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빅테크 향한 EU 칼날...한국 기업도 안심해선 안 돼”

2024. 7. 13.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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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독점 전문가', 헥터 아르망고 레이텀앤왓킨스 변호사 인터뷰
헥터 아르망고 레이텀앤왓킨스 변호사 .



“유럽연합(EU)이 제정한 디지털시장법(DMA)은 전 세계 ‘빅테크’ 및 이들과 관련된 기업들의 사업 방식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헥터 아르망고 레이트텀앤왓킨스 파트너 변호사는 7월 4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한경비즈니스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이 같은 전망을 드러냈다.

그는 세계 최대 로펌 중 하나로 꼽히는 레이텀앤왓킨스에서 반독점 및 경쟁 관행 부문 부의장을 역임하고 있는 이 분야 전문가다. 

EU는 올해 3월부터 DMA를 전격 시행했다. 대형 플랫폼이 사실상 시장을 지배하면서 공정한 시장 경쟁을 저해할 뿐 아니라 새로운 혁신기업의 등장을 막는다고 판단해서다.

DMA 시행 이후 EU는 곧바로 거대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칼을 빼들었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틱톡’의 바이트댄스, 아마존, 애플,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부킹닷컴 등 7개 기업을 일명 ‘게이트키퍼’로 지정하고 이들에게 반독점 철퇴를 날리기 시작한 것이다.

EU는 시장가치 750억 유로(약 107조원) 이상이거나 최근 3년간 EU 내 연매출 75억 유로 이상인 사업자를 일명 ‘게이트 키퍼’로 지정했다.

여파는 엄청났다.시행된 지 약 4개월밖에 되지 않은 DMA로 글로벌 IT 기업들은 사실상 비상이 걸렸다.

이들의 최근 행보에서도 나타난다. 대표 사례가 애플이다. DMA가 시행된 직후 애플은 사실상 EU에 ‘백기’를 들었다.

 

 EU 리스크에 떠는 글로벌 빅테크

애플은 최근 27개 EU 회원국에서 자사의 앱스토어를 이용하지 않고도 아이폰·아이패드 등에서 제3자 결제를 허용하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EU 국가 내에서는 iOS(애플 OS) 기기, 즉 아이폰에서 다른 회사들이 앱마켓을 출시하는 것도 허용했다.

애플은 그동안 자사 앱스토어에서만 앱을 내려받을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이용자들이 내려받은 앱에서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오로지 애플이 제공하는 결제시스템만을 이용하도록 하고 최대 30%의 수수료를 징수했다.

아르망고 변호사는 “게이트 키퍼로 지정된 기업은 각각 운영 중인 운영체제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검색엔진, 온라인 광고 서비스 등 각종 서비스에 대한 별도 의무 사항을 부여 받는다”며 “대표적인 금지 방침 중 하나가 이 기업들이 서비스나 상품을 우대하는 행위”라고 했다.

이를 무시하고 계속 DMA를 위반할 경우 치르게 되는 대가는 상당하다. EU는 DMA를 위반하는 기업들에 글로벌 매출의 10%라는 어마어마한 과징금을 내도록 규정했다. 반복적으로 DMA를 어길 시 최대 매출의 20%까지 과징금을 부과한다.

물론 EU의 이런 규제가 이번에 처음 도입된 것은 아니다. EU는 과거에도 ‘독점규제법’에 근거해 글로벌 대형 플랫폼들을 상대로 수차례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DMA는 이 같은 독점규제법을 대폭 강화한 조치다.

과거 독점규제법의 경우 불공정경쟁이 이미 발생한 이후 시점에서 과징금이 부과돼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뒤따르기도 했다.

DMA가 시행되면서 이제는 사전에 거대 플랫폼들의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는 행위 자체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게 됐다.

 

 규제 확산 움직임 주목해야

애플뿐만이 아니다. 주요 빅테크 대부분이 EU의 표적이 됐다. 메타와 MS 등도 이를 피해가지 못했다.

메타는 DMA 시행 전인 지난해 11월 유럽에서 월 10유로의 구독료를 내면 정보 수집과 맞춤형 광고가 없는 SNS를 제공하는 서비스 제공을 개시한 것이 문제가 됐다. EU 측은 메타의 이런 서비스가 ‘대중에게 정보 이용을 강요하는 행위’라고 판단하면서 위반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MS는 이용자들에게 자사의 화상회의 앱 ‘팀즈’를 엑셀, 워드 등 오피스 제품과 함께 묶어 팔아 온 행위가 ‘DMA 위반’이라는 예비조사 결과를 통보받은 상태다. 구글과 오픈AI에 대해서도 EU는 얼마 전 DMA 위반 여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EU의 칼끝이 모두 ‘미국 기업’을 향하면서 이에 대한 해석도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대형 플랫폼을 육성하지 못한 EU가 공정한 경쟁을 내세워 미국을 견제하고 나선 것 아니냐는 견해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아르망고 변호사는 “수많은 혁신 기업들이 미국에서 나왔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DMA는 결코 특정 국가를 겨냥한 규제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게이트 키퍼’로 지정된 기업들 사이에선 EU의 규제가 지나치다는 비판도 제기되는데 여기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아르망고 변호사는 “DMA의 취지는 기업들이 혁신을 지속할 수 있게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다. EU 집행부는 시장에서 DMA가 기대했던 효과를 내고 있는지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수년 후 시장에서 법안이 의도했던 만큼의 혁신 결과가 없다면 그건 감독 당국의 이 법안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의미”라며 “규제 당국이 DMA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기업들에 대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현재 게이트 키퍼로 지정된 한국 기업은 없다. 그렇다고 해서 결코 안심할 수는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실제로 EU는 최근 삼성전자의 첫 AI 스마트폰 ‘갤럭시 S24’ 시리즈가 DMA 위반과 관련한 조사를 받을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갤럭시 S24가 게이트 키퍼로 지정된 구글의 AI 모델 ‘제미나이 나노’를 탑재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모바일 기기에 구글의 AI 모델이 내장되는 것이 여타 AI 업체들의 시장 진입을 차단하거나 경쟁을 저하하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는 얘기다.

아르망고 변호사는 “많은 한국 기업들이 디지털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 역시 DMA가 어떻게 시행되는지를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적극적인 소통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아르망고 변호사는 “EU는 종종 유럽 밖의 기업들이 자신들의 규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듣고 싶어 하는 성향을 보여왔다”며 “한국 기업들이 DMA와 같은 규제가 혁신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판단하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충분히 정보를 제공하고 의견을 개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 기업들을 향해 EU 외 국가들의 반독점 규제 흐름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르망고 변호사는 “그동안 유럽에서 하나의 규제가 시작되면 전 세계의 다른 규제 당국에서도 이를 도입하게 되는 사례들이 빈번하게 나타났다”며 “EU의 DMA와 비슷한 제도들이 향후 수많은 국가에서 도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예상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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