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배려" 에이스 대우했더니, 3⅓이닝 6실점+충격의 삼성전 1승9패…20승 구위로 왜 안 싸우나

김민경 기자 2024. 7. 13.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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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베어스 곽빈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 곽빈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곽)빈이가 그만큼 우리한테는 중요한 선수고, 이렇게 쉬지 않으면 다음부터는 등판을 조금 조절해 줄 수가 없다. 이게 마지막 배려가 아닐까 싶다."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은 곽빈(25)에게 에이스 대우를 톡톡히 해줬다. 로테이션상 후반기 첫 경기에 등판하는 일정이 맞았지만, 대체 선발투수인 김민규와 김유성을 먼저 쓰기로 결심하면서 곽빈에게 이틀 더 휴식을 부여했다. 앞으로 시즌 막바지 순위 싸움이 훨씬 중요한 만큼 이틀 추가 휴식을 발판 삼아 시즌 끝까지 전력을 다해 달라는 뜻이었다.

이 감독은 12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에 앞서 "빈이는 전반기 열흘 말소된 뒤에 2차례 아주 좋은 피칭을 하고 전반기를 끝냈다. 그래서 5일 쉬고 던지면 그저께 나설 수 있었지만, 이틀 정도 더 쉬게 했다. 이제는 시즌 끝날 때까지 책임지고 로테이션에서 빠지지 않고 좋은 피칭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빈이가 그만큼 우리한테는 중요한 선수고, 이렇게 쉬지 않으면 다음부터는 등판을 조금 조절해 줄 수가 없다. 이게 마지막 배려가 아닐까 싶어서 시즌 끝날 때까지 본인 컨디션을 잘 유지해서 로테이션을 지켜주면 좋을 것 같아 판단했다"고 했다.

하지만 곽빈은 에이스 대우에 걸맞지 않은 투구로 큰 실망감을 안겼다. 곽빈은 3⅓이닝 77구 5피안타(1피홈런) 4사사구 2탈삼진 6실점(5자책점)에 그치면서 5-9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두산은 올해 삼성 상대로 1승8패로 유독 약했고, 또 삼성전 5연패에 빠졌던 터라 곽빈을 앞세워 승리하고자 하는 의지가 너무도 강했는데, 1승9패와 6연패로 패만 하나씩 더 늘었다. 일방적인 열세에 선수단 자존심이 무너질 판이다.

곽빈이 삼성 타자들과 정면 승부를 해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면 아쉬운 소리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곽빈은 1회부터 4회까지 이닝마다 꼬박꼬박 선두타자를 출루시켰는데, 3회를 제외하고는 모두 볼넷으로 내보냈다. 선두타자를 내보내면서 스스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는 패턴이 반복되니 이 감독도 오래 참을 수가 없었다. 지난 10일과 11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이틀 모두 선발투수가 3이닝도 채우지 못하고 조기 강판하는 바람에 불펜 소모가 컸는데, 곽빈이 등판한 날까지 불펜 5명을 소모해야 했다.

▲ 두산 베어스 곽빈 ⓒ 두산 베어스

곽빈의 구위는 현재 리그 젊은 투수들 가운데 가장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팀 동료인 최원준은 곽빈에게 "네 공이면 나는 매년 20승 했다"고 할 정도. 곽빈은 이날 직구 최고 구속 153㎞, 평균 구속 150㎞를 찍었다. 구속은 평소와 큰 차이가 없었다. 문제는 제구다.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커브 등 변화구가 대부분 볼이 됐다. 곽빈의 주무기로 불리는 커브는 이날 던진 4개 모두 볼이었다. 77구 가운데 볼이 절반에 가까운 35개에 이르니 타자와 싸울 수가 없었다.

타선은 계속해서 곽빈을 도우며 삼성전 연패 탈출을 노렸다. 0-1로 뒤진 1회말 2사 1, 2루에서 김재환의 우전 적시타와 상대 우익수의 홈 송구 실책에 힘입어 2-1로 뒤집으면서 역전승 희망을 품었다. 그런데 곽빈이 계속 실점하면서 평행선을 달렸다. 곽빈이 2회 2사 2루에서 9번타자인 안주형에게 좌중간 적시타를 허용해 2-2가 됐다. 두산은 2회말 박준영의 1타점 적시 3루타에 힘입어 다시 3-2로 앞서갔는데, 곽빈이 3회초 곧장 이성규에게 좌월 투런포를 얻어맞아 3-4로 뒤집혔다. 3회말에는 헨리 라모스가 좌월 홈런으로 응수하며 다시 4-4 원점으로 돌렸다.

곽빈은 4회초부터라도 중심을 잡아줘야 했는데, 선두타자 윤정빈을 또 볼넷으로 내보내면서 벤치의 인내심에 한계를 느끼게 했다. kt와 주중 2연전에서 불펜 많이 안 썼더라면 여기서 바로 교체했겠지만, 불펜에 부담이 있는 상황이라 조금 더 맡겼는데 다음 타자 이병헌에게 좌전 안타를 허용했다. 이어 안주형의 희생번트로 무사 1, 2루가 되자 좌완 이병헌으로 마운드를 교체했다. 여기서 두산은 포수 김기연의 패스트볼과 이재현의 희생플라이로 2점을 더 내주면서 4-6으로 다시 끌려갔다. 여기서 뒤집힌 흐름을 바꾸지 못한 채 또 삼성에 졌다.

두산은 13일 현재 47승41패2무로 3위에 올라 있다. 2위 삼성 라이온즈(47승39패2무)와는 1경기차다.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하려면 삼성전 열세 극본은 반드시 필요하다. 두산은 13일과 14일 외국인 투수 시라카와 케이쇼와 조던 발라조빅을 차례로 내세워 필승을 다짐한 상황이다. 두 투수는 반드시 5이닝 이상 끌어줘야 마운드 과부하를 막을 수 있다. 두산 불펜은 평균자책점 3.87로 리그 1위인데, 이닝 역시 381⅓이닝으로 압도적 1위다. 선발은 424⅓이닝으로 8위다. 불펜 부담이 더 큰 기형적 구조가 계속되면 두산은 막판 순위 싸움에서 당연히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곽빈이 에이스 대접에 걸맞게 정신을 더 바짝 차려야 하는 이유다.

▲ 두산 베어스 곽빈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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