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선균, '관객들이 많이 보는 게 중요하지' 바랄 듯"…'탈출' 김태곤 감독의 바람[TEN인터뷰]

김지원 2024. 7. 13.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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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김지원 기자]

'탈출'의 김태곤 감독 / 사진제공=CJ ENM



"선균 형도 바랄 것 같은 게, '관객들이 많이 보는 게 중요하지 뭐가 중요해?' 할 것 같아요. 홍보든 뭐든 열심히 해야겠다 생각했어요."

이선균의 유작 중 하나인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이하 '탈출')이 12일 세상에 나왔다. 김태곤 감독은 "편집하면서 많이 힘들었다"며 "시사회 첫 관이 종영하고 무대인사하는 관이었다. 나눔관이라고 청소년들이 많았다. 홍보하는 부분에 있어서 조심스러웠는데, 딱 들어갔을 때 웃으면서 박수쳐주더라. 너무 조심스러워하면서 관객들이 영화 보는 것을 해치면 안 되겠다 싶더라"고 털어놓았다.

'탈출'은 공항대교에서 연쇄적으로 발생한 재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극한의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재난 상황이 심장을 쫄깃하게 하고, 끈끈해지는 생존자들의 모습이 감동을 이끌어낸다.

김 감독은 "선균 형도 이 영화가 오로지 재난 스릴러로서 관객들에게 친화적으로 받아들여졌음 좋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요소 요소 아이디어를 많이 낸 것 같다. '많은 분들이 봤으면 좋겠다' 같은 동기로 작용하며 호흡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선균에 대해서는 "드러내놓고 따뜻한 스타일은 아니다. 츤데레 스타일이다. 그런 부분이 극 중 정원이 경민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도 영향을 끼쳤다. 내면이 따뜻한 사람이다. 신경 안 쓰는 듯한데 많이 신경 쓴다"고 기억했다.

사진제공=CJ ENM



'탈출'은 지난해 제76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상영됐다. 김 감독은 당시 칸에서 이선균과 이 기쁜 순간을 함께했다. 그는 "선균 형은 '잠'과 저희 영화, 두 편으로 칸에 가게 됐다. 좋았다. 저도 감독으로서 칸영화제 초청받았다는 소식에 기뻤다.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이 가고 싶던 섹션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반응 엇갈렸단 얘긴 상영 후에 듣게 됐다. 그 안에서 반응은 좋았다. 저희끼리 자축도 많이 했다"며 "관객들에게 영화가 잘 전달 됐으면 좋겠다 생각했다"고 전했다.

최종 개봉 버전은 칸 상영 버전에서 조금 수정됐다. 감정 과잉인 장면들을 덜어냈고 음악도 수정했다. 그러면서 러닝타임도 조금 줄었다. 김 감독은 "요즘 관객들은 만든 사람들이 먼저 가이드 제시하는 걸 안 좋아하는 것 같다. 스스로 느끼고 소화해내길 바라는 것 같다"며 "안개 낀 대교 위에서 벌어지다 보니 답답한 부분이 있어서 긴장감, 속도감을 올리기 위해서 편집, 음악 여러 요소를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탈출'의 김태곤 감독 / 사진제공=CJ ENM



영화에서는 100중 추돌 사고, 군사용 실험견들의 탈출, 헬기 사고, 공항대교 붕괴 위기 등 재난이 계속해서 발생한다. 김 감독은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가는 게 목표였다. 어떤 순서로 진행되면 재밌을까 새각했다. 여러 상황들이 벌어지면서 관객들이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생각하게 하고 긴장감 있게 볼 수 있도록 하는 요소를 끊임없이 넣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개를 소재로 한 이유를 묻자 김 감독은 과거 목포에서 서울까지 도보여행을 할 때 맞닥뜨렸던 들개 이야기를 풀어놨다. 그는 "나를 물려고 한 건 아닌데, 아마도 내가 그들의 영역에 들어갔나보다. 계속 쫓아오니 무섭고 공포감이 들더라. 이걸 어떻게 하면 재밌게 풀어볼 수 있을 것 같더라. '이 개들도 누군가의 반려견이었을 거다. 사연이 뭘까'. 이런 주제로 풀 수 있겠다 생각했다"고 답했다. 공항대교를 배경으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장소가 어디가 좋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개들도 못 나가고 사람들도 못 나가는 고립된 공간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대교가 좋겠다 싶더라. 그러면 어디 대교이면 좋을까. 공항 오가는 사람들은 사연들이 다 있지 않나. 공항 오가는 사연들을 담으면 캐릭터도 의미있고 풍부해질 것 같아서 공항대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설정했다"고 전했다.

사진제공=CJ ENM



'탈출'에서는 청와대 안보실 행정관 정원 역의 이선균을 주축으로, 붕괴 위기의 공항대교 위에서 렉카 기사 조박 역의 주지훈, 군견 프로젝트의 책임 연구원 양 박사 역의 김희원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이외에도 박주현, 박희본, 김수안, 문성근, 예수정이 이야기를 다채롭게 엮어냈다.

김 감독은 '탈출' 캐스팅에 만족감을 표했다. 김 감독은 "선균 형도 이런 재난 영화를 처음 한 거다"며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다. 이번 재난 영화에서도 잘해주셨다. 구심점으로서 극을 이끌어가줬다"고 말했다. 주지훈에 대해서는 "조박 역을 할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워낙 멋있는 역할을 많이 했지 않나. 시나리오 드렸더니 흔쾌히 한다고 하더라. '캐릭터를 잘못 이해했나' 그랬다. '양아치 느낌에 가까운 캐릭터'라고 했더니 할 수 있다더라"고 전했다.

주지훈은 입으로 불을 뿜는 장면을 CG가 아니라 직접 연기했다. 김 감독은 "원래 CG로 하려고 했다. 차력사를 현장에 불렀다. 차력사가 하는 걸 보더니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해본다더라. 그런데 차력사보다 더 크게 불을 내더라. 저도 욕심이 나니까 테이크를 계속 갔다. 나중에 침샘에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그런 걸 감수하면서까지 작품, 캐릭터를 위해서 하더라"며 감탄했다.

'굿바이 싱글'로 데뷔한 김 감독은 '족구왕', '범죄의 여왕', '소공녀' 등 기발한 상상력과 개성 강한 캐릭터, 탄탄한 스토리의 작품들을 기획했다. 차기작으로 준비하고 있는 작품은 OTT 시리즈물로, 거인이 나오는 크리쳐 액션 성장담이라고 한다. 김 감독은 "대중영화를 하는 사람으로서 관객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지 중요하겠지만 저 역시도 다른 영화, 콘텐츠의 관객이다. 제 감각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어떤 것이 재미있냐가 중요하다. 내가 끌리는 것이 과연 대중과 맞을까. 알 순 없다. 다만 내 가슴이 뛰는 걸 만들 때 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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