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사달라 던 여중생과 김법안 원불교 교무 [이수지의 종교in]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마음도 몸도 성장하는 청소년기, 아직 성장하지 않은 몸에 담배 혹은 마약, 술을 접하면 성인보다 빠르게 중독됩니다."
완산야호청소년센터장 김법안 원불교 교무는 청소년 마약 중독 피해 증가세를 우려했다.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부가 지난달 말 발간한 '2023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집계된 10대 마약사범 수가 1477명으로 전년 대비 207.1% 증가한 것으로 발표됐다. 이는 10대 마약사범수 239명이었던 지난 2019년에 비해 5년 만에 7배 증가한 수치다.
김 교무는 청소년 마약 중독이 성인 중독보다 더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청소년 시기 뭄과 정신에 마약 반응은 빠른데 그에 대한 저항력은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아무런 방어 태세가 되어 있지 않은 청소년기 중독 폐해는 성인들 중독보다 매우 크다.
"무엇보다 중독 혹은 마약 접근 전 예방이 중요합니다. 예방 교육에 더 관심을 두고 문화 조성과 예방 캠페인에 힘써야 한다고 얘기하는 것도 그 이유입니다."
청소년 중독 중 마약 비중이 커지는 원인은 두 가지다. 첫 번째로는 청소년들이 현재 자기 모습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다.
최근 외모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들이 '나비약'으로 불리는 다이어트약을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거래했다가 적발된 사례가 늘었다.
김 교무는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은 신체적, 감정적으로 큰 변화를 겪는다"며 "마약을 경험한 청소년 상담의 경우 아이들이 '한 번만'이란 호기심 때문에 또는 공부에 집중하려고 혹은 살을 빼려고 마약인 줄 모르고 접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전했다.
두 번째는 비행에 노출돼 마약을 접하거나 중독 환경에 놓이는 경우다. 김 교무는 "부모 혹은 사회적 지원체계에서 벗어난 경우, 학교에서 왕따 경험이 있는 경우, 게임·인터넷·도박 등의 중독이 있는 경우, 특히 담배와 술을 일찍 배운 청소년들이 더 강한 자극을 원하면서 마약을 접하게 될 확률이 매우 높다"고 봤다.
김 교무가 일하는 완산야호청소년센터는 청소년 누구나 즐겁게 도전하며 성장하는 열린 청소년 문화공간이다. 청소년 동아리, 청소년 운영위원회, 자원봉사활동, 방과후 아카데미, 작은도서관 등 청소년들의 활동 안전망을 구축하고 청소년들의 자기주도적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진로상담, 학부모교육, 학교연계 사업, 지역사회 네트워크 활동 등 청소년들이 가족, 학교, 마을 속에서 지역주민들의 관심과 격려 속에 행복하게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 교무는 그중 청소년 인성교육에 관심이 많다. 특히 여러 청소년 문제에 대해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방법으로 접근해 청소년들이 맑고 밝은 인성을 함양하도록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지도자들을 양성하고 있다.
"청소년이 중독에 빠지는 문제뿐만 아니라 대인관계, 자살 등 여러 청소년 문제는 마음에서 시작되니 마음으로 그 해결 고리를 풀어갈 수 있어요. 청소년이 스스로 이길 수 있는 마음의 힘을 기르도록 돕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소명입니다."
김 교무는 청소년 문제 해결을 위해 상담하면서 종교단체 지원뿐 아니라 가족과 사회적 지원의 중요성도 깨달았다.
김 교무는 학업 중단 위기에 빠진 여중생들을 상담했을 당시 "담배 한 갑 사달라"는 여학생과의 일화를 전했다. "밖에 나가 얘들 돈을 빼앗아 담배를 사는 것 보다 선생님이 담배를 사주는 것이 더 낫잖아요"라고 말하던 여학생에 초콜릿 등 대체식품 활용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상담 받은 후 여학생과 연락이 되지 않았다. 가족으로부터도 외면당했던 여학생은 얼마 후 학교 밖 폭력 사건에 휘말렸다. 김 교무는 그 여학생이 다른 친구들과 경찰서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학업중단 위기에 있던 또 다른 여중생은 게임 및 인터넷 중독과 도박 중독에 빠졌다. 어머니와 상담하러 온 여학생은 대면 상담 후 변화 의지를 보였고 가족도 적극적인 지지와 지원을 약속했다.
그해 여름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진행하는 인터넷 치유캠프를 참여한 여학생은 학교에 돌아가 현재 대학생이다.
김 교무는 "현재 문제에 빠져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청소년 내담자에게 가족을 포함한 많은 지원체계가 이뤄질 때 긍정적 변화를 이룰 확률이 더 높아진다"며 "특히 가정이 와해했거나 가정 밖 지원체계에서도 벗어난 경우 외부의 수많은 비행에 노출돼 일상으로의 복귀가 더 힘들게 된다"고 강조했다.
김 교무가 청소년 문제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자신의 청소년 시기 경험 때문이다. "청소년 시기를 돌아보면 제 인생에 있어서 많은 갈등과 방황의 시기였어요. 제 삶의 방향을 잡아준 중요한 역할은 종교 활동이었고, 또래 집단이었습니다. 그때 마음의 힘을 키우기가 인생에 얼마나 중요한 자산인지 알게 됐죠."
그래서 김 교무는 중독에 빠진 청소년들에게 항상 손을 내밀어 준다. "유혹은 누구에게나 올 수 있습니다. 그 유혹에 빠질지는 내 선택이죠. 선택의 기로에 있을 때 마음의 중심을 잡고 내가 성장하는 길로 나아가도록 함께하는 이들이 많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스스로 중독에서 나오기 어려울 때 주위를 둘러보고 다가오는 도움의 손길을 외면하지 말고 꼭 잡으라고 하고 싶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suejeeq@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어, 이 시험장 아니네" "수험표 없어요"…경찰이 해결사[2025수능]
- '마약 투약 의혹' 김나정 누구? 아나운서 출신 미스맥심 우승자
- "패도 돼?"…여대 학생회에 댓글 단 주짓수 선수 결국 사과
- 이시언 "박나래 만취해 상의 탈의…배꼽까지 보여"
- [단독]'김건희 친분' 명예훼손 소송 배우 이영애, 법원 화해 권고 거부
- "월급 갖다주며 평생 모은 4억, 주식으로 날린 아내…이혼해야 할까요"
- 배우 송재림, 오늘 발인…'해품달'·'우결' 남기고 영면
- '살해, 시신 훼손·유기' 軍장교, 38세 양광준…머그샷 공개
- '성폭행범' 고영욱, 이상민 저격 "내 명의로 대출받고 연장 안돼서…"
- 최지혜 "3번째 남편과 이혼…남친과 4개월만 동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