)을 이어 여전히 사재를 털어 물심양면 22명의 입주작가를 지원하고 있다.

박 관장은 “처음엔 사비를 써가며 왜 이렇게까지 작가들을 지원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그러나 설립자이신 시할아버지 의견에 따라 미술관을 운영하다 보니 예술을 모두에게 돌려주는 가치가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결국 작가들만 남는다’는 생각으로 미술관을 운영하다 보니 레지던스를 거쳐 간 작가들이 어느새 300명이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근현대 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1세대 여류 화가이자 추상의 대가 방혜자 작가가 20년간 영은미술관의 레지던스에 머물렀고, 빌게이츠가 즉석에서 고가의 사진을 구매한 작가로 알려진 김아타 작가를 포함해 극사실 인물화가인 강형구 작가 등이 입주작가였다.

미술관과 레지던시를 운영하는 박 관장의 철학은 어렵지만 간단하다. 고정관념 없이 ‘받아들이는’ 태도다. 예술가들의 창의와 개성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데 이어 매달 입주작가들과의 미팅에서도 작가들과 가감없이 소통한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박 관장은 지난 2010년 경기도 박물관·미술관 협회 ‘관장대상’을 수상한 데 이어 2013년 제16회 ‘자랑스런 박물관인상’을 받았다. 2016년엔 광주시민의 날 기념 문화예술 부문 ‘경기도민상’을, 2017년 ‘경기도지사 박물관미술관 활성화 유공표창’도 받았다.

특히 대한적십자사 서울지사에서 여성봉사특별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취약계층 도시락 지원사업, 김장 전달, 취약계층 사랑의 선물 사업 등 다양한 방면에서 나눔의 손길을 이어가고 있다.

박 관장은 “기도하는 마음으로 미술관을 운영한다. 레지던스를 떠나는 작가들에도 늘 미술관을 위해 기도해달라는 부탁을 잊지 않는다”며 “미술관이 어려움을 당하지 않고 많은 작가들에게 계속 베풀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달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50년, 100년 후의 미술관을 상상하면 설렌다. 현대미술의 흐름을, 한국작가를 보여줄 수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미술관이 되기를 희망한다. 힘 닿는 데까지 미술관과 작가들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보람 기자 kbr13@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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