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워도 슬퍼도 대통령은 안 울어?[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기사보다 한 주 빠른 월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뉴스레터 신청
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
Biden wore his emotions on his sleeve.” (바이든은 자기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
바이든 대통령이 가장 슬프게 우는 때는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난 아들 보 바이든에 관한 얘기를 할 때입니다. 보 바이든 얘기가 나오면 100% 운다고 봐도 됩니다. 보 바이든 사망 때 마지막 안수 기도를 해준 성직자를 만나 울음을 멈추지 못했습니다. 취임식 전날 보 바이든 이름을 딴 델라웨어 군 시설을 방문해 “아들이 이 자리에 있어야 했다”라며 울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우는 모습을 언론은 이렇게 전했습니다. ‘소매 위에 감정을 입다’(wear emotion on sleeve)가 무슨 뜻일까요. 셰익스피어의 ‘오셀로’에서 처음 나온 말입니다. ‘sleeve’(슬리브)는 옛날 기사들이 입은 갑옷 소매를 말합니다. 기사들은 사랑하는 사람이 준 정표를 갑옷 소매 속에 넣고 전쟁터에 나갔습니다. 승리하면 갑옷 소매에 입을 맞추는 것으로 연인에게 사랑을 전했습니다, 여기서 유래해 ‘감정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다’라는 뜻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감정을 참지 않고 울고 싶을 때 우는 스타일이라는 겁니다. ‘emotion’ 대신 ‘heart’를 써도 됩니다.
옛날 대통령들은 좋을 때건 슬플 때건 감정을 참았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습니다. 요즘은 슬플 때 우는 리더가 대중의 공감을 삽니다. 너무 자주 울면 안 되겠지만 적당한 눈물은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시킵니다. 미국 대통령이 울 때를 알아봤습니다.
At the end of our lives, whatever else we’ve accomplished, the things that we’ll remember are the joys that our children bring us.” (인생의 마지막에서 그 어떤 업적을 쌓았든 간에 우리가 기억할 것은 자녀들이 가져다준 기쁨일 것이다) |
가장 서럽게 운 것은 총기규제 법안에 서명했을 때입니다. 재임 중 가장 마지막으로 운 사건이기도 합니다. 27명의 목숨을 앗아간 샌디훅 총기 난사 사건으로 충격을 받은 오바마 대통령은 총기규제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2016년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자 희생자 부모들 앞에서 연설하다가 몇 번이나 목이 메어 연설을 중단했습니다.
본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눈물은 개인적인 눈물입니다. 하버드대에 입학하는 큰딸 말리아를 학교에 데려다주면서 흘린 눈물입니다. 미국에서 대학 입학은 독립을 의미합니다. 집을 나와 따로 생활하게 될 자녀를 캠퍼스에 데려다줄 때 우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딸을 떠나보내는 마음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It was a little bit like open-heart surgery”(심장 수술 같았다). 힘들지만 건강을 위해 해야만 하는 수술 같다는 것입니다.
말리아를 학교까지 데려다줄 때는 용케 참았지만 오는 길에 눈물을 터졌다고 합니다. “On the way back, the Secret Service was off, looking straight ahead, pretending they weren’t hearing me as I sniffled and blew my nose”(오는 길에 경호원들은 멀리 앞쪽을 보며 내가 훌쩍거리며 코를 푸는 것을 못 본 척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자녀관입니다. 사회적인 업적보다 자녀로 인한 기쁨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There is no glory, no place that any man can reach in this world, no honour that can ever hide in his heart, the sacrifices that American soldiers pay to retain our freedom.” (그 어떤 영광도, 이 세상의 그 어떤 곳도 미국 군인들이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치른 희생에 닿을 수 없고, 그 어떤 명예도 그 희생을 감출 수 없다) |
결정의 무게를 진 사람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연합군 총사령관. 작전 개시 나흘 전까지 고심한 그는 이런 결정을 내렸습니다. “I let the order stand”(명령을 고수한다). 원래 낙하 계획을 밀고 나간다는 것입니다. 죽음을 각오하고 떠나는 낙하산 부대를 방문해 이렇게 안심시켰습니다. 위기 상황에서 리더는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보여줍니다. “Don’t worry, You have the best equipment and leaders in the world, with a vast force coming in behind you.”(걱정하지 말라. 너희에게는 최고의 장비와 리더들이 있고, 엄청난 병력이 너희 뒤를 따를 것이다)
작전은 대성공이었습니다. 낙하산 부대의 사상자는 8%에 불과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8년 뒤 전쟁을 승리로 이끈 아이젠하워 장군은 대선 후보가 됐습니다. 후보로 공식 지명된 다음 날 시카고의 한 호텔로 향했습니다. 제82 공수사단 모임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 때 자신을 믿고 따라준 바로 그 낙하산 부대였습니다. 군인들이 참석해준 것에 고마움을 표하자 아이젠하워는 “고마워해야 할 사람은 나”라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의 연설 내용입니다. 연설을 끝낸 뒤 냅킨에 얼굴을 묻고 우는 사진이 화제가 됐습니다. 아이젠하워가 딱딱한 군인 이미지를 벗고 대통령이 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습니다.
This is the greatest moment of my life.”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다) |
코너에 몰린 닉슨은 결백을 주장하는 TV 연설을 했습니다. 유명한 ‘체커스(Checkers) 연설’입니다. 기부금은 모두 돌려주겠지만 기부받아 키우는 애완견 체커스는 돌려주지 않겠다는 내용입니다. 개 사랑이 지극한 미국인들은 감동했습니다. 닉슨 지지 편지와 개 사료가 전국에서 답지했습니다. 개 덕분에 전세를 역전시킨 닉슨은 아이젠하워와 담판을 벌였습니다. 부통령 후보로 결정되자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닉슨 부통령과의 앙금 때문에 임기 8년 내내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명언의 품격
쿠데타 모의가 벌어졌습니다. 대륙군사령부가 있는 뉴욕 인근 뉴버그 지역에 장교와 군인들이 모여 공화정을 타도하고 유럽식 군주제로 돌아가자는 모의를 벌였습니다. 왕정 하에서는 적어도 월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역사책에도 나오는 ‘뉴버그의 음모’(Newburgh Conspiracy) 사건입니다. 미국 최초의 쿠데타 시도입니다.
대륙군 최고사령관인 워싱턴 장군이 현장으로 달려왔습니다. 월급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설득했습니다. 군인들은 들은 척 만 척했습니다. 그러자 워싱턴 장군은 편지 한 장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한 정치인이 월급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하는 편지였습니다. 워싱턴 장군은 잘 안 보이는지 첫 구절을 더듬거리며 읽었습니다. 잠깐 주저하더니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습니다. 안경이었습니다.
Gentleman, you must pardon me, for I have not only grown gray but almost blind in service to my country.” (여러분,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나라를 위해 싸우느라 백발이 되었을 뿐 아니라 거의 시력을 잃었소) |
미국인들이 워싱턴 대통령을 존경하는 이유를 꼽을 때 가장 먼저 등장하는 사례입니다. 그의 최고의 군사적 업적은 총 칼 등 폭력적인 수단이 아닌 지혜로운 말로 쿠데타를 제압한 것입니다. 이후 미국은 지금까지 한 번도 쿠데타가 일어나지 않은 나라가 됐습니다. 후세의 역사학자들은 워싱턴 장군이 안경을 꺼내쓴 것이 계획된 행동인지에 대해 치열한 논쟁을 벌여왔습니다. 계산된 행동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실전 보케 360
Green MP Golriz Ghahraman stood down amid shoplifting allegations.” (녹색당의 골리즈 가라만 국회의원은 절도 혐의를 받는 중에 물러났다) |
‘stand’는 많이 쓰는 단어라서 다양한 활용법을 알아야 합니다. ‘stand up’은 ‘일어서다’라는 뜻입니다. ‘stand’와 ‘up’ 사이에 사람이 올 때도 있습니다. ‘누구를 서 있게 하다,’ 즉 ‘바람맞히다’라는 뜻입니다. 남자친구한테 바람맞은 여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He stood me up.”
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2018년 9월 4일 소개된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장례식에 관한 내용입니다. 미국에서 많은 눈물을 볼 수 있는 곳은 장례식입니다. 미국의 장례식은 매우 경건합니다. 2018년 열린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장례식도 그런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습니다. 당적을 초월해 워싱턴에서 가장 존경받는 정치인이었기 때문에 추모객들이 장례식장을 가득 메웠습니다.
▶2018년 9월 4일자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180904/91822473/9
After all, what better way to get the last laugh than to make George and I say nice things about him before a national audience?” (전국의 관객이 보는 앞에서 조지와 나로부터 칭찬의 말을 듣는 것보다 최후의 승자가 되는 더 나은 방법이 있겠는가) |
It crosses your mind and a smile comes to your lips before a tear to your eye.” (그를 생각하면 눈물이 나오기 전에 입가에 미소가 번지게 될 것이다) |
The more he humiliated you, the more he liked you. And in that regard I was well served.” (그가 당신에게 창피를 줄수록 당신을 좋아한다는 의미다. 그런 점에서 나는 좋은 대접을 받았다) |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태권도장서 5살 남아 심정지…긴급체포 된 관장 “장난으로 그랬다”
- 수입 2배 높은데…‘노인 일자리’보다 ‘폐지’ 줍는 이유는?
- 남중국해 일출 보며 수영하고 망고 따는 호캉스…MBTI ‘I’ 추천여행 [오! 여기]
- “초4 딸 성추행한 중학생, 촉법소년이라고”…父의 분노
- BTS 진, 프랑스 혁명기념일에 루브르 근처서 올림픽 성화 봉송
- “남친과 10억씩 나누기로”…데이트하다 복권 샀는데 20억 당첨된 여성
- 이병훈 전 프로야구 해설위원 별세…향년 57세
- “韓 드라마 봐서”…북한, 중학생 30여 명 공개처형
- “살 넣기 전에 실외기 흡연 그만”…무속인의 무시무시한 경고 [e글e글]
- “아내 신애라 덕분”…차인표, 10년 동안 쓴 소설 ‘대박’ 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