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션' 권율, 새 얼굴 발견 [인터뷰]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연기를 대하는 확실한 지론, 날카로운 캐릭터 분석, 유쾌한 입담까지 반전 매력이 인터뷰 내내 느껴졌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권율의 앞으로의 얼굴들이 궁금해진다.
'커넥션'(극본 이현·감독 김문교)은 누군가에 의해 마약에 강제로 중독된 마약팀 에이스 형사 장재경(지성)이 변질된 우정, 그 커넥션의 전말을 밝혀내는 중독추적서스펜스다.
권율은 극 중 장재경의 고등학교 동창이자 안현지청 검사 박태진 역을 맡았다. 동창 원종수(김경남), 오치현(차엽)과 이너써클을 이뤄 모든 판을 조종하는 악역을 열연해 호평받았다.
권율은 우선 "기대 이상으로 관심 가져주시고 함께 궁금해주시고 집중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 주변에서도 회자될 만큼 '커넥션' 드라마에 많은 관심과 집중을 해주셨던 것 같다. 만나는 사람마다 네가 죽였나 누가 죽였나는 질문을 받았는데 그런 질문이 가장 곤란했다. 이제는 밝힐 수 있어서 좋다"고 웃었다.
그가 보여준 박태진은 친구의 아내와 불륜, 마약 사업, 친구의 죽음에도 아무렇지 않은 광기 어린 인물이었다. 섬세한 연기부터 악에 바친 연기까지 리얼하게 소화해 몰입감을 안겼다.
권율은 박태진이란 인물을 어떻게 바라봤을까. 그는 "사이코 패스적 접근보단, 소시오 패스적인 느낌을 가져갔다. 박태진은 자신의 이해관계에 충족되지 않는 상황이나, 관계들이라면 가감 없이 쳐낸다. 결단이 자신에게 피해로 돌아오지 않는 것이라면, 주변 설계도 철저하게 할 수 있는 위치였기 때문에 두려움 없이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륜의 관계도 진짜 사랑인지 아닌지 확실하지 않았다. 공부를 해봤는데 그런 사람들은 그 순간만큼, 진심이었을 거다. 태진은 주변 친구를 다 친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자신에게 철저히 이득이 되는 이해관계가 최악의 순간에 앞서게 된 게 태진의 절대적인 모습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태진의 본질은 자신의 환경에 대한 자격지심 많았던 인물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한 권율이다. 그는 캐릭터 연구 위로 감정의 빌드업 과정을 견고하게 쌓아갔다. 그러다 결말에 다다랐을 때 보여준 광기 어린 모습은 임팩트를 남겼다. 권율은 "엔딩 장면에 대해 지성 형님과 진짜 대화를 많이 했다. 하루 전날까지 통화를 많이 하고 준비를 했다. 신을 앞두고 마음이 복잡해졌는데, 단 하나로 심플하게 생각하자가 됐다. 기존의 톤앤매너보다 임팩트 있게 가져갈 수 있지 않았나 싶다"고 전했다.
권율은 '커넥션' 뿐만 아니라 유독 악역을 맡았을 때 두드러진다는 평을 받고 있다. 관련 질문이 나오자 그는 자신만의 악역 지론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는 "물론 각자의 선택 사항, 취향의 문제지만, 악역도 똑같은 말투, 걸음걸이, 숨을 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특별히 더 악하게 보이게 하거나, 소리를 지르기보다는 이번 '커넥션' 태진을 연기할 때는 감정보다는 이너서클 공기와 분위기를 파악하고 선점하고 이끌어야 한다는 것, 헤게모니를 어떤 식으로 흐름을 가져가는지 그 기운을 중점적으로 뒀다"고 밝혔다.
자신만의 지론을 확실하게 펼쳐낸 권율의 눈빛에선 생기가 흘러넘쳤다. "사실 '커넥션'을 제안받았을 때 더 이상 안 할까 한다고 말했었다"는 권율은 "배우 행보에 있어서 두려움, 연기로 해내가는 두려움보다 이미지 소모 고착화에 대해 우려가 없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하지만 '커넥션'은 지금껏 보여준 악역과 다르면서도 응축된 모습을 보여드릴 확신이 있었다. 그만큼 대본이 좋았고, 태진의 악행들이 입체적으로 다가와 해진이란 인물로 많은 감정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 출연을 했다"며 "지금껏 생각해 왔던 우려의 문을 열고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준 작품이었다"고 솔직히 말했다.
동시에 다양한 캐릭터도 만나고 싶다는 권율이다. 그는 "법조인 이미지가 있다고 말씀을 많이 해주시는데, 저는 잘 모르겠다. 저의 화술이나 화법이나 딕션이 언론 고시를 패스한 느낌을 주기 때문인지, 저도 궁금은 하다"며 "언젠가 백수, 한량, 빈틈도 많고 '킹'받는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트레이닝 복을 입고 널브러져 있는 캐릭터이지만 정의감 넘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사들을 구축함에 있어서 열려있는 캐릭터들이 있다. 제가 캐릭터를 만들어가고 덧붙일 수 있고, 움직일 수 있게 만들 수 있다면 도전 의식이 일어난다. 정확하게 내가 뭘 해야 하는 캐릭터도 물론 좋다. 그런 지점의 것들도 좋지만 그것보다 조금 더 열려있는 무언가에 대해서 가는 지점을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권율은 "감독님이 이번에 '태진을 넘어 권율이의 새 얼굴을 봐 인상깊다'라고 하더라. 현장에서도 '권율 배우의 새로운 얼굴을 봤다'는 얘기를 들었다. 너무 기분이 좋았다"고 내심 쑥스러워했다.
권율은 끊임없이 자신을 발전시키며 필모를 채워나가는 중이다. "배우는 캐릭터에 대한 자취가 필모로 증명된다고 생각한다"며 "저의 존재를 증명하는 건 작품,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저에게 들어오는 캐릭터가 단 하나의 미덕과 숨 쉴 구멍이 있다면 과감하게 도전하고 있다"고 힘있게 말했다.
11년 만에 현 소속사로 거취를 옮기기도 했다. 권율은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했던 시점이었던 것 같다.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 같고 만족하고 있고, 새롭게 확장시키고 리프레시할 수 있는 타이밍이 돼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시청률 14%를 돌파하며 유종의 미를 거둔 '커넥션'이다. 일찌감치 SBS 연말 대상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는 상황. 권율은 "상은 생각 안 해 봤지만, 주시면 잘 받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저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도 듣고 있는데 그것만큼 행복한 말이 없는 것 같다. 뿌듯하다. 그들의 가치들이 온전하게 조금이라도 전달되는 것 같아 뿌듯한 현장이었던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근 2년간은 예능적인 이미지로 다가갔지만, 올해는 연기적으로 대중에게 잘 보여드리고 싶어요. '커넥션'을 예쁘게 봐주신 것 같아 아직까지는 올해 세운 목표에 가깝게 한발 한발 움직이고 있구나란 생각을 하고 있어요. 예능요? 보고 있는 건 있어요. 예능도 하나의 필모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진심을 가지고 준비를 해보려고 해요"(웃음)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Copyright © 스포츠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