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햄릿이 나타났다…공연계, 젠더프리 바람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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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계에서 '남성'과 '여성'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들이 자주 이뤄지고 있다.
그리스로마신화의 남성 신인 헤르메스 역에 여배우를 캐스팅하는가 하면, 왕자였던 햄릿이 공주가 되기도 한다.
기존 작품 중 많은 경우 극을 이끄는 주체적인 역할이 남성으로 설정된 경우가 많다 보니 공연계의 '큰 손'인 2030 여성들의 젠더 감수성을 고려한 캐스팅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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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예슬 기자 = "영국엔 여왕도 있는데 햄릿이 공주일 수도 있겠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했어요." (국립극단 연극 '햄릿'의 부새롬 연출가)
공연계에서 '남성'과 '여성'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들이 자주 이뤄지고 있다. 그리스로마신화의 남성 신인 헤르메스 역에 여배우를 캐스팅하는가 하면, 왕자였던 햄릿이 공주가 되기도 한다. 배우들에게는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할 기회가 주어지고, 관객들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신선한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지난 12일 개막한 뮤지컬 '하데스타운'에서는 배우 최정원이 에르메스 역을 연기한다. 남성 신인 만큼 주로 남자 배우들이 이 역을 맡아왔지만 이번에 한국 공연 최초로 여성 헤르메스를 만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성별에 관계없이 배역을 정하는 것을 '젠더 프리' 캐스팅이라고 한다.
올 초 공연된 연극 아마데우스에서는 모차르트의 그늘에 가려 질투에 휩싸이는 살리에르 역을 차지연이 맡았다. 차지연은 뮤지컬 '더 데빌'과 '광화문연가'에서도 젠더 프리 연기를 했다.
남성이던 주인공을 여성으로 바꾸기도 한다. 420년 전 셰익스피어가 쓴 '햄릿'에서는 주인공인 햄릿이 왕자로 설정됐지만, 최근 국립극단이 이 인물을 공주로 재해석했다. 캐릭터의 성별을 바꾸는 '젠더 밴딩'이다.
창작진들은 오래 전 쓰여진 작품에 드러나는 여성을 향한 혐오와 폄하를 덜어내자는 차원에서 햄릿의 성별을 바꿨다. 단순히 성별이 바뀌는 문제에서 더 나아가 고전적인 햄릿을 현대적으로 뜯어보자는 의도도 있었다.
젠더 프리, 혹은 젠더 밴딩 캐스팅은 특히 2018년 문화예술계 미투운동 이후 예술계 내 여성 문제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활발해진 측면이 있다. 기존 작품 중 많은 경우 극을 이끄는 주체적인 역할이 남성으로 설정된 경우가 많다 보니 공연계의 '큰 손'인 2030 여성들의 젠더 감수성을 고려한 캐스팅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즉, 관객들이 원한다는 것이다.
'햄릿'의 정진새 작가는 "성별을 바꾸는 데 대해 대단히 큰 결단을 내렸다기 보다는 남성의 얼굴을 한 햄릿은 늘 봐왔고, 이제는 관객들이 여성 햄릿을 보고 싶어 하실 것 같았다"며 "어떤 성별이든 다 할 수 있는 이 시기에 고전 햄릿에서 현대 햄릿으로 바뀔 때 호환될 여지를 찾았던 작업이었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shley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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