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분에 관한 최근 헌재 결정이 시사하는 점[부장판사 출신 김태형 변호사의 '알쏭달쏭 상속·이혼']
유류분반환청구 소송의 활성화
헌법재판소의 결정
별개의견
절차의 일원화
이전 칼럼에서는 유언의 5가지 방식에 대해 알아보고 불필요한 상속분쟁을 막기 위해 직접 유언장을 작성해 보자고 권유했었다. 사실 1977년 민법 개정 전에는 유언의 자유가 완전히 보장되었다. 예를 들면 자신의 모든 재산을 특정한 상속인 1인에게 전부 유증하여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농경사회에서는 피상속인이 유언으로 자신의 재산 대부분을 장남에게 유증하고 장남은 돌아가신 피상속인의 유지를 받들어 제사를 주재하고 어린 동생들을 보살피기도 했다. 하지만 평균 수명의 연장, 여권의 신장 등 여러 사회 인식의 변화로 1977년 민법 개정을 통해 유류분 제도가 우리나라에 탄생했고 그 유류분 제도는 최근 헌법재판소의 위헌 및 헌법불합치 결정이 있을 때까지 그대로 유지되었다. 미국은 배우자의 유루분만, 영국은 배우자와 자녀의 유류분만, 독일은 배우자, 자녀 및 부모의 유류분만 인정하는 데 반해 우리나라 민법은 형제자매에게 까지 유루분을 인정하고 있었다.
유류분은 쉽게 말하자면 상속인의 법정상속분 중 최소한 일정 지분에 해당하는 몫은 법으로 보호해 주겠다는 것이다. 우리 민법은 유류분 상실 사유를 따로 규정하고 있지 않았다. 따라서 상속결격자가 아니라면 법정상속분 중 몇분의 몇에 해당하는 몫은 언제나 확보된 것이었다(배우자와 직계비속은 법정상속분의 1/2, 직계존속과 형제자매는 법정상속분의 1/3). 상속결격자는 고의로 피상속인이나 선순위 상속인을 살해하거나 살해하려고 한 자나 사기 또는 강박으로 유언 또는 유언의 철회를 방해한 자 등 법에 엄격하게 규정되어 있다. 즉 상속인이 위 상속결격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 한 피상속인에게 패륜행위를 하여도 유류분을 보장받았던 것이다. 유류분 제도가 생긴 이래 유류분반환청구 소송 건수는 계속 늘어 2012년에 590건에 이르렀고 2023년에는 2,035건으로 크게 늘었다.
요즈음 결혼 적령기에 있는 남녀 중에 비혼이 꽤 많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이 사망할 경우 1순위 법정상속인은 부모가 된다. 만약 부모가 먼저 돌아가신 경우라면 형제자매가 1순위 법정상속인이 된다. 그런데 만약 이런 사람들이 유언으로 자신의 전 재산을 공익재단 등에 유증하였을 경우 형제자매들이 자신들의 유류분을 주장하며 유류분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합당한지가 문제되었는데 헌법재판소는 형제자매들에게 유류분을 인정하는 현행 민법 규정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했다. 다른 나라의 입법례와 현재 우리나라의 국민 정서 및 가족관계 상의 변화에 비추어 위 결정은 타당하다. 이로써 현재 진행되고 있는 형제자매가 제기한 유류분반환청구 소송은 모두 기각될 것이고, 비혼 무자녀에 부모까지 돌아가신 사람들의 사실혼 배우자나 형제자매가 아닌 제3자에 대한 유증 내지 증여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유류분에 기여분을 준용하지 않는 부분과 유류분 상실 사유를 따로 규정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였고, 이에 따라 국회는 2025. 12. 31.까지 관련 규정을 마련하거나 개정해야 한다. 그런데 상속인이 될 여러 자녀 중 한 명이 피상속인에게 어느 정도의 패륜행위를 하였을 때 유류분이 상실된다고 봐야 할까? 상속결격 사유에 이르지 않는 피상속인에 대한 폭행 또는 상해도 있을 수 있고, 부양이 필요한 피상속인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학대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사실 현재 유류분 상실 사유로 거론되는 많은 주장들은 상속재산분할심판 과정에서 자주 등장했던 주장들이다. 그러나 상속재산분할은 원칙적으로 피상속인의 상속재산을 법정상속분대로 분할해주는 제도이므로 그와 같은 주장들이 효력을 가지기 어려웠다. 상속재산분할심판 과정에서 거의 항상 동반되는 기여분 청구 및 그에 관한 법리는 앞으로 기여분에 관한 규정이 준용되는 유류분반환청구 소송에서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이번 헌재 결정에서는 가업승계를 목적으로 하는 증여를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편입해서는 안된다는 별개의견과 배우자의 유류분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별개의견이 있었다. 위 의견의 당부를 떠나 만약 상속인 중 1인이 가업승계를 위해 피상속인의 상속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한 기여를 한 경우라면 앞으로는 기여분을 주장하는 방법으로 위 별개의견과 비슷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본다.
현재 피상속인의 배우자가 피상속인의 사망 바로 직전에 피상속인과 이혼하면 혼인 기간에 따라 최대 50%의 재산을 세금 없이 분할받을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이혼하지 않고 있다가 피상속인이 갑자기 사망하면 피상속인의 배우자는 자녀들과 피상속인의 재산을 나누어 상속받게 되는데, 자녀가 2명이라면 배우자의 법정상속분은 3/7밖에 되지 않고, 자녀가 더 많은 경우 배우자의 상속비율은 그보다 더 작아지게 된다. 그리고 배우자는 그 상속받는 재산에 대해 다시 50%에 가까운 상속세를 추가로 내야 한다. 이런 상황 때문에 위와 같은 별개의견이 있었던 것이고, 일각에서는 현재 우리나라 법제가 이혼을 부추기고 있다고도 한다.
상속재산분할심판은 가정법원에서 비송절차로 심리되고, 유류분반환청구는 민사법원에서 소송절차로 진행된다. 보통 상속재산분할심판절차와 유류분반환청구소송절차가 동시에 진행될 경우 상속재산분할심판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원칙이다. 왜냐하면 상속재산분할 심리 과정에서 상속재산과 상속인들이 모두 특정되고, 특별수익과 기여분이 전부 조사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유류분반환청구소송에서도 기여분 규정이 준용되는 만큼 상속재산분할심판과 유류분반환청구소송 심리는 상당 부분 중복될 것이므로 일회적인 분쟁 해결을 위해 양 절차를 모두 가정법원 관할로 두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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