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與 TK 합동연설회, 대구 불볕더위 보다 뜨거웠던 '지지자 열전'
"나, 행동하는 대표"…"윤, 가장 정직한 사람"
"'네거티브' 그만…당원·국민 마음 잡아야" 지적도
[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12일 오후 무더운 날씨 속 '보수 핵심지'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7·23 전당대회 대구-경북 지역 합동연설회는, 본 행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각 후보 지지자들의 응원전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삼삼오오 행사장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모인 당원들은, 마이크를 잡고 마치 자신들이 후보가 된 듯 '장외전'을 펼쳤다.
행사 한 시간 전인 오후 1시께, 원희룡 후보 지지자들은 후보와 연일 토론회에서 거친 공방을 벌이는 한 후보에게 '배신자, 총선 백서 공개하라' 등 날선 발언을 쏟아냈다. 뙤약볕에 원 후보 지지 문구가 써있는 피켓을 들고 있던 60대 지지자 김 모씨는 기자와 만나 "한동훈이 말하는 변화가 곧 보수 궤멸"이라며 "더 이상 보수가 내려갈 곳이 없다. 이젠 (보수) 적통이 당을 맡아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후보 지지자들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타 후보 지지자들을 압도하는 인파, 거기서 나오는 우레와 같은 목소리로 행사장 주변을 장악했다. 특히 한 후보가 연설회장에 들어선 오후 1시 30분께 입구 양쪽에 도열해 '우리의 바람은 한동훈', '너밖에 없어 한동훈' 등의 피켓을 들고 한 후보와 최고위원 후보들을 맞이했다. 한 후보는 쏟아지는 인파를 겨우 헤치면서 연신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고, 머리를 숙였다. 그러자 도열한 지지자들의 환호성은 더욱 거세졌다.
그를 지지한다는 60대 남성 박 모씨는 '왜 한 후보를 지지하느냐'는 기자의 말에 "한 후보가 제일 청렴결백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최근 벌어지는 한 후보와 김건희 여사 간 문자 논란에 대해선 "굳이 한 후보가 타 후보들의 공격에 맞대응할 필요도 없다고 본다"며 "한동훈의 강점인 소신과 주관을 내세우면서 남은 레이스를 보내면, 당선을 걱정할 것이 없다"고 했다. 또 그는 "당이 (원 후보의) 흑색선전을 너무 관리를 안 한다"며 "당에서 더 적극적으로 이런 것을 제지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나경원 후보 지지자들은 공방전 참전을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다만 사물놀이 등 색다른 응원전으로 눈길을 끌었다. 50대 남성 윤 모씨는 기자와 만나 후보가 한 후보에 이어 여론조사에서 2위를 달리고 있는 상황을 의식한 듯 "전당대회가 인기투표가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 후보가 법무부장관 때 보여준 것으로 국민과 당원들 사이에 인기가 높아진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그냥 말잔치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나 후보가 원내대표를 했을 때 실질적으로 행동한 것을 봤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TK가 당원 중 20%를 차지하고 있다"며 "TK 판세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몸소 느낀다. 결선으로 가면 나 후보쪽으로 분위기가 많이 모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행사장 밖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윤상현 후보 지지자들은 대부분 홀 안에 자리하고 있었다. 지지자들은 윤 후보를 '전사'로 표현한 사진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줄지어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행사를 위해 윤 후보 지역구인 인천에서 내려왔다는 60대 남성 진 모씨는 "윤 후보가 가장 정직한 사람"이라며 "무소속으로 두 번이나 당선된 것도 지역에서 정직하게 활동을 열심히 해 된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그는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유지하는 한 후보의 단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진 씨는 "나 뿐 아니라 당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 바로 한 후보가 법무부장관 시절 이재명 대표의 부패를 제대로 척결하지 못했다는 점"이라며 "이번 총선에서도 국민의힘이 패배한 요인이 바로 그런 '능력 부족' 이미지 때문 아니었겠나 하는 생각이 있다"고도 했다. 또 전대 네거티브 공방이 과열되는 데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그는 "진짜 이 당이 전대가 끝나면 뒷수습은 어떻게 할 건지 모르겠다"며 "이제라도 서로를 향한 화살을 거둬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불이 붙은 분위기는 후보자 연설로 이어졌다. 당원들은 연설이 시작하기 전, 또는 연설 중간에 지지하는 후보들의 이름을 연호하며 행사장 분위기를 띄웠다. 다만 당대표 후보들의 발언 수위는 이전 연설회 보다는 차분했다. 선관위가 전날 방송 토론회에서 언성까지 높인 한 후보와 원 후보를 향해 전대 첫 공식 제재 조치를 의결한 만큼, 이날 후보들은 서로를 향한 공격보다는 '자신이 어떤 것을 잘하는 지'를 알리는 데 집중했다.
처음으로 연단에 오른 나 후보는 연설 초반 부친이 K2 비행장에 근무한 이력을 내세우며, '모태 TK'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최저임금 만원 시대에 저출산으로 노동력 부족이 만성화 된 상황에서, 외국인 노동자에게는 최저임금 적용을 예외시켜 생산 현장과 농촌현장 인건비 부담을 낮추겠다"고 했다. 그는 연설 말미에는 한 후보를 겨냥해 "자기 살자고 당무개입이니 국정농단이니 금기어를 함부로 쓰는 분들이 있다. 그런 분이 대표가 되면 당정 관계가 파탄날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윤 후보도 "제 몸에는 영남의 뜨거운 피가 살아있다"며 "TK 신공항과 TK 행정 통합을 빨리 완성시켜 TK 경제를 살리는 데 일조하겠다"고 했다. 한 후보 역시 "동대구역과 서문시장을 생각하면 저는 가슴이 뛴다"며 "박정희, 박근혜 전 대통령의 위대한 결단, 큰 정치를 이어 받겠다"고 TK 표심을 잡는 데 주력했다.
원 후보도 "나라가 흔들리고 당이 흔들릴 때마다 이를 지켜준 것은 대구 경북 국민들"이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같은 일을 우리가 또 당해서는 안 된다. 나라가 중대범죄 혐의자들의 탄핵 위험으로 흔들리고 있는데, 대구 경북 국민들이 다시 한 번 당을 지키고 나라를 구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 추산 당원 등 3500여 명이 참석한 이날 대구·경북 합동연설회는 지난 8일 호남권, 10일 부울경에 이어 세 번째다. 대전·세종·충북·충남(15일), 서울·인천·경기·강원(17일) 순으로 합동연설회가 이어진다.
/대구=유범열 기자(heat@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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