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위 고민 많았다"…'커넥션' 제작진이 마약 소재를 다룬 방식[TF인터뷰]
이현 작가·김문교 감독 서면 인터뷰
"'커넥션'은 우정의 다면성·소중함에 대한 작품"
[더팩트 | 공미나 기자] "마약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다거나, 마약에 대한 거부감을 약화시킨 다거나 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작품 안에서 마약에 대한 확실한 태도를 정하고 지키는 것, 마약을 끝까지 낯설게 다루는 것 등을 항상 고민했습니다."
SBS 금토드라마 '커넥션'(극본 이현, 연출 김문교)는 마약반 형사 장재경(지성 분)이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마약에 중독돼 이를 추적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자극적인 소재에만 초점을 두지 않고 탄탄한 스토리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은 이 작품은 이현 작가와 김문교 감독의 세심한 고민 끝에 탄생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지난 6일 최고 시청률 14.2%(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으로 막을 내렸다. 이현 작가와 김문교 감독은 서면 인터뷰를 통해 "많은 관심과 애정을 보내준 시청자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현 작가는 작품을 준비하며 기대와 걱정이 공존했다. 그는 "드라마의 작품성만큼이나 상업성과 대중성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정'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담고 있지만 미스테리 스릴러라는 장르물의 특성상 많은 대중분들께서 공감하고 좋아하실지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결과적으로 미스터리 스릴러물을 전부터 좋아하셨던 분들은 물론이고 평소 즐겨보지 않으셨던 분들까지 '커넥션'을 몰입해 보셨다는 말씀을 듣고 놀랍기도 하고 다행스러웠다"고 전했다.
마약에 중독된 마약반 형사의 이야기를 큰 줄기로 삼아 20년간 이어진 고등학교 동창들의 변질된 우정이 작품 전체를 휘감는다.
이현 작가는 이 작품이 마약 드라마로 비치지 않고 우정이라는 주제가 잘 드러나는 데에 집중했다. 이현 작가는 "시청자들에게 억지로 주제 의식을 강요해서도 안 됐기에 때문에 인물 각각의 캐릭터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저마다의 우정'이라는 키워드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가에 역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김문교 감독은 작품의 수위와 정교하게 설계된 이야기를 어떻게 표현할지에 집중해서 연출했다. 그는 "상황 자체는 자극적으로 만들되 적게 보여주자고 생각했다"며 "때로 세련돼 보이지 않더라도 최대한 이야기의 전체를 이해하게 하자는 결론에 닿기까지 많은 분들이 함께 고민해 줬다"고 밝혔다.
14회 차 중 2회는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가장 잘 표현한 회차다. 이현 작가는 "2회에서 준서의 주검을 앞에 놓고 마주한 친구들의 염습실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이는 핵심 등장인물이 모두 한자리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모인 순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흔도 안된 친구가 자살해서 모인 장례식장 분위기는 세상 그 어떤 장소보다 슬프고 처연하다. 그런데 드라마 속 염습실이나 장례식장은 그렇지 않다. 착한 허주송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눈물조차 흘리지 않는다. 각자의 욕망으로 머리가 복잡하고, 저마다 다음 수를 계산하느라 바쁘다. 이 모습이 '커넥션'을 함축해서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문교 감독도 2회 장례식장 신이 가장 애정이 많이 남는다고 했다. 그는 이 신에 대해 "처음으로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이 꽤 많았고 그들을 잘 소개해야 이야기를 끌고 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준비와 촬영 후반작업까지 신경이 많이 쓰였다며 "촬영 초반에 찍었기 때문에 그 장면에서 처음 만나게 된 배우들도 있었는데, 서로가 서로의 연기를 처음으로 확인하고 맞춰가는 그 과정이 짜릿했다"고 떠올렸다.
작품 흥행에는 열연한 배우들의 공도 크다. 특히 주연을 맡은 지성이 마약에 중독된 모습부터 금단 현상에 시달리는 모습을 실감 나게 연기해 화제를 모았다. 이현 작가는 "작가가 아무리 인물의 입체성을 설정하고 복잡한 심리를 대본에 옮겨도, 연기자가 그 인물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번 드라마 속 연기자분들의 캐릭터 표현은 정말 압권"이라며 "때때로 제가 상상하지도 못했던 캐릭터의 또 다른 면모까지 연기하시는 모습을 경험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흥분되는 일이었다"고 대본을 잘 표현해 준 배우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김문교 감독은 출연 배우들을 보며 "'이렇게 잘하는 사람이 이렇게 열심히 한다고?' '이렇게 성격도 좋다고?'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 뛰어난 배우들의 연기 예술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점에 행복했고 그 훌륭함이 행여 저의 실수로 소실될까 불안했다"고 겸손히 말했다.
마약에 중독된 장재경을 표현할 때 김문교 감독은 고민은 특히 컸다. 그는 "이 드라마가 진입 장벽이 가장 낮은 TV라는 매체를 통해 전달되기 때문에 사회적인 도덕관에서 벗어나선 안 된다는 걱정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또 그는 "수위의 측면에서 어느 정도의 강도로 표현해야 시청자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이 드라마를 계속 봐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며 "마약에 대한 거부감을 가진 일반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마약에 의한 각성도, 금단도 보고 싶은 장면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주인공의 방해물로서 그리고 마약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키는 면에서 어느 정도 불편한 장면들이 필요했지만 그 수위를 조절하기 위해 배우가 여러 버전의 연기를 하기도 했고 그 안에서 항상 조심히 선택했다"고 전했다.
'커넥션'을 통해 이현 작가와 김문교 감독은 '우정'의 다면성과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하려 했다. 이현 작가는 "남도 아니고 가족도 아닌 중간 어딘가의 관계가 우정"이라며 "그래서 깨지기 쉽고 변하기도 쉬운 이 우정을 아무런 이해 관계없이 순수하게 지켜내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그렇기 때문에 또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김문교 감독은 "'커넥션'은 인간이 인간에게 잔인하게 구는 장면이 꽤 나오기도 하고 인간의 어두운 면을 자주 보여주는 드라마"라며 "작품 속 인물의 말로가 대체로 좋지 않고, 우정이란 긍정적 가치의 이면을 자꾸 들춰내기도 한다"고 했다. 이어 "작가님이 이 대본을 통해 하고자 했던 일은 그 씁쓸하고 어두운 면을 짚어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어두운 면 너머에서 인간이 지켜내야 할 무엇을 발견하는 데에 있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시청자분들이 '커넥션'을 어둡고 쓸쓸한 드라마로 기억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 어둡고 씁쓸한 것들 사이에서 힘들게 건져낸 반짝이는 것의 가치를 함께 발견하고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김문교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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