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계속 올라, 망설이면 늦어”...대폭락장은 이때 찾아온다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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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월가를 뒤흔들었던 인물 가운데 이반 보스키(1937~2024)가 있다.
기업 인수합병과 관련한 내부자 거래로 유죄판결을 받았던 보스키는 올해 5월 사망했는데, 그는 생전에 자본주의사에 오래 회자될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러나 파산의 역사는 끝이 아니라 반복될 운명의 예고편이었다.
1989년까지만 해도 뜨겁게 타올랐던 일본 부동산 시장이 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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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저축은행 수백곳 파산
탐욕 번질때 불황은 시작
100년간 시장 붕괴 반복
다음 위기 진앙지는 중국
“탐욕은 정당하다. 탐욕은 건강한 것이다.”
신간 ‘그렇게 붕괴가 시작되었다’는 100년간 반복됐던 성장과 불황이란 길항의 역사를 되짚으면서, 그 내부에 인간 탐욕이 자리했음을 실증하는 책이다.
“성장의 순간은 짧았고 공황, 불황, 침체가 더 많은 시간을 차지했다”고 저자는 본다. 왜일까.
‘반복되는 붕괴’의 매커니즘의 시작점으로, 책은 1929년대 대공황을 들여다본다. 당시 미국 대공황은 자본주의 균열을 조짐을 보이는 신호탄이었다. 1927년까지만 해도 완만한 침체를 보였던 시장은 점차 침체의 조짐을 보이더니, 이듬해 금리 인상이 차입 비용을 상승시켜 경제 활동을 위축시켰고, 결국 ‘검은 월요일’로 이어졌다.
폭락했던 다우지수는 1954년에 이르러서야 대공황 이전의 최고점을 회복했다. 공황에 이은 불황이 성장가도의 시간보다 길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파산의 역사는 끝이 아니라 반복될 운명의 예고편이었다. 저자의 시선은 미국의 저축대부조합 ‘절반’이 문을 닫았던 1980년대로 향한다
저축대부조합 파산사건은 대공황 이후 미국에서 최악의 금융위기였다. 당시 저축대부조합은 상업용 부동산 대출을 늘렸다. “부동산 가격이 끊임없이 상승할 것”이란 도취감이 이런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러니 이 시기를 전후로 이미 저축대부조합의 3분의 1이 손실이 보던 중이었다.
조합은 법에 의해 보고받으며, 보유 지분에 대해서만 책임을 졌기에 도취감은 가속화됐다. 실패하면 예금보험기금이 손실을 메우지만, 성공의 보상은 조합에게 가는 구조였다. 좀비기업만 들어가다 결국 파산과 붕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역사는 반복됐다.
저자의 다음 시선은 아시아다. 1989년까지만 해도 뜨겁게 타올랐던 일본 부동산 시장이 그 예다.
6년간 4배 상승해 ‘4만’에 육박했던 닛케이 지수는 그해 1년도 안 돼 반토막이 났다. 주식 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빌려줬던 은행은 담보가치 급락 때문에 부실대출의 비극에 빠졌다. 일본에서 주식과 부동산 버블이 동시적으로 터진 것.
일본뿐일까. ‘아시아의 기적’을 일으켰던 한국, 태국, 말레시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신흥국은 수 년 뒤 동시적인 위기로 진입했다. 초(超)세계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세계 금융은 아시아를 주목했고 투자금이 빠르게 유입됐다.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번영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던가. 저자는 한국의 경우 한보철강의 파산을 시작으로 삼미특수강, 기아자동차 등의 옛 모습을 들여다보면서 실패의 옛 역사를 회고한다.
닷컴의 폭락, 리먼브러더스 파산에 따른 금융위기, 유로존 금융위기와 구제를 차례로 돌아보는 이 책은 코로나19 시대까지 가닿는다. 주가와 원자재 가격의 폭락은 세계인을 궁지로 몰아넣다는 것이다.
이 책은 다음 경제위기의 진앙지로 ‘중국’을 지목하며 마무리된다.
중국은 국가의 강력한 통제를 받고 있음에도 금융 시스템은 이와 온도차를 보인다고 경고한다. 변동성이 높은 주식시장, 또 사적 대출기관이 활개를 쳐서다. 저자는 “중국 기업의 막대한 부채는 언젠가 거품을 터뜨릴 것이고, 이는 전세계적 위기로 퍼져나갈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도 내놓는다.
저자의 결론은 뭘까. 이 책의 주제는 ‘탐욕의 부정’이 아니다. “주기적으로 시장은 폭락한다, 우리가 성공할 것이란 도취감부터 경계해야 한다”고 책은 주장한다. 그러기 책은 역으로 우리에게 질문한다. 반복되는 위기의 징후 앞에서 우리가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를.
린다 유 지음, 안세민 옮김, 청림출판 펴냄,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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