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 7세 조카까지 무차별 독살 …베트남판 ‘엄여인 사건’에 경악 [신짜오 베트남]

홍장원 기자(noenemy99@mk.co.kr) 2024. 7. 13.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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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송국이 보도한 엄여인 체포 당시의 모습.
[신짜오 베트남 - 301] 소위 ‘엄여인 사건’이라 불리는 연쇄 범죄는 한국에서 큰 파장을 일으킨 바 있습니다.

‘엄여인’이라 불린 1976년생 여성 엄인숙은 2005년 검거 당시 29살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보험 설계사로 활동하던 당시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주변 사람들을 무자비한 범죄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첫 번째 남편과 두 번째 남편 모두 범죄의 타깃이 되어 살해당했습니다.

심지어 어머니와 오빠도 범죄의 대상으로 삼아 실명하게 만들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인 아파트에 불을 질러 지인 남편을 사망하게 하고, 지인과 그의 자녀마저도 화상을 입게 만들었습니다.

2000년부터 5년간 이어진 범죄로 3명이 죽었고 7명이 중상을 입었습니다. 그는 2006년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현재 수감 중입니다.

그는 범행으로 챙긴 보험금의 상당수를 유흥에 탕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울증 약을 몰래 먹여 피해자를 심신미약 상태로 만들고 바늘로 눈을 찔러 눈을 멀게 한다거나, 화상을 입히고 배를 칼로 찌르는 등 극악의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실명이나 화상을 입었을 때 나오는 보험금이 다른 질병이나 상해에 비해 높았기 때문입니다. 그가 보험설계사로 일했을 당시 지식을 활용했을 거란 추측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최근 베트남에서 ‘엄여인 사건’을 연상케 하는 극악 범죄가 나와 베트남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지난 10개월 동안 남편과 최소 2명의 조카를 독살한 응우옌 티홍빅 사례입니다.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그는 동생, 조카와 함께 살며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베트남 언론이 보도한 범죄가 일어난 집. <VN익스프레스>
집 수리 문제로 조카와 갈등을 빚다 복수하기로 마음 먹습니다.

조카는 당시 고3이었습니다. 조카가 혼자 공부하고 있을 때 그는 ‘얼굴에 여드름이 많은데 내가 특효약을 알고 있다. 네가 원하면 내가 사주겠다’며 거짓말을 했습니다.

조카가 ‘알겠다’며 동의하자 그는 근처 약국에서 진통제를 산 뒤, 캡슐 속 약을 빼고 대신 시안화칼륨을 넣어 조카에게 건넸습니다. 시안화칼륨은 ‘청산가리’로 불리는 독약입니다. 이걸 먹고 조카는 중태에 빠졌고 그의 어머니가 그를 발견해 호치민시 병원으로 긴급 이송했습니다. 다행히 조카는 목숨을 건졌고, 죽을 위기는 넘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첫 번째 사망 희생자는 그의 남편이었습니다. 지난해 10월, 남편이 도박에 빠져 빚을 지고 있다고 판단한 그는 남편이 매일 먹는 약에 시안화칼륨을 넣어 남편을 독살했습니다.

남편이 사망한 후 그는 여동생의 7세 딸을 독살했습니다. 여동생이 자신의 남자 문제를 지적하고 돈 문제로 갈등이 있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조카는 이제 겨우 7세였지만 복수의 대상에 불과했습니다.

지난 5월 말에는 12살짜리 조카가 독살됐습니다. 자신의 어머니와 다툼이 있었던 게 표면적인 이유였습니다.

그는 범행 동기를 ‘가족 간 갈등’이라고 진술했지만 실제로는 돈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입니다. 여러 사람에게 돈을 빌린 상태였으며 남편이 사망한 후 받은 보험금으로 빚을 갚고 남은 돈은 다 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게다가 그녀의 아버지와 아이 역시 의문사를 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한국의 엄여인 사건처럼 금전적 이유와 사소한 복수심으로 자신의 부모 형제 자매 등을 처참하게 살해한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이 사건은 그의 친척 중 하나가 주변에서 벌어지는 의심스러운 상황을 공안에 신고하며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제보가 아니었다면 그는 지금까지도 지속적으로 범죄를 시도하고 있었을지 모를 일입니다.

여죄를 밝히는 것은 베트남 수사 기관이 할 일이지만, 지금까지의 범죄만으로도 그는 오래 생존해 있기 힘들 전망입니다.

베트남은 사형을 집행하는 나라이고 지금껏 드러난 범죄를 보면 사형 선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베트남을 뒤흔든 엄청난 범죄에 여론도 뜨겁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이건 인간으로 변장한 짐승이다”, “상상을 초월하도록 잔인하다. 빠른 재판과 적절한 처벌이 있기를 바란다”, “무슨 소리냐 짐승은 이렇게 사악한 짓을 하지 않는다. 오직 인간만이 이렇게 잔인한 일을 할 수 있다”는 댓글이 많게는 1000개 이상의 지지를 받으며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핵심 쟁점은 청산가리를 어디서 구입했는지, 공급자에게 범죄 징후가 있는지 여부다. 관리 기관은 위험한 화학 물질을 더 엄격하게 관리해야 하며 유해하지 않은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면허가 있는 사람에게만 판매해야 한다”는 댓글이 눈에 띕니다.

끔찍한 범죄를 겪고도 사회가 하나도 달라지지 않는다면 그것 역시 문제일 것입니다. 다시는 유사한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 전체가 경각심을 가지고 시스템 정비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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