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트라맨이 프로야구 스타?... 비밀 육아까지 하며 세상 구해야 하는데 [주말 뭐 볼까 OTT]

라제기 2024. 7. 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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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울트라맨으로 사느라 가족을 소홀히 해서다.

'울트라맨: 라이징'은 그사이 세상이 어떻게 변했는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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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울트라맨: 라이징'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울트라맨은 신분을 숨긴 채 거대 괴수들로부터 도쿄 시민들을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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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목소리 연기 크리스토퍼 숀)은 야구선수다. 범상치 않은 실력을 지녔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맹활약하다 갑자기 고국 일본으로 돌아온다. 명문 구단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입단해 일본 야구에 도전한다. 한물간 선수도 아닌데 일본행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마지못해 가업을 잇기 위해서다. 그는 낮에는 그라운드를 누비고, 밤에는 비밀스러운 일을 한다. 가업은 울트라맨 활동이다.


①까칠한 야구선수 울트라맨

'울트라맨: 라이징'의 주인공 겐은 겉으로는 일본 프로야구 명문 구단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선수이지만 거대 괴수 '카이쥬'에 맞서 싸우는 울트라맨이다. 넷플릭스 제공

겐은 아버지 사토(게디 와타나베)에게 반감을 지녔다. 울트라맨으로 사느라 가족을 소홀히 해서다. 어머니 에미코(탬린 토미타)가 실종돼도 큰 신경을 쓰지 않는 듯하다.

겐은 일본 프로야구에 입성하자마자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빼어난 실력을 곧 발휘하나 동료들과 어울리지 않는 독선적인 행태가 늘 도마에 오른다. 그의 불손과 반항은 아버지를 향한 듯하다. 하지만 거대 괴수 ‘카이쥬’에 맞서 도쿄를 지키는 슈퍼히어로로서의 역할은 군말 없이 해낸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인생을 바꿔놓을 일이 생긴다. 카이쥬의 일종인 기가트론의 새끼를 떠맡게 된다. 어미 잃은 새끼는 겐을 부모처럼 여긴다.


②육아가 생각을 바꾸다

울트라맨은 카이쥬 종류 기가트론의 새끼를 떠맡게 되고 육아의 즐거움을 알게 된다. 넷플릭스 제공

울트라맨을 화면 중심에 두나 단순한 슈퍼히어로물이 아니다. 1966년 등장한 익숙한 캐릭터에 가족 이야기를 보태 보편적인 감정을 자극한다. 겐은 원치 않았으나 기가트론 새끼에 '에미'라는 이름을 붙이고 ‘육아’에 나선다. 갓 태어난 생명체를 방치할 수 없어서다. 카이쥬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군사조직 KDF의 수장 온다(키오니 영) 박사가 에미를 찾기 위해 혈안인 점도 겐의 마음에 걸린다. 온다는 인간을 위협하는 카이쥬는 박멸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생각을 지니고 있다.

겐은 자신보다 몇 배나 덩치가 큰 기가트론 아기 에미를 기르면서 부성애를 느낀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바뀌기도 한다. 자기중심적 생각은 옅어진다. 육아로 밤잠을 설치며 야구 성적은 곤두박질치지만 말이다.


③생태와 가족을 돌아보다

울트라맨은 극단주의자들로부터 아기 기가트론 에미를 보호할 수 있을까. 넷플릭스 제공

겐과 에미의 사이는 겐과 사토의 관계와 대비를 이루며 가족애를 돌아보게 한다. 겐과 사토는 온다와 대척점에 서있으며 생태 문제를 들여다보게 한다. 제아무리 거대한 몸집으로 하늘을 날며 인류를 구하는 존재라도 가족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자연은 우리를 위협할 수 있으나 제거 대상은 아니다. ‘울트라맨: 라이징’이 전하는 메시지다. 특별하지 않으나 꽤 설득력 있는 이야기로 제법 울림을 전한다.

20세기 중반엔 인간이 자연을 지배할 수 있다는 만용 어린 인식이 팽배했다. 가장은 일을 위해서라면 가정생활은 포기해도 된다고 여기던 시절이기도 했다. 울트라맨이 첫선을 보인 지 58년. ‘울트라맨: 라이징’은 그사이 세상이 어떻게 변했는지 보여준다.

뷰+포인트
미일 합작이나 미국이 주도해서 만든 애니메이션이다. 목소리 연기 배우들은 일본계 미국인이며 대사 대부분이 영어다. 일본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나 미국색이 짙다. 미국 감독 섀넌 틴들이 각본을 썼고 연출까지 했다. 틴들 감독의 장편애니메이션 데뷔작이다. 원작의 독창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기존 유명 캐릭터를 시대에 맞게 재구축했다. 그림은 개성이 넘치고 긴장의 밀도는 꽤 높다. 적절한 유머까지 곁들어져 있다. 가족끼리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지난달 ‘애니메이션계의 칸영화제’라 불리는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에서 세계 첫 상영됐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83%, 시청자 93%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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