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참사 1년]③14명 사망했는데 2명 구속 그쳐… 기약 없는 책임규명

박건영 기자 2024. 7. 13.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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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책임자 42명 법정으로… 남은 수사는 최고 책임자
전례 없는 '중대시민재해'… 검찰 기소 여부 놓고 고심

[편집자주] 지난해 7월15일 청주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하천 범람으로 무고한 시민 14명이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사회가 약속했던 책임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은 1년이 지난 지금도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다. 유가족과 기적처럼 생환한 생존자들의 마음은 여전히 굳게 닫힌 지하차도처럼 어둡기만 하다. 참사 1주기를 앞두고 그동안의 시간을 되돌아본다.

작년 7월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소방당국이 구조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3.7.16/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청주=뉴스1) 박건영 기자 = 14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오송 참사는 여느 대형 참사와 마찬가지로 무책임한 공사와 관계 당국의 부실 대응에서 비롯된 인재(人災)였다.

검찰은 11개월간의 수사 끝에 6개 기관 공무원과 공사 관계자 등 책임자 42명을 재판에 넘기는 것으로 책임자 수사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1년 전 철저한 책임 규명을 약속했던 검찰은 최고 책임자들을 처벌해달라는 유족들 요구엔 아직도 응답하지 않고 있다.

◇'부실 제방·부실 대응' 관련 책임자만 42명

검찰은 사고 엿새 만에 수사본부를 꾸리고 검사 21명을 투입해 오송 참사의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기 위한 수사에 착수했다.

국무조정실이 참사 원인으로 지목한 '부실 제방 공사'와 '부실 대응'의 실체를 확인하고 이와 관련된 책임자를 가려내는 게 수사본부의 핵심 과제였다.

그러나 수사 초기엔 4개월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만한 결과를 내놓지 못했고, 신병 확보에 나섰던 책임자 7명 중 2명만 구속하는 데 그쳐 수사력에 대한 물음표가 제기됐다.

여기에 오송 참사와 유사한 사고인 '부산 초량 지하차도 침수 사고' 책임 공무원들이 대거 무죄 또는 감형받은 항소심 판결까지 나오면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점차 커져만 갔다.

검찰 오송참사 수사본부 관계자들이 작년 7월24일 오후 충북도청 자연재난과 등을 압수수색한 뒤 압수품을 들고 도청을 빠져나가고 있다. 2023.7.24/뉴스1 ⓒ News1 김용빈 기자

검찰은 참사 159일 만에 무단으로 제방을 철거하고 부실 임시제방을 축조한 현장소장 전모 씨(55), 감리단장 최모 씨(66)를 구속 기소하면서 세간의 우려를 진화했다.

이들의 부실 공사를 묵인하고 방치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금강유역환경청 공무원 등 제방과 하천 책임자 14명도 곧바로 추가 기소했다.

이후 '부실 대응'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한 검찰은 사전에 신고가 여러 차례 접수됐는데도 도로를 통제하지 않은 충북도, 청주시, 충북경찰, 충북소방본부의 공무원 26명을 차례로 재판에 넘기며 수사 11개월 만에 실무자와 중간 관리자들에 대한 책임규명을 일단락지었다.

이들 중 가장 먼저 법정에 선 전씨와 최씨는 1심에서 각각 징역 7년 6개월과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법원은 참사 원인을 기본적인 원칙과 기준조차 지키지 않은 중대한 과실이라고 판단했다.

오송 참사가 자연재해가 아닌 관련 책임자들의 과실에서 빚어진 '인재'란 게 재확인된 것이다.

◇남은 건 중대시민재해… '윗선' 기소하나 남은 과제는 이들 기관의 최종 결재권자들에게도 형사책임을 지울 수 있느냐다.

김영환 충북지사, 이범석 청주시장, 이상래 전 행복청장 등 최고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 촉구 목소리는 사고 직후부터 제기돼왔다.

사고 수일 전부터 집중호우가 쏟아졌는데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인명피해를 키운 관계 당국의 최고 책임자들을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중대시민재해 혐의로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중간 관리자' 선에서 형사책임을 지우는 데 그쳤던 다른 참사 사례와 달리, 오송 참사는 중대시민재해의 구성요건을 갖춘 첫 대형 참사란 점에서 특히 최고책임자 처벌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셌다.

오송참사 시민대책위원회가 청주지검 앞에서 최고책임자 기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2024.5.7.ⓒ 뉴스1 박건영 기자

검찰이 지난 3월과 5월 김 지사를 비롯한 최고 책임자들을 연이어 소환 조사하면서 이들에 대한 책임규명이 마무리되나 싶었지만, 아직 결론은 지어지지 않은 상태다.

수사가 장기화하면서 '꼬리 자르기'식 책임 규명을 우려한 유족과 시민단체는 '중대시민재해 1호'로 기소해야 한다고 거듭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검찰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하고 있으나, 중대시민재해가 전례가 없는 데다 사건 자체가 복잡한 탓에 수사가 길어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2022년 이 법이 제정된 이후 중대시민재해가 최고 책임자에게 적용된 사례는 없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해 4월 경기 성남 분당에서 발생한 정자교 붕괴 사고로 신상진 성남시장이 처음 중대시민재해 혐의로 입건됐으나, 경찰은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며 불송치 결정했다.

당시 신 시장은 부임한 지 오래되지 않았던 데다, 교량 노면 보수공사비 예산과 인력 편성 등 안전 관리체계 구축에도 소홀함이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또 이 법 자체가 책임 범위를 모호하게 규정하고 있다 보니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이정기 대구 수성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실무자들에게 적용되는 업무상 과실치사상의 경우 방지해야 하는 주의의무가 비교적 명확히 규정돼 있는데, 중대시민재해는 최고 책임자가 주의해야 할 의무를 두루뭉술하게 규정하고 있다"며 "수사기관 입장에서 최고 책임자가 어떤 의무까지 다해야 했는지 판단하기가 까다롭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만일 최고 책임자가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을 입증한다고 하더라도 사고와의 인과관계를 인정받는 게 어렵다"며 "기관장들의 중대한 업무 해태가 드러나는 게 아니라면 유죄가 인정되는 경우는 드물 것"이라고 부연했다.

반면 최고 책임자 처벌이 가능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손익찬 '일과 사람' 변호사는 "중처법상 최고 책임자들의 의무를 넓게 해석한다면 기관장들은 안전 관리체계를 구축하지 못한 것이라고 충분히 볼 수 있다"며 "안전 계획을 미리 수립해 놓지 않았거나 제방을 사전에 점검하지 않은 것은 명백히 자신들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손 변호사는 "중처법을 적용하지 못하더라도 일부 최고 책임자들에겐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pupuman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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