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이뤘다... 프랑스서 ‘조수미 국제 성악 콩쿠르’
한국인 테너 이기업이 3위
소프라노 조수미(61)가 오랫동안 품어온 꿈 하나가 이뤄졌다. 그의 이름을 딴 ‘조수미 국제 성악 콩쿠르’의 첫 행사가 12일 프랑스 중부 루아르 지방의 고성(古城) ‘샤토 드 라 페르테 앙보(페르테 앙보)’에서 치러졌다. 지난해 7월 이곳에서 특별 리사이틀을 열고 이 콩쿠르의 공식 출범을 알린 지 딱 1년 만이다.
전 세계 47국에서 총 500여 명의 18~32세 성악가들이 응모해 이 중 24명이 본선에 진출했다. 이들은 이달 8일부터 이곳 페르테앙보에 모여 준결선 무대를 펼쳤고, 이 중 11명이 12일 최종 결선을 벌여 총 5명의 수상자를 가렸다. 첫 대회 1위는 중국의 리지하오(바리톤·22)가 차지했다. 심사위원단은 “뛰어난 실력과 돋보이는 무대 매너로 심사위원 모두의 고른 지지를 받았다”고 했다. 2위는 루마니아의 제오르제 비르반(테너·29), 3위는 한국의 이기업(테너·31)에게 돌아갔다. 특별상은 프랑스 소프라노 쥘리에트 타키노(25)와 마리 롬바르드(26)가 공동 수상했다.
조수미는 11명이 오르는 결선 무대 직전 “내게는 참으로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이 콩쿠르가 실현됐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 내 팔을 꼬집어 봤다”고 했다. 그는 “과거 수많은 콩쿠르에 참가했고, 이제는 여러 콩쿠르 심사위원도 하면서 ‘성악가에게 이상적인 콩쿠르란 무엇인가’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왔다”며 “경쟁을 넘어서, 음악가를 돕고 문화적 교류를 증진하는 행사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조수미 국제 성악 콩쿠르는 본선 진출자를 미리 이곳 페르테앙보 성 인근 마을로 불러 주민들의 집에 묵게 하며 현지 문화를 직접 경험케 했다. 또 결선 진출자들 간 교류를 통해 세계 각국의 다양한 언어와 문화를 접하는 한편, 서로 우정을 쌓을 수 있는 기회도 마련했다. 조수미 등이 직접 마스터클래스(성악 지도)도 열었다. 3위 입상자 이기업은 “이 콩쿠르는 ‘경험’의 측면에서 정말 특별했다”며 “음악가로서, 또 인간으로서 발전해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조수미는 자신의 콩쿠르가 재능 있는 음악가들을 돕는 디딤대로 자리 잡기를 희망했다. 그는 “세계 곳곳에 정말 재능 있는 음악가들이 많지만, (유럽이나 미국 음악가에 비해) 아시아나 남미 쪽 음악가들에게는 좀 더 도움이 필요한 게 사실”이라며 “이 콩쿠르가 그들이 세계 클래식 음악계의 주 무대인 유럽에 성공적으로 설 수 있도록 돕는 도약대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수상자들에겐 1등 5만유로(약 7500만원), 2등 2만유로(약 3000만원), 3등에게 1만유로(약 1500만원)의 상금이 주어졌다. 이미 세계적 명성의 다른 콩쿠르들과 비교해도 큰 액수다. 또 조수미와 함께하는 여러 공연 및 음반 발매, 세계적 오페라 극장의 캐스팅 기회도 주어질 전망이다.
조수미는 “이탈리아 밀라노의 라스칼라 극장,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등 세계적 오페라 무대의 캐스팅(배역 선발) 책임자와 클래식 음반 제작사인 워너 뮤직의 알랭 랜서론 대표 등이 심사위원으로 나와 줬다”며 “성악 콩쿠르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라고 했다. 이들이 콩쿠르 진출자들 중 우수한 이들을 직접 ‘스카우트’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알레산드로 갈로피니 라스칼라 캐스팅 감독은 이날 심사 직후 “참가자들의 수준이 무척 높다”며 “당장 무대에 오를 만한 이들이 있다”고 했다.
프랑스 한국문화원과 현대자동차 그룹 등이 이번 콩쿠르를 후원했다. 다음번 조수미 국제 성악 콩쿠르는 2년 후인 2026년에 열린다. 조수미의 데뷔 40주년을 맞는 해다. 그는 “이번엔 오페라곡만 경연 종목으로 삼았는데, 다음엔 예술 가곡 등 다른 장르도 넣고 싶다”며 “2년 뒤엔 더 많은 참가자가 오고 더 높은 수준의 콩쿠르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나중에 지구상에서 사라지더라도, 이 콩쿠르는 계속 이어져 젊은 성악가들에게 조수미란 사람을 추억해주는 행사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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