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워도 슬퍼도 대통령은 안 울어?[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정미경 기자 2024. 7. 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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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플 때는 우는 리더가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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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망디 상륙작전 80주년 기념식에서 눈물을 훔치는 조 바이든 대통령. 백악관 홈페이지
Biden wore his emotions on his sleeve.”
(바이든은 자기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프랑스에서 열린 노르망디 상륙작전 80주년 기념식에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참혹한 동영상을 보면서 휴지로 눈물을 훔치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고령의 바이든 대통령은 정신건강 논란에도 불구하고 자주 웁니다. 몇 달 전 레오 바라드카 아일랜드 총리가 백악관을 방문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촉구하는 연설을 했을 때도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가장 슬프게 우는 때는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난 아들 보 바이든에 관한 얘기를 할 때입니다. 보 바이든 얘기가 나오면 100% 운다고 봐도 됩니다. 보 바이든 사망 때 마지막 안수 기도를 해준 성직자를 만나 울음을 멈추지 못했습니다. 취임식 전날 보 바이든 이름을 딴 델라웨어 군 시설을 방문해 “아들이 이 자리에 있어야 했다”라며 울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우는 모습을 언론은 이렇게 전했습니다. ‘소매 위에 감정을 입다’(wear emotion on sleeve)가 무슨 뜻일까요. 셰익스피어의 ‘오셀로’에서 처음 나온 말입니다. ‘sleeve’(슬리브)는 옛날 기사들이 입은 갑옷 소매를 말합니다. 기사들은 사랑하는 사람이 준 정표를 갑옷 소매 속에 넣고 전쟁터에 나갔습니다. 승리하면 갑옷 소매에 입을 맞추는 것으로 연인에게 사랑을 전했습니다, 여기서 유래해 ‘감정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다’라는 뜻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감정을 참지 않고 울고 싶을 때 우는 스타일이라는 겁니다. ‘emotion’ 대신 ‘heart’를 써도 됩니다.

옛날 대통령들은 좋을 때건 슬플 때건 감정을 참았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습니다. 요즘은 슬플 때 우는 리더가 대중의 공감을 삽니다. 너무 자주 울면 안 되겠지만 적당한 눈물은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시킵니다. 미국 대통령이 울 때를 알아봤습니다.

총기규제 법안 서명식에서 눈물을 흘리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백악관 홈페이지
At the end of our lives, whatever else we’ve accomplished, the things that we’ll remember are the joys that our children bring us.”
(인생의 마지막에서 그 어떤 업적을 쌓았든 간에 우리가 기억할 것은 자녀들이 가져다준 기쁨일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보다 더 잘 우는 리더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입니다. ‘crybaby’(울보)라는 놀림을 당할 정도입니다. 보 바이든 장례식 때 조사를 낭독하면서 울었고, 선거 승리 후 지지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울었습니다. 친한 장관 은퇴식 때도 울더니, 여가수 아레사 프랭클린이 케네디센터 공연에서 ‘(You Make Me Feel Like) A Natural Woman’을 멋지게 부르자 감격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가장 서럽게 운 것은 총기규제 법안에 서명했을 때입니다. 재임 중 가장 마지막으로 운 사건이기도 합니다. 27명의 목숨을 앗아간 샌디훅 총기 난사 사건으로 충격을 받은 오바마 대통령은 총기규제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2016년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자 희생자 부모들 앞에서 연설하다가 몇 번이나 목이 메어 연설을 중단했습니다.

본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눈물은 개인적인 눈물입니다. 하버드대에 입학하는 큰딸 말리아를 학교에 데려다주면서 흘린 눈물입니다. 미국에서 대학 입학은 독립을 의미합니다. 집을 나와 따로 생활하게 될 자녀를 캠퍼스에 데려다줄 때 우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딸을 떠나보내는 마음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It was a little bit like open-heart surgery”(심장 수술 같았다). 힘들지만 건강을 위해 해야만 하는 수술 같다는 것입니다.

말리아를 학교까지 데려다줄 때는 용케 참았지만 오는 길에 눈물을 터졌다고 합니다. “On the way back, the Secret Service was off, looking straight ahead, pretending they weren’t hearing me as I sniffled and blew my nose”(오는 길에 경호원들은 멀리 앞쪽을 보며 내가 훌쩍거리며 코를 푸는 것을 못 본 척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자녀관입니다. 사회적인 업적보다 자녀로 인한 기쁨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제82 공수사단 모임에서 눈물을 흘리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도서관 홈페이지
There is no glory, no place that any man can reach in this world, no honour that can ever hide in his heart, the sacrifices that American soldiers pay to retain our freedom.”
(그 어떤 영광도, 이 세상의 그 어떤 곳도 미국 군인들이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치른 희생에 닿을 수 없고, 그 어떤 명예도 그 희생을 감출 수 없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성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낙하산 부대입니다. 본대 병력이 노르망디 해안에 상륙하기 전 1만8000명의 낙하산 부대가 먼저 들어가 길을 터주는 역할이었습니다. 하지만 낙하 지점과 시간을 정하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낙하산 부대의 90%가 목숨을 잃는다는 경고가 나왔습니다.

결정의 무게를 진 사람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연합군 총사령관. 작전 개시 나흘 전까지 고심한 그는 이런 결정을 내렸습니다. “I let the order stand”(명령을 고수한다). 원래 낙하 계획을 밀고 나간다는 것입니다. 죽음을 각오하고 떠나는 낙하산 부대를 방문해 이렇게 안심시켰습니다. 위기 상황에서 리더는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보여줍니다. “Don’t worry, You have the best equipment and leaders in the world, with a vast force coming in behind you.”(걱정하지 말라. 너희에게는 최고의 장비와 리더들이 있고, 엄청난 병력이 너희 뒤를 따를 것이다)

작전은 대성공이었습니다. 낙하산 부대의 사상자는 8%에 불과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8년 뒤 전쟁을 승리로 이끈 아이젠하워 장군은 대선 후보가 됐습니다. 후보로 공식 지명된 다음 날 시카고의 한 호텔로 향했습니다. 제82 공수사단 모임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 때 자신을 믿고 따라준 바로 그 낙하산 부대였습니다. 군인들이 참석해준 것에 고마움을 표하자 아이젠하워는 “고마워해야 할 사람은 나”라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의 연설 내용입니다. 연설을 끝낸 뒤 냅킨에 얼굴을 묻고 우는 사진이 화제가 됐습니다. 아이젠하워가 딱딱한 군인 이미지를 벗고 대통령이 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습니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후보와 면담 뒤 부통령 후보로 결정되자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리처드 닉슨(왼쪽). 리처드 닉슨 대통령 도서관 홈페이지
This is the greatest moment of my life.”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다)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사임할 때도 울지 않은 리처드 닉슨 대통령. 그가 공개 석상에서 눈물을 보인 적은 닥 한 번 있습니다. 1952년 아이젠하워 대통령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결정되는 과정에서 흘린 눈물입니다. 아이젠하워가 닉슨을 부통령 후보로 거의 결정했을 때 닉슨의 정치자금 스캔들이 터졌습니다. 지지자들의 정치기부금을 선거자금으로 전용했다는 것입니다. 미국 선거법은 일반 기부금을 선거자금으로 쓰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아이젠하워는 결정을 미루고 닉슨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코너에 몰린 닉슨은 결백을 주장하는 TV 연설을 했습니다. 유명한 ‘체커스(Checkers) 연설’입니다. 기부금은 모두 돌려주겠지만 기부받아 키우는 애완견 체커스는 돌려주지 않겠다는 내용입니다. 개 사랑이 지극한 미국인들은 감동했습니다. 닉슨 지지 편지와 개 사료가 전국에서 답지했습니다. 개 덕분에 전세를 역전시킨 닉슨은 아이젠하워와 담판을 벌였습니다. 부통령 후보로 결정되자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닉슨 부통령과의 앙금 때문에 임기 8년 내내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명언의 품격

뉴버그 쿠데타 사건 때 주모자들을 상대로 연설하는 조지 워싱턴 장군(오른쪽). 워싱턴 장군은 안경을 쓰고 있다. 마운트버넌 홈페이지
리더는 울 줄도 알아야 하지만 다른 사람을 울게 만들 줄도 알아야 합니다.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이 감동의 눈물을 유발해 쿠데타 음모를 제압한 사건은 유명합니다. 독립전쟁 마지막 해인 1783년 영국군과 싸우는 대륙군(미군) 군인들은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열심히 싸워도 월급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당시 중앙정부인 대륙회의는 재정 관리 능력이 부실했습니다.

쿠데타 모의가 벌어졌습니다. 대륙군사령부가 있는 뉴욕 인근 뉴버그 지역에 장교와 군인들이 모여 공화정을 타도하고 유럽식 군주제로 돌아가자는 모의를 벌였습니다. 왕정 하에서는 적어도 월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역사책에도 나오는 ‘뉴버그의 음모’(Newburgh Conspiracy) 사건입니다. 미국 최초의 쿠데타 시도입니다.

대륙군 최고사령관인 워싱턴 장군이 현장으로 달려왔습니다. 월급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설득했습니다. 군인들은 들은 척 만 척했습니다. 그러자 워싱턴 장군은 편지 한 장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한 정치인이 월급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하는 편지였습니다. 워싱턴 장군은 잘 안 보이는지 첫 구절을 더듬거리며 읽었습니다. 잠깐 주저하더니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습니다. 안경이었습니다.

Gentleman, you must pardon me, for I have not only grown gray but almost blind in service to my country.”
(여러분,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나라를 위해 싸우느라 백발이 되었을 뿐 아니라 거의 시력을 잃었소)
군인들이 울기 시작했습니다. 편지 내용 때문이 아닙니다. 워싱턴 장군의 인간적인 면모에 감동했기 때문입니다. 자신들의 어리석은 행동에 대한 회개의 눈물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무기를 내려놓았습니다. 쿠데타 계획을 접은 것입니다. ‘grow gray’ ‘grow blind’는 ‘흰머리가 늘다’ ‘시력을 잃다’라는 뜻의 옛날식 표현입니다. 요즘은 ‘go gray’ ‘go blind’라고 합니다.

미국인들이 워싱턴 대통령을 존경하는 이유를 꼽을 때 가장 먼저 등장하는 사례입니다. 그의 최고의 군사적 업적은 총 칼 등 폭력적인 수단이 아닌 지혜로운 말로 쿠데타를 제압한 것입니다. 이후 미국은 지금까지 한 번도 쿠데타가 일어나지 않은 나라가 됐습니다. 후세의 역사학자들은 워싱턴 장군이 안경을 꺼내쓴 것이 계획된 행동인지에 대해 치열한 논쟁을 벌여왔습니다. 계산된 행동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실전 보케 360

절도 혐의로 법정에 출석한 뉴질랜드 국회의원 골리즈 가라만. 오클랜드 지방법원 홈페이지
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뉴질랜드에서 물건을 훔치다 적발된 여성 국회의원이 화제입니다. 이란 이민자 출신인 골리즈 가라만 녹색당 국회의원은 고급 옷가게 4곳에서 9000뉴질랜드달러(750만 원) 어치의 옷을 훔친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가라만 의원은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국제형사재판소에서 인권변호사로 일했던 화려한 경력이 소유자입니다. 첫 난민 출신 국회의원이라는 심리적 부담감 때문에 절도 행각을 벌인 것으로 보입니다. 골리즈 의원의 거취에 대한 뉴질랜드 언론의 보도입니다.
Green MP Golriz Ghahraman stood down amid shoplifting allegations.”
(녹색당의 골리즈 가라만 국회의원은 절도 혐의를 받는 중에 물러났다)
‘stand’는 ‘서다’ ‘down’은 ‘아래로’입니다. ‘stand down’은 ‘아래로 서다’가 돼서 의미가 잘 와닿지 않습니다. 그런 뜻이 아니라 ‘선 채로 아래쪽으로 향하다,’ 즉 ‘사임하다’라는 뜻입니다. 미국에서는 ‘step down’을 많이 쓰고, 영연방 국가들에서는 ‘stand down’을 씁니다. 사임을 뜻하는 또 다른 단어가 있습니다. ‘resign’입니다. 차이가 뭘까요. 왕권이나 고위직에서 내려올 때는 ‘step(stand) down,’ 하위직이나 일반 직장인일 때는 ‘resign’을 씁니다. 직장인들이 사표를 쓸 때 ‘I am resigning from my position as’로 시작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MP’는 ‘Member of Parliament’(국회의원)의 약자입니다.

‘stand’는 많이 쓰는 단어라서 다양한 활용법을 알아야 합니다. ‘stand up’은 ‘일어서다’라는 뜻입니다. ‘stand’와 ‘up’ 사이에 사람이 올 때도 있습니다. ‘누구를 서 있게 하다,’ 즉 ‘바람맞히다’라는 뜻입니다. 남자친구한테 바람맞은 여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He stood me up.”

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2018년 9월 4일 소개된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장례식에 관한 내용입니다. 미국에서 많은 눈물을 볼 수 있는 곳은 장례식입니다. 미국의 장례식은 매우 경건합니다. 2018년 열린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장례식도 그런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습니다. 당적을 초월해 워싱턴에서 가장 존경받는 정치인이었기 때문에 추모객들이 장례식장을 가득 메웠습니다.

▶2018년 9월 4일자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180904/91822473/9

존 매케인 의원 추모 연설을 하는 린지 그레이엄 의원. 상원 홈페이지
워싱턴 특파원 시절에 상원의원 사무실이 모여 있는 러셀 빌딩에 가면 존 매케인 의원실 앞은 언제나 시끌벅적했습니다. 매케인 의원을 보러 온 구경꾼들로 가득합니다. 매케인 의원이 나오면 함성이 터집니다. 완전 록스타급 인기입니다. 매케인 의원은 이들과 악수를 하고 사진도 찍습니다. 지난달 25일 타계한 매케인 의원의 장례식에 수많은 정치인과 일반 시민들이 집결했습니다. 추모사 중 일부를 소개합니다.
After all, what better way to get the last laugh than to make George and I say nice things about him before a national audience?”
(전국의 관객이 보는 앞에서 조지와 나로부터 칭찬의 말을 듣는 것보다 최후의 승자가 되는 더 나은 방법이 있겠는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초대를 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당적이 다른데도 불구하고 초대를 받고 참석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추모사는 엄숙하지 않고 재미있었습니다. 매케인 의원은 오바마 대통령과 2008년 대선 본선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2000년 대선 경선에서 대결해 패했습니다. 그렇지만 패자가 아니라 최후의 승자라고 오바마 전 대통령은 치켜세웠습니다. ‘get the last laugh’는 ‘마지막 웃음을 얻다’ ‘최후의 승자가 되다’라는 뜻입니다. 패배를 안겨준 두 명의 전직 대통령들로 찬사를 듣는 매케인 의원이야말로 진정한 승자입니다.
It crosses your mind and a smile comes to your lips before a tear to your eye.”
(그를 생각하면 눈물이 나오기 전에 입가에 미소가 번지게 될 것이다)
조 바이든 부통령의 추모사에서 유족을 위로하는 내용이 눈에 띄었습니다. 3년 전 아들 보 바이든을 잃었기 때문에 유족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유족은 큰 슬픔을 느낍니다. 슬픔의 강도는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옅어집니다. 대신 슬픔이 있었던 곳에는 고인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자리 잡게 됩니다. 미국 언론은 이 문장을 최고의 구절로 꼽았습니다.
The more he humiliated you, the more he liked you. And in that regard I was well served.”
(그가 당신에게 창피를 줄수록 당신을 좋아한다는 의미다. 그런 점에서 나는 좋은 대접을 받았다)
매케인 의원의 절친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추모사에서 매케인 의원으로부터 많이 혼났다고 고백했습니다. 혼나면서도 기뻤다고 합니다. 맞는 얘기입니다. 상대방에게 관심과 애정이 없다면 혼내지도 않습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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