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100%" vs "자꾸 배신자라 카데예"...'보수 심장' 대구 민심은

대구=정경훈 기자, 대구=박상곤 기자 2024. 7. 1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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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대구 서문시장-수성못서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민심 들어보니
(대구=뉴스1) 이광호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2일 오후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2024.7.1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대구=뉴스1) 이광호 기자

"한동훈이가 100% 될끼라고 보는데예." (서문시장의 70대 여성 상인)
"자꾸 유튜브에서 '배신자'라 카데예. 한동훈 참 좋아했는데, 이제 다른 후보가 나아보입니더." (서문시장을 찾은 50대 시민)

국민의힘의 새로운 당 대표를 뽑는 7·23 전당대회가 약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보수의 심장' 대구에서 시민들을 직접 만나본 결과 '한동훈 1강' 구도는 여전히 굳건했다. 그러나 연이어 제기되는 '배신자론', '김건희 여사 문자 읽씹(읽고 답하지 않음) 논란' 등을 거론하며 한 후보를 향해 의문을 표하는 시민도 없지 않았다. 대구 시민들은 남은 선거 기간 동안 후보들이 마타도어(흑색선전) 대신 비전으로 경쟁해줄 것을 호소했다.

(대구=뉴스1) 이광호 기자 = 한동훈(왼쪽부터), 원희룡, 윤상현, 나경원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2일 오후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기념 촬영을 위해 무대에 오르고 있다. 2024.7.1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대구=뉴스1) 이광호 기자

12일 오후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제3차 합동연설회가 열린 대구 북구 엑스코(EXCO)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연설회 시작 2시간 전인 낮 12시에도 엑스코 인근 거리는 나경원·원희룡·윤상현·한동훈 당 대표 후보(가나다 순)를 응원하는 대구·경북(TK) 지역 당원들로 가득했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이날 3500명이 운집했다.

지지자들은 섭씨 32도가 넘는 더위에도 각 후보의 얼굴과 이름이 담긴 대형 현수막을 들고 후보들을 응원했다. 나 후보 지지자들은 난타, 원 후보 측은 사물놀이 공연을 벌였다. 윤 후보와 한 후보 지지자들은 응원 문구가 담긴 손팻말을 들고 응원 구호를 외쳤다. 행사 장소에 도착한 후보들은 당원들과 인사, 악수를 하고 연설회장으로 이동했다.

12일 오후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제2차 합동연설회가 열린 대구 엑스코에서 나경원, 윤상현 후보를 지지자들이 응원하는 모습. /사진=박상곤 기자


이날 연설회가 열린 대구는 집권여당 당권의 향배를 결정지을 최대 승부처 중 하나다. 이번 당 대표 선거는 당원 투표 80%, 일반 여론조사 20% 비율로 치러진다.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책임당원'은 약 84만명으로 이 가운데 약 40%가 영남 지역에 몰려있다. 이 가운데 절반 정도가 TK(대구·경북)다. 특히 TK에서도 인구가 집중된 대구는 경북 뿐 아니라 수도권에 사는 TK 출신 당원들의 표심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역으로 평가된다.

이에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은 대구를 직접 돌아다니며 '바닥 민심'을 들어봤다. 약 2주 전인 지난달 27일 한 후보가 대구를 찾았을 당시엔 '그래도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이라는 분위기가 강했다. 그러나 이후 배신자론에 이어 김건희 여사 '문자 읽씹' 논란, 총선 비례대표 '사천'설까지 제기되면서 미묘한 변화가 감지됐다.

이날 서문시장과 수성못에서 총 15명의 대구 시민을 인터뷰한 결과 '한동훈 대세론'은 여전했지만, 일부에선 최근 한 후보를 향한 논란에 우려를 내비쳤다.

한 후보를 지지하는 이들은 최근 제기된 논란을 대개 단순한 '마타도어'(흑색선전)로 인식하고 있었다. 서문시장에서 호떡 장사를 하는 70대 여성 상인은 "당 대표 1차 TV 토론회를 봤는데 '한 후보가 되면 대통령 탄핵된다' '배신자다'라는 상대방의 비난에 크게 실망했다"며 "한 후보가 김 여사 문자에 답을 안 한 것도 나름의 이유가 있어서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그래도 영부인인데 이유 없이 답을 안 했을 것이라고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12일 오후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제2차 합동연설회가 열린 대구 엑스코에서 한동훈 후보를 응원하는 지지자들 /사진=박상곤 기자


이불 가게를 하는 60대 남성 상인은 "문자 답장을 안 해 총선에 졌다는 말을 들으면 답답하기만 하다. 3명이 네거티브 프레임을 짜고 1명을 집중 공격하는 게 보기 좋지 않다"며 "윤석열 대통령도 정치 처음 하는 거니까 (조금 실수해도) 이해한다. 그래도 '주호주대사 임명'이 선거 패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성못 인근에서 만난 50대 남성 A씨는 "정도를 지키며 경쟁하는 것 같아 윤상현 후보를 지지하지만, 전국 인지도 등을 고려하면 한 후보가 당선되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집권당이 대통령 눈치를 왜 보나. 한 후보가 '국민 눈높이에서 할 말 하겠다'고 하는 게 잘하는 것이다. 채상병 특별검사법도 해야 한다. 억울하게 죽은 사람이 내 아들이라고 생각해 보라"고 했다.

30대 남성 B씨는 "한 후보가 여당 대표로 대통령을 배신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다만 당 장악력이 약해 보인다. 원희룡 후보가 당과 보수 지지층 안정, 중도 확장을 다잡는 데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일부 시민은 '배신자론' 등의 영향으로 한 후보의 지지세가 약해질 것으로 바라봤다. 서문시장에 장을 보러 온 50대 남성 C씨는 "가짜뉴스일 수도 있다고 생각은 하는데 유튜브에서 자꾸 한 후보에 대해 '배신자다' '대통령 탄핵된다' 하는 게 영향을 줄 것"이라며 "나도 한 후보 참 좋아했지만 지금은 나 후보가 낫겠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구 시민들은 후보들을 향해 정책, 비전으로 경쟁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수성못에서 만난 70대 남성 D씨는 "읽씹 논란은 쇼이자 서로 마타도어하는 것"이라며 "인신공격 말고 정책으로 붙어달라"고 주문했다. 70대 남성 E씨도 "당원들이 옛날처럼 지역 의원, 유지들이 '오더'(지시) 내리는 대로 찍지 않는다"며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전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치지 않나. 여당도 그런 모습을 보여달라"고 했다.

12일 오후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제2차 합동연설회가 열린 대구 엑스코에 걸려 있는 원희룡 후보 응원 현수막 /사진=박상곤 기자


대구=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대구=박상곤 기자 gon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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