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덕후' 자처한 亞 선두 LCC…"티켓만 팔아선 미래 없어"

금준혁 기자 2024. 7. 13.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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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항공사에 가다] 에어아시아 무브·산탄·아웃클래스 경영진 인터뷰
숙박중개·인재교육·기내식 등 다양한 사업 분화…키워드는 수요자 중심 '개인화 데이터'
림 벤지에 에어아시아 무브 CPO 2024.06.24/뉴스1 ⓒ News1 금준혁 기자

(쿠알라룸푸르=뉴스1) 금준혁 기자 = 코로나19 기간을 거치며 글로벌 항공사들은 생존을 위해 사업을 재편했다. 아시아 최대 저비용항공사(LCC)인 에어아시아 그룹은 새 지주사 캐피털A를 출범하며 디지털 혁신을 목표로 내걸었다. 중단거리가 기반이다보니 치열한 생존경쟁에 내몰린 LCC 업계에서 선두주자가 택한 새로운 먹거리인 셈이다.

캐피털A에는 모빌리티, 핀테크, 온라인여행플랫폼(OTA) 등 비항공 부문이 있다. 모든 기반은 2001년부터 다국적 메가 LCC로서 쌓아온 양질의 '데이터'라고 말한다.

◇메가 LCC의 결심 "우리도 소비자처럼 혁신해야 한다"

칸막이도 지정석도 없는 에어아시아 무브의 사무실 '레드 스테이션' 어느 구석에 림 벤지에 최고인사책임자(CPO)의 자리가 있다. 림 CPO는 내부 인력관리(HR)를 포함해 대외 파트너십을 맺는 역할을 겸한다.

에어아시아 무브는 익스피디아, 트립닷컴처럼 소비자들에게 항공 및 숙박 예약을 중개하는 OTA이다. 물론 에어아시아의 항공권만 파는 것은 아니다. 자사 상품을 파는데 머물기보단 더 많은 소비자를 끌어오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는 "예를 들어 한국 소비자들은 더는 예약을 위해 대한항공만 쓰지 않고 여러 웹사이트를 비교하고 가장 좋은 가격을 택하는데 이를 카카오나 네이버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며 "이것이 에어아시아가 혁신을 결정한 이유"라고 말했다.

한국 출장만 20번을 다녀왔다는 림 CPO가 가장 많이 언급한 한국 기업은 카카오다. 무브 내에서 항공권 결제는 핀테크의 '빅페이', 비행기에 내려서는 차량공유 서비스인 '에어아시아 라이드'를 연계하는 등 원스톱 플랫폼이 목표다.

소셜네트워크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여기서 여행 수요가 파생되기 때문이다. 그는 "기존의 OTA는 티켓은 사고팔지만, 고객 간 접점이 없다"며 "카카오가 성공한 이유는 매일 가족과 친구와 대화하기 위해 쓰기 때문이고 무브에도 이러한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린 오마르 에어아시아 벤처 및 투자부문 사장 2024.06.28/뉴스1 ⓒ News1 금준혁 기자

승객 데이터부터 각종 운영 데이터까지 그간 쌓아온 데이터는 풍부했지만, 소비자에게 최적화한 상품을 제공해 수익을 내는 모델이 쉽지만은 않았다. 이를 실현할 소프트웨어, 데이터, 클라우드 등 인재 확보는 필수였다.

아이린 오마르 투자 및 벤처부문 사장은 "디지털 전환의 첫 번째는 데이터를 이해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모든 것을 구축하고 비즈니스가 향후 3년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하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외부 컨설턴트를 고용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결국 내부 인재풀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세운 것이 아웃클래스다. 조종사와 승무원을 교육하는 시설에서 2020년에 디지털 인재를 양성할 에어아시아 아카데미로 탈바꿈했고, 2021년부터는 외부에 개방했다. 올해부터는 이름에서 에어아시아를 뺀 '아웃'클래스가 됐다.

오마르 사장은 "2020년 설립한 이래 9000명의 수강자가 있었고 고객 상담사가 디지털 마케터가 되는 등 자신이 원하는 직무를 찾게 재교육했다"며 "사람들이 많아지자, 수요자 온디맨드(수요자 중심) 학습이 필요해졌고 AI를 통해 학습을 관리하는 지금의 플랫폼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아웃클래스의 목표다. 오마르 사장은 "학교의 커리큘럼과 기업이 원하는 인재는 큰 차이가 있고, 졸업생 실업률이 높다는 것은 자원 배분의 불일치를 뜻한다"며 "우리의 목표는 맞는 재능이 맞는 산업에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캐서린 고 산탄 CEO 2024.06.27/뉴스1 ⓒ News1 금준혁 기자

다국적 항공사 특성상 동남아, 중식, 양식 등 가지각색의 기내식을 선보이는 '산탄'은 데이터를 개인화한 대표적 사례다. 산탄은 에어아시아가 출범한 기내식 브랜드다.

LCC는 기내식을 판매하기 때문에 이를 기본 제공하는 대형항공사(FSC)와 달리 재고를 최소화해야 한다. 한번 비행기에 실린 기내식은 비행 후 모두 폐기하기 때문에 다양한 기내식은 LCC에 양날의 검이다.

이 모델을 지속 가능케 하는 것이 빅데이터와 머신러닝이다. 계절적 요인, 승객의 프로필, 시장의 수요가 다가 아니다.

캐서린 고 산탄 CEO는 "머신러닝을 통해 과거 같은 비행의 데이터를 활용해 적재 계획을 짜는데 알고리즘을 계속 공급하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계속 학습해 오차를 줄인다"며 "기내식 판매는 승무원의 역할도 있기 때문에 어떤 승무원이 비행 중인지에 따라 계획을 짤 수 있도록 학습을 시키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특징은 다른 항공사들에 '솔루션'을 판매한다는 것이다. 산탄은 항공기에 장착하는 커피머신 대신 커피 가루를 압축한 후 물만 부으면 되는 일종의 커피 캡슐을 공급한다.

고 CEO는 "많은 항공사가 커피 머신의 유지보수, 승무원 교육과 같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반면 산탄은 상품을 승객의 프로필에 따라 큐레이션할 수 있고 좋은 커피를 접근성 있는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rma1921k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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