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황금세대 파리 도전으로 잠 못 드는 여름밤 예약
계영 800m에서 올림픽 사상 첫 단체전 메달도 노려
(시사저널=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 수영사에 한 획이 그어졌다. 박태환은 남자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 2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수영이 올림픽에서 메달을, 그것도 금메달을 획득하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마린보이' 박태환은 2012년 런던올림픽 때도 자유형 400m와 200m에서 2위를 하며 여세를 이어갔다. 수영은 신체 조건상 서양 선수들의 메달밭으로만 여겨졌다.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미국)는 키가 194cm다. 윙스팬(두 팔을 벌렸을 때 양손 끝 간 거리)은 202cm에 이른다.
하지만 박태환 이후 인식은 달라졌다. 박태환의 키는 183cm. 하지만 그는 근력과 지구력을 앞세워 서양 선수들과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박태환은 국내 어린 선수들에게 '우리도 세계적인 선수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줬다. 그리고 2020년 이후 '박태환 키즈'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왔다. 황선우(21), 김우민(22), 이호준(23), 양재훈(26) 등이 그들이다.
황선우, 도쿄에서 얻은 자신감으로 일취월장
황선우는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다. 키(186cm)는 박태환보다 3cm 크다. 그런데 윙스팬(194cm)은 자신의 키보다 8cm 길다. 황선우는 2020 도쿄올림픽(2021년 개최) 수영 남자 자유형 200m에서 한국신기록(1분44초62)이자 세계 주니어 신기록을 세우며 예선 1위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국제대회에 거의 참가하지 못한 상황에서 일궈낸 수확이었다. 컨디션 조절에 실패하며 결승에서는 7위에 그쳤으나 가능성은 충분히 보여줬다. 당시 황선우의 나이, 18세였다. 자유형 100m에서는 5위에 올랐다.
자신감을 얻은 황선우는 일취월장했다. 남자 자유형 200m에서 2022년 세계선수권(헝가리 부다페스트) 때는 은메달(1분44초47), 2023년 세계선수권(일본 후쿠오카) 때는 동메달(1분44초42), 올림픽 전초전이던 올해 세계선수권(카타르 도하) 때는 기어이 금메달(1분44초75)을 목에 걸었다.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2023년 개최) 때는 금메달 2개(자유형 200m, 계영 800m) 포함, 6개의 메달을 땄다.
파리올림픽에서 황선우의 경쟁자는 다비드 포포비치(루마니아)가 될 전망이다. 포포비치는 지난 6월 열린 유럽선수권 자유형 200m에서 1분43초13의 기록으로 우승하면서 올해 들어 처음 '1분44초' 벽을 허물었다. 포포비치 외에도 루카스 마르텐스(독일), 매슈 리처즈(영국) 등이 황선우와 메달을 다툰다. 황선우는 "도쿄에서 자유형 200m 예선 기록이 결승에서만 나왔어도 메달을 땄을 텐데, 그런 경험을 발판 삼아 지금의 황선우가 됐다. 레이스 경험은 끌어올릴 만큼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황선우는 파리에서 7월28일 자유형 200m 예선과 준결승, 29일 결승전을 치른다.
해외 언론 "김우민, 자유형 800m에서 3위"
황선우가 단거리 기대주라면 김우민은 중장거리 기대주다. 수영 경영은 올림픽 개막(7월26일·현지시간) 다음 날부터 바로 펼쳐지는데 자유형 남자 400m 예선, 결승이 7월27일 치러진다. 김우민이 혼신의 역영을 펼칠 경우 한국 선수단에 첫 메달의 기쁨을 안기게 된다.
부산 출신의 김우민은 수영을 좋아하는 아버지의 권유로 물과 친해졌다. 하지만 중학교 시절까지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부산체고 시절부터 서서히 기량이 올라왔고 2020 도쿄올림픽(2021년 개최)에도 출전했다. 김우민은 2022년부터 존재감을 드러냈다.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 때 자유형 400m 6위를 했다. 800m는 14위. 2023년 세계선수권 때는 자유형 400m 5위에 오르며 한 단계 더 도약했다.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는 자유형 400m, 800m, 그리고 계영 4×200m에서 1위에 오르며 대회 3관왕을 차지했다. 이윽고 도하세계선수권 때 3분42초71의 기록으로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우민은 키(182cm)는 작지만 윙스팬(196cm)이 황선우보다 길다. 수영에 딱 맞는 몸매라고 할 수 있다.
김우민은 파리올림픽에서 호주 '듀오' 일라이자 위닝턴(24)과 새뮤얼 쇼트(20), 그리고 마르텐스와 자유형 400m에서 경쟁하게 된다. 세계선수권에서 위닝턴은 2022년, 쇼트는 2023년 우승했다. 마르텐스는 올해 기록(3분40초33)이 가장 좋다. 수영 전문매체 '스윔스왬'은 파리올림픽 경영 자유형 400m를 전망하면서 쇼트, 마르텐스에 이어 김우민이 3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김우민은 "파리에서 목표는 기록 경신이다. 그것만을 목표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황선우·김우민을 앞세워 단체전 격인 남자 계영 800m에서도 메달을 노리고 있다. 박태환 홀로 분전했던 때와 달리 '황금 듀오'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도전이다. 황선우·김우민·이호준·양재훈은 올해 세계선수권 때 은메달을 합작했다.
이 밖에 도쿄올림픽 다이빙 남자 3m 스프링보드 4위에 빛나는 우하람(26)이 순위 끌어올리기에 나선다. 런던 대회 이후 12년 만에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아티스틱스위밍 이리영-허윤서 짝은 톱10 진입을 바라고 있다. 파리올림픽 수영은 한국시간으로 예선은 저녁 6~8시, 결승은 새벽 3시30분부터 열린다. 잠 못 드는 여름밤이 예약돼 있다.
■근대5종 간판 전웅태, 올림픽 2연속 메달 향해 GO
한국 근대5종은 3년 전 도쿄에서 올림픽 첫 메달을 따냈다. 동메달을 딴 전웅태(28)가 그 주인공이다. 전웅태는 2016년 리우, 2020년 도쿄(2021년 개최)에 이어 파리에서 생애 3번째 올림픽에 나선다. 그 전에는 메달 도전자였으나 이번엔 수성자로 대회에 임한다. 전웅태는 "노력만이 답이라고 생각한다. 노력과 메달 색깔은 비례하기에 금메달을 딸 수 있을 만큼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근대5종은 종합 스포츠다. 한 명의 선수가 펜싱·수영·승마·육상·사격을 다 잘해야만 한다. 기록을 점수화해 순위를 매긴다. 파리 대회에서는 승마가 마지막으로 펼쳐진다. 2026 LA올림픽부터 승마는 장애물경기로 대체된다. 추첨으로 배정받은 말의 상태에 따라 선수들의 성적이 갈리고, 말을 때리는 일도 빚어져 '동물 학대' 비판이 일었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에는 전웅태, 김선우(27·도쿄 17위)와 함께 서창완, 성승민이 출전한다. 지난 6월 중순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4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따내는 등 분위기는 좋다. 2003년생 성승민은 한국 여자선수 최초로 세계선수권 개인전 메달(금)을 따냈다. 월드컵 2~3차 대회 때도 개인전 은메달을 목에 걸었기 때문에 기대가 된다. 서창완(27) 또한 전웅태와 남자 계주, 성승민과 혼성 계주 금메달을 합작해 냈다.
파리올림픽 근대5종 경기는 8월8~11일 펼쳐진다. 세계선수권과 달리 올림픽에서는 남녀 개인전만 열린다. 서로가 서로의 적이 되는 셈이다. 서창완은 "우상이었던 (전)웅태 형과 같이 훈련하면서 많이 성장했다. 패기 있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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