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동진 "'갤럭시' 다음 남기고픈 역작은 '청년의 미래'"
"엔비디아 1위, 차세대 메모리·팹리스·파운드리 교훈"
"TSMC 같은 기업…지금 모멘텀 못 만들면 기회 빼앗겨"
"전당대회, 파괴적 혁신 이끌 대표는 내부 '빚' 없어야"
[아이뉴스24 김보선,유범열 기자]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며 '갤럭시'라고 하는 결과를 남겼습니다. 물론 앞서 고민한 선배들, 정말 훌륭한 후배들이 많이 있었고 함께 한 결과죠. 그런데 당장 4년 뒤 만약 정치를 떠난다면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 그건 '청년의 미래'라고 생각합니다."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서울 강남병)은 지난 9일 국회에서 <아이뉴스24>와 인터뷰하며 이렇게 말했다. 삼성전자 사장을 역임한 경제인 출신으로 '한동훈 비대위'에서 영입인재로 정치에 입문한 그는 정치인으로서 △청년의 미래 △중소·중견기업 경쟁력 강화 △소프트웨어 산업 경쟁력 강화 △사회적 약자 보호라는 4가지 화두를 늘 가슴에 새기고 있다고 했다.
당내 AI·반도체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 중인 고 의원은, 최근 1호 법안으로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대통령 직속 특별위원회를 신설해 정부 차원에서 반도체 산업 전략 수립과 지원이 가능하게 하는 내용이다.
국가 핵심전략 차원의 반도체 산업과 국제정세를 논한 고 의원은 인터뷰 내내 한국이 가야 할 방향과 비전을 막힘 없이 쏟아 냈다. 국내 반도체 산업 현안과 인공지능(AI) 칩 선두 주자인 미국 엔비디아가 최근 시가총액 1위를 꿰찬 것이 우리에게 어떤 울림을 주는 것인지를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의원실 안에 있는 화이트보드 한 바닥을 마커로 가득 채웠다.
그는 이번 전당대회서 한동훈 후보의 유력한 러닝메이트, 즉 최고위원 후보로 거론됐다. 그러나 출마하지 않았다. 고 위원은 "한 전 위원장과 인연이 돼 당에 들어왔다고 해서 영원한 인연으로서 돕고 그런 것은 아니지 않나. 나는 다른 욕심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정치인으로서 무엇을 남길 것인가, '청년의 미래'를 고민할 뿐"이라고 했다.
한 전 위원장의 당 대표 출마에 대해선 "그 분이 만약 국민의힘에서 3년 정도 리드를 했었다면 이번에는 나오지 않는 게 맞다. 그런데 법무부 장관 하다가 갑자기 떠밀려 나와 108일을 일했을 뿐"이라며 한 전 위원장의 총선 참패 책임론에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디스트럭티브'(파괴적·destructive)한 혁신이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당 대표는 개혁과 혁신을 위해 '빚'이 없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다음은 고 의원과의 일문일답
–대통령 직속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설치에 관한 법안(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1호 법안으로 낸 이유는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어떻게 더 강화시킬 수 있을까에 초점을 둔 법안이다. 21대 국회의 'K-칩스법'이 세제 혜택(대기업·중견기업 15%, 중소기업 25% 세액공제)에 초점이 있었는데 올해 말까지인 일몰시한을 없애 계속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나라는 5년마다 정권이 바뀌기 때문에 정책 기조가 흔들리는 경우가 많다. 대통령 직속의 위원회를 만들어 5년 단위로 반도체 정책 계획을 세우고 그 실적을 5년 단위로 검증하는 것도 큰 틀에서 중요한 방향이다. 장비규제 같은 것도 '패스트트랙'으로 원스톱으로 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했다. 일본 구마모토의 TSMC 공장이 28개월 만에 준공됐다. 등골이 서늘해지는 현실이다. 일본 반도체가 다시 살아나면 우리 산업이 정말 위험하다는 걸 직시해야 한다."
–특위에서 최근 경기 남부 반도체 클러스터를 찾았다. 현장에서 안정적인 용수, 전기 공급과 도로 구축의 중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많이 나왔는데, 발의한 1호 법안에도 '전력·수력 인프라 신속 구축'이 담겼다. 이것이 왜 중요한가
"새만금 같은 대규모 현장을 가 보면 반도체는 인력, 수력, 전력 싸움 즉, '인수전'이다. 지금 국가산업단지든 일반산업단지는 인프라는 기업이 해결하도록 돼 있는데, '인수전'을 국가 주도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최대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로 조성하는 용인 특화단지에는 10기가와트(GW) 이상 전력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2037년까지는 액화천연가스(LNG)로 3GW를 공급하고, 서해안 초고압 직류망 등 장거리 송전선로를 통해 2037년 이후 7GW 이상을 확보해 공급하기로 했다. 장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이는 게 국제적 추세에 맞추는 길인 것은 맞지만, 재생에너지로만 전력 수급을 충족해야 하는 RE100으로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140여 개 기업이 CFE(원자력 발전을 포함하는 무탄소에너지·Carbon Free Energy)로 만들어진 부품을 쓰겠다고 한 것은 우리 입장에서는 다행스러운 대목이다. 이런 전력 문제 해결을 위해 지금부터 4~5년이 아주 중요하다고 본다."
–특별법은 'K-칩스법'의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 일몰기한을 없애자는 내용인데, 그렇다면 '대기업·중견기업 15%, 중소기업 25%' 수치는 충분한가
"세액공제 혜택은 그대로 일몰기한 없이 주자는 것인데, 대신 보조금 지급 혜택을 추가로 얘기했다. 세액공제 플러스 직접 보조금 지급 구조를 제시한 것이다. R&D 보조금의 경우 중소·중견기업에만 주는 혜택을 대기업까지 확대하자는 것이다. 대기업에 보조금을 주면 특혜라고 하는데 이건 특혜가 아니다. 우리나라 대기업은 미국, 일본, 독일, 대만과 경쟁하고 있다. 유일하게 보조금을 주지 않는 나라가 대만인데, 대만은 TSMC를 만들 때 이미 정부에서 50%를 지원했다."
–AI 그래픽처리장치(GPU) 제조 회사인 엔비디아가 최근 전 세계 시가총액 1위에 등극해 많은 관심을 모은다. 이런 변화가 뭘 의미하나. 국내 반도체 산업은 어떤 점에 초점을 둬야 하나
"첫째는 HBM(고대역폭메모리), PIM(프로세싱인메모리) 등 차세대 메모리 기술력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 세계 메모리 시장점유율 74% 비중을 차지한다. 그런데 이 시장이 부침이 심하다. 시장 상황에 따라 반도체 가격이 올랐다고 갑자기 공급이 과해지면 갑자기 뻥튀기가 되면서 거의 치킨게임으로 치닫는 것이다. 앞으로는 엔비디아 같은 고객이 한국만을 필요로 할 수 있는 걸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PIM이 대표적이다. 둘째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회사)다. 메모리와 달리 팹리스에서 우리나라의 점유율은 거의 1% 수준이다. 여기에 국가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50~100억이 훅 들어가기 때문에 우리나라 스타트업 같은 작은 회사들이 하기에는 도전이 매우 어렵다. 그런데 한번 기반을 잘 닦아 놓으면 우리나라도 퀄컴 같은 회사를 만들 수 있는 것 아닌가. 세 번째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인 대만 TSMC 같은 회사를 만드는 일이다. 미국이 중국을 제재하는 상황에서 글로벌 테크들의 공급처가 사실상 TSMC 한 곳이라는 건 우리에게 어마어마한 기회다. 지금 파운드리에서 모멘텀을 만들지 않으면 핵심 인재를 비롯한 여러 기회가 다른 나라로 이동할 우려가 있다."
–당 전당대회가 한창이다. 한동훈 후보 러닝메이트, 최고위원 후보에 거론되기도 했었는데, 이번 전당대회에 나오지 않은 이유는
"전혀 고민하지 않았다. 한동훈 전 위원장과 인연이 돼서 국민의힘에 들어왔다고 해서 영원한 인연으로서 돕고 그런 것은 아니지 않나. 나는 내가 잘하는 것을 하고 싶다. 대한민국 '청년의 미래'와 '중소·중견기업 경쟁력 강화', '소프트웨어 산업 경쟁력 강화', '사회적 약자', 이 4가지 화두가 가장 주력하는 고민이다."
–초선 의원으로서 야당의 특검법 강행 처리와 22대 국회 개원식 파행 등 충돌로 얼룩진 국회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
"이 4가지 목표로 국민들께 봉사하겠다는 처음의 마인드 셋을 잃어버린다면 아마 이 안에서 숨을 못 쉴 것 같다. 각오는 했지만 정치판이 너무나 혼탁하다. 야당은 정권을 비판하려는 게 정치의 생리라고는 하지만 의도적으로 '탄핵'이라는 워딩을 끊임없이 쏟아내는 걸 보면서 이것은 음해 내지는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깎아내리기 위한 어떤 '정치공세'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여당의 입장에서는 거기에 굴복할 수 없지 않나.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 당선된 대통령이고 그렇게 창출한 정권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리고 이런 정쟁에 휘말렸을 때도 화두를 놓지 않아야 할 것은 '국민에 대한 신뢰'다. 그 답은 심플하다. 솔직하게, 민생 경제를 위해, 정책 정당으로서 계속 승부를 해 나가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전당대회를 과열시키고 있는 '김건희 여사 문자 공방'을 어떻게 보나
"직장이든 정치에서도 일에 대해선 공적인 일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공적으로 풀어나가는 게 맞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가지고 많은 후보들이 한 후보를 공격하는 것을 보면 측은하기도 하다. 또 초선의원으로서 볼 때 나중에 이 모든 것을 어떻게 수습하려고 이렇게까지 할까 하는 생각도 있다. '금도'라는 게 있는데, 지금은 그걸 넘은 게 아닌가 싶다."
–여야 극단의 국회 위기 상황에서 어떤 당 대표가 선출돼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국민의힘은 지금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다. 기업에 다닐 때를 생각해 보면 어떤 조직이 본래 기반으로 성장을 하고 발전하려면 내부에서 그 조직을 가장 잘 알고 생리를 잘 파악한 사람을 승진시키는 것이 베스트인 것 같다. 그런데 '디스트럭티브 체인지'를 할 때는 내부에 오래 있지 않았던 사람을 데려오는 게 맞다. 총선을 치르며 놀라고 답답했던 건 당에 싱크탱크가 없다는 것이었다. 시스템도 없었다. 나처럼 영입인재로 외부에서 온 인사들이 어떻게 선거에 임해야 할지, 원외 당협위원장을 하다 공천을 받은 사람은 어떻게 선거에 임해야 하는지 사례별로 적용할 시스템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런 당을 개혁하려면 누가 필요할까. 우선은 가장 개혁적인 사고와 마인드가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당에 '빚'을지고 걸려있는 게 없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의정활동에서 역점을 두고 추진할 계획은
"'청년의 미래', '중소·중견기업 경쟁력 강화', '소프트웨어 산업 경쟁력 강화', '사회적 약자'라는 4가지 화두로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산자위에서 대한민국 미래와 경제발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중점적으로 고민하면서 일할 생각이다. 반도체 산업 발전에 대해서는 현재 야당에서도 매우 적극적인데 개인적으로 행복함을 느낀다. 미세 조정을 한다면 큰 틀에서의 방향성이 같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를 떠나면서 '갤럭시'라는 결과를 남긴 것처럼 만약 정치를 떠난다면 무엇을 남길 수 있을 것인가. 나는 '청년의 미래'를 남길 생각이다. 청년의 미래야말로 대한민국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에 들어오기 전부터 세컨드 라이프는 청년들을 위해 봉사하고 나의 재능을 환원하고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다."
/공동=김보선 기자(sonntag@inews24.com),유범열 기자(heat@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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