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초콜릿’ 인기라고? 신의 음식→황후의 과자→국민 간식된 ‘쪼꼬렛’의 변천사 [혀 끝의 세계]
16세기 스페인 통해 유럽에 전해져
카카오 열매가 초콜릿 탄생하기까지
달달한 한입 속 숨겨진 씁쓸한 진실은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사전 예약은 물론 오픈런까지 벌어지는 두바이 초콜릿의 인기가 시들 줄 모릅니다. 치솟는 수요에 비슷한 형태를 따라한 두바이 ‘스타일’ 초콜릿까지 나올 정도죠.
화려한 색감에 바삭한 식감이 특징인 두바이 초콜릿은 아랍에미리트 ‘픽스 디저트 쇼콜라티에’라는 업체의 제품이 원조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지에서도 매일 오후 2시, 5시에만 판매한다고 합니다.
두바이 초콜릿은 아랍에미리트 인플루언서 마리아 베하라가 소셜미디어(SNS) ‘틱톡’에 먹는 영상을 올려 유명해졌죠. 6500만뷰가 넘는 조회수가 나왔는데요. 초콜릿에 피스타치오 스프레드와 카다이프(중동의 면)을 넣은 게 특징입니다. 한국식으로 치면 녹차 스프레드를 바른 약과에 라면을 넣은 느낌일까요?
이 두바이 초콜릿의 현지 가격은 65디르함, 약 2만4000원 정도입니다. 해외 구매 대행을 이용할 경우는 가격이 10만원까지 뜁니다.
사실 그동안 초콜릿에 이색적인 스프레드를 넣은 경우는 많았습니다. 제주도 수학여행의 상징과도 같았던 감귤, 녹차, 한라봉, 백년초 초콜릿 기억 나는 분들 계실 겁니다.
그렇다면 이 초콜릿은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요.
초콜릿의 원재료는 카카오 열매입니다. 고체를 녹여 먹는 지금 방식이 아니라 카카오 열매를 갈아 만든 음료 형태가 첫 초콜릿의 모습이었죠.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 열매는 남아메리카 아마존강과 베네수엘라 오리노코강 유역이 원산지로 알려져 있어요. 학명은 ‘테오브로마 카카오’. 마야, 아즈텍 문명에서는 제사를 지낼 때 카카오를 사용할 만큼 ‘신들의 음식’으로 대접받았죠.
16세기 후반 남미를 정복한 스페인의 코르테스는 화폐 역할까지 하던 당시 카카오를 스페인에 소개했는데요. 맛에 대한 평가는 썩 좋지 않았어요. 이국적이라 귀한 대접을 받기는 했지만 악평을 하는 사람도 있죠.
16세기 중앙아메리카 니카라과에서 초콜릿을 접한 이탈리아 역사가 지로라모 벤초니는 “인간이 마실 음료라기보다 돼지에게 더 적합한 것 같다”면서 “1년 넘게 이 나라에 있었지만 그걸 마시고 싶었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꿀, 설탕 등을 더해서야 유럽인들은 ‘초콜릿’을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멀리서 온 만큼 초콜릿은 당시 사치품이었어요. 지금 흔히 떠올리는 고체 형태의 초콜릿은 1847년에야 등장했습니다. 영국의 프라이 앤 선즈라는 제과업체가 증기 기관을 이용한 기계로 판형 초콜릿을 내놓은 게 대표적이죠.
유럽에 초콜릿을 소개한 건 스페인이지만 발전시킨 건 스위스입니다.
1819년 프랑수아 루이 카이예라는 사람은 스위스 최초의 초콜릿 공장을 세웁니다. ‘초콜릿 가문’ 답게 1875년 카이예의 사위인 다니엘 페터가 세계 최초의 밀크 초콜릿을 탄생시키죠.
이후 스위스는 초콜릿 산업을 꽃피워 대표적인 초콜릿 수출국이 되었습니다.
스위스 사람들은 초콜릿을 많이 먹는 걸로도 유명합니다. 연간 소비량이 세계 1위라고 하네요.
글로벌 데이터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스위스 사람들은 연간 11.8㎏(2022년 기준)를 소비하다고 하니다. 한국인 한 명의 소비량(700g)의 최소 15배가 넘습니다.
한국에는 고종 황제 시절 처음에 한국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한제국 시절 외빈 접대를 맡은 손탁 씨가 초콜릿을 소개해 명성황후가 처음 맛을 봤다는 이야기가 유명하죠.
한국인들에게 초콜릿의 달달함이 널리 퍼진 건 6·25 전쟁 때 입니다. 170만 명이 넘는 미군들이 한국에 들어와 아이들에게 초콜릿을 나눠주곤 했습니다. 이때 아이들이 말한 “헤이, 기브 미 쪼코렛!”은 영화나 소설에도 종종 등장하는 말이죠.
이 초콜릿은 그럼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요?
현대가 되었지만 초콜릿 제조에는 짧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고, 달달함 뒤에는 씁쓸한 진실이 있다는 걸 알고 계실까요.
특히 코트디부아르 등 아프리카 카카오 생산지에서는 아동 노동착취가 문제가 됐습니다.
2021년에는 ‘국제권리변호사들’이라는 단체가 이를 문제삼아 미국 워싱턴 연방법원에 네슬레 등 글로벌 초콜릿 회사 7곳 상대로 소송을 걸기도 했어요.
업체들은 아동 노동착취에 반대한다는 입장이지만, 카카오 재배와 노동착취는 아직도 곳곳에서 진행 중인 불편한 진실입니다. 이런 생산 과정에 반대해 노동력 착취와 저임금에 반대하는 ‘공정무역 초콜릿’이란 초콜릿 분류가 있을 정도니까요.
카카오나무는 심은 지 4~5년은 되어야 열매를 맺습니다. 수확은 1년에 2번을 해요. 이후 ‘마체테’라 불리는 전용 칼로 잘라낸 뒤 열매(포드·pod)를 갈라서 펄프에 둘러 쌓인 속(빈·bean)을 집어냅니다. 이 빈을 5~7일 정도 바나나 잎을 덮힌 채 발효를 해 주고요. 수분을 줄이기 위해 건조한 뒤 품질 검사를 거칩니다. 이물질 제거나 세척 등을 끝낸 카카오 빈은 140도 전후에 열에서 로스팅됩니다. 마치 커피 원두를 닮았죠?
이 로스팅 시간에 초콜릿의 맛이 결정됩니다. 시간이 짧으면 강하고 진한 다크초콜릿이, 시간이 길 경우 균형감 있는 맛이 살아난다고 하네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카카오 빈을 잘게 부순 뒤에야 초콜릿을 만들 수 있는 카카오 닙(nib)을 얻게 되는데요. 이걸 다시 갈아야 해요. 카카오를 갈면 코코아 가루가 되죠. 이렇게 나온 다양한 형태의 코코아 매스(고체), 페이스트(반죽) 에 각종 재료를 혼합합니다. 분말 우유를 넣으면 밀크초콜릿, 설탕과 바닐라를 더하면 다크 초콜릿이 되는 식이죠. 이 코코아 페이스트를 다시 또 균일하게 갈아낸 뒤 초콜릿 정제기인 콘체에 넣어 열을 가해주는 게 필요해요. 타닌과 수분을 없애는 이 작업은 최소 6시간에서 72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초콜릿의 품질을 결정 짓 핵심적인 과정이라고 하네요.
이렇게 만들어진 액체 초콜릿을 여러 판형에 넣어 굳히면 초콜릿 바(bar)나 동전 모양의 커버처 초콜릿이 탄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초콜릿도 종류별로 그 이름이 다양하죠.
이 작은 커버처 초콜릿을 활용해서 속에 견과류가 들어간 프랄린(praline)이나 바크 초콜릿으로 만듭니다. 프랄린은 잔두야(gianduja), 마지팬(marzipan) 같은 속 재료가 25%가 이상을 차지하는 한입 크기의 제품을 뜻합니다. 디핑 방식으로 담갔다 꺼냈다를 반복하며 초콜릿을 입힌 건 프랑스에서 ‘봉봉 오 쇼콜라’라고 불러요.
마치 크래커 크기의 납작한 초콜릿 위에 건조 과일, 견과류 등을 올린 초콜릿은 망디앙(mendiant)입니다. 아몬드 같은 견과류를 바위처럼 초콜릿에 버무려 굳힌 경우는 로셰(Rocher)라고 합니다. 자, 그럼 이탈리아 초콜릿 브랜드 ‘페레로 로쉐’의 뜻이 드러나죠? 페레로 로쉐는 이탈리아의 페레로라는 회사가 통 헤이즐넛을 넣은 뒤 크림, 조각을 초콜릿에 버무렸다는 의미인 것이죠.
[참고자료]
초콜릿 한 조각에 담긴 세상, 김계숙, 아트레이크
초콜릿 세계사, 다케다 나오코,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초콜릿의 지구사, 사라 모스, 알렉산더 바데녹 지음, 휴머니스트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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