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법안] “쯔양도 4년이나 당했다”…'데이트 폭력' 피해자 구제할 법안은?
“피해자들 법·사회적 보호 받기 어려운 환경…피해자 보호, 우리 모두의 책무”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인터넷 방송을 시작하기 전 학교를 다니다가 휴학 후 전 남자친구인 A씨를 만났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A씨는 폭력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 모습에 '헤어지자'고 얘기했는데, 그때부터 지옥 같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A씨가 나를 찍은 (불법 촬영) 동영상이 있어 이를 가지고 유포하겠다고 협박했고 (이로 인해) 헤어지지 못했습니다. 매일 하루에 2회 이상 폭행했고, 우산 등 둔탁한 것으로도 맞는 등 폭력적인 일들이 있었습니다."
1000만 명의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 쯔양(본명 박정원)이 11일 오전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울음을 삼키며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그는 전 남자친구에게 4년간 '데이트(교제) 폭력'과 '협박', '갈취'를 당해왔다고 폭로했다. 이후 쯔양은 소속사 직원들의 도움으로 이씨를 형사 고소했으나, 이씨는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하지만 쯔양에겐 데이트 폭력으로 인한 마음 속 상흔이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이 같은 '교제 폭력' 사건은 하루 이틀 발생한 일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방송계에선 데이트 폭력 역풍이 불었다. 당시 넷플릭스 예능 콘텐츠인 《피지컬: 100》에 출연한 무용수 A씨는 이별 통보를 한 전 여자친구 앞에서 주먹으로 자신의 얼굴을 때리는 등 자해행위를 했다. 이에 위협을 느낀 전 여자친구는 강제로 A씨와 만남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또 다른 출연자인 국가대표 출신 B씨도 여자친구를 폭행한 혐의로 고개를 숙인 바 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실에서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교제 폭력 피의자 수는 ▲2021년 1만538명 ▲2022년 1만2828명 ▲2023년 1만3939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리서치에서 2022년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24%는 데이트 폭력을 직접 경험했거나 가족·지인이 당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답했다. 여기엔 폭언·폭행 외에도 연인의 휴대폰을 점검하거나, 연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신체부위를 만지는 행위도 폭력 사례로 언급됐다.
데이트 폭력은 흉악한 강력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도 다분하다. 2022년 '마포 데이트폭력 사망 사건'도 마찬가지의 경우다. 그러나 데이트 폭력을 당한 수많은 피해자들이 이를 신고하길 주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의 과반인 62%가 실제 데이트 폭력 피해율이 신고율에 비해 높을 것이라고 답했다. '현재 피해자 보호조치가 미비하여 2차 가해가 두려움', '신고 후의 가해자의 보복이 두려움'(각각 53%, 중복 응답 가능) 등의 이유에서다.
'심신장애' 교제 폭력도 '형 감경 無'…피해자에 '실질적 도움' 장치도 마련
이에 국회에서도 교제 폭력 근절을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국민의힘 약자동행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김미애 의원은 지난 5일 '교제 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례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일단 법안은 교제 폭력을 '교제 관계에 있거나 있었던 상대방에게 일방적으로 해를 끼칠 의도를 가지고 하는 신체·정신적 또는 재산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로 규정했다.
법률안은 교제 폭력 범죄자가 심신장애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형을 감경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고, 교제 폭력범죄에 대해 '반의사 불벌(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처벌 불가)' 조항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반의사 불벌 조항은 이번 쯔양의 교제 폭력 사건에서도 법적 구멍으로 지적된 바 있다. 또 법안엔 교제 폭력 범죄를 알게 된 의료인, 구급대원 등에 신고의무를 부과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특히 신고를 받은 경찰관에 대해서는 응급조치 의무를 부과하고, 교제 폭력이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이뤄질 우려가 있는 경우 긴급 응급조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교제 폭력 범죄를 원활하게 조사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교제 폭력행위자에 대해 접근 금지, 전자장치 부착, 상담 위탁 같은 잠정 조치도 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피해자의 신변 안전조치, 사생활 등 누설 금지, 변호인 선임 특례 등을 함께 규정했다.
김미애 의원은 12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법안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김 의원은 교제 폭력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피해자들이 초기부터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렵고, 사회적으로도 경각심이 낮아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안이 통과되면 법적 보호 장치가 강화돼 피해자들이 신고를 꺼리지 않고 실질적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며 "피해자 보호는 우리 모두의 책무"라고 역설했다. 아래는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교제 폭력 이슈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과거 변호사 시절 교제폭력 상담을 받았는데, 당시는 연인관계 폭력을 특별히 취급하는 것이 터부시되는 분위기였다. 이후 최근 '거제 교제살인 사건', '강남역 살인 사건' 등 끔찍한 일들이 연이어 발생했다. 이처럼 교제폭력 피의자 수는 계속 증가하는 반면, 피의자 구속률은 2%대에 불과하다. 교제폭력을 방치하면 살인 등 중범죄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결국 기존 시스템으로는 교제폭력을 근절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여전히 데이트 폭력 건수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 이유는 무엇으로 보는가.
"가장 큰 이유는 기존 법적 제도의 한계와 사회적 인식 부족에 있다고 본다. 현행법상 교제폭력은 교제 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반 폭행·협박 혐의로 처벌한다. 그래서 피해자가 처벌불원의사를 밝히면 처벌받지 않는 구조다. 가정폭력이나 스토킹처럼 따로 분류되어 있지 않기에 피해자들이 초기부터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렵다. 또 사회적으로도 교제폭력에 대한 경각심이 낮아, 피해자들이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21대 국회에서도 '데이트 폭력법'을 발의했다. 그때와 이번 법안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주된 차이점은 실질적인 보호조치를 강화하여 피해자 보호를 두텁게 마련했다는 점이다. 가해자 처벌도 중요하지만, 이번 법안에는 교제폭력 범죄를 예방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주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다. 그래서 심리의 비공개, 수사 및 재판절차에서의 배려, 신고의무 위반 행위 제재, 피해자 진술 보장 등의 조항을 추가로 규정했다."
해당 법안이 통과된다면 어떤 부분이 구체적으로 변화되는가.
"교제폭력 사각지대 보완과 함께 피해자들이 보다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법적 보호 장치가 강화돼 피해자들이 신고를 꺼리지 않고,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나아가 사회 전체적으로 교제폭력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교육과 인식개선 활동이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피해자를 보호하는 건 우리 모두의 책무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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