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월 350만원 상납, 배민만 돈 번다"…손에 쥐는 돈은 겨우
[편집자주] 국민 앱 '배달의민족'이 달라졌다. 독일계 딜리버리히어로(DH)가 주인으로 나선 지 4년여 만에 이익 실현을 본격화했다. 자유로운 기업문화와 자영업자의 상생 등 배민의 철학은 희미해졌다. 대신 수수료 인상으로 상생과 소비자 물가에 '적신호'를 켰다. 이윤 추구는 기업의 본질이라지만, 배민을 바라보는 불안한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는 DH 행보의 배경을 살펴본다.
서울 광진구에서 있는 20평이 안 되는 한 프랜차이즈 치킨집. 사장 A씨는 15년 전 장사를 처음 시작했을 때처럼 전단을 만들어야 할지 고민이다. 그는 "배달앱이 없던 시절에는 전단이나 판촉 비용이 월 20만~30만원이었다면 지금 배민에 내는 마케팅비는 250만원까지 늘었다. 8월부터 중개이용료가 오르면 수익은 반토막 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배민은 주문 수수료 정액제인 '울트라콜(가게 배달)'에 이어 정률제인 '배민1플러스'를 신규 도입했다. 울트라콜은 1구좌당 8만8000원(부가세 포함)을 지불하면 개수 제한 없이 주문을 받을 수 있다. 소비자에게 깃발이 보여지는 방식이라 콜을 유지하기 위해 매장당 평균 5개 정도를 사용한다. 월 44만원 꼴이다.
반면 배민1플러스는 매출의 7.48%를 가져간다. 하루 1만원짜리 음식을 40개 판매했을 때 수수료는 2만9920원, 한달 기준 약 90만원이다. 여기에 배달료는 별도다. 3000~4500원의 배달료를 라이더에게 지불해야 한다. 또 배민페이를 이용하면 1.5~3%(부가세 별도)의 결제수수료를 추가로 부담한다.
배민이 배민1플러스 요금제를 시작하면서 노출순위에 혜택을 주고 무료배달 쿠폰을 뿌리자 자영업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배민1플러스로 갈아탔다. 울트라콜에는 무료배달 주문이 잡히지 않는다. 자영업자들은 배민이 신규 배민1플러스를 도입하면 또 다른 불공정 제도가 도입될 것을 우려한다.
김씨가 중개이용료, 배달비, 광고비 등 배민에 지불하는 비용은 월 매출의 21%다. 인건비(15%)보다 높다. 다음달부터 배민의 수수료 책정 방식이 바뀌면 배민 지불 비용은 더 늘어난다. 김씨는 "중개 수수료가 오르면 배민에 내는 비용이 매출의 25~30%까지 차지하게 될 것"이라며 "매일 12시간씩 일해도 한 달에 200만원도 못 벌 거 같다"고 말했다.
김씨가 보여준 배민 셀프서비스(사장님 전용 관리시스템) 화면을 보니 고객 주문 금액(1만9600원)에 중개수수료(1333원), 배달비(2900원), 결제수수료(588원), 부가세(572원) 등을 배민에 내고 기타 비용을 제외하면 1만3297원이 입금된다. 8월부터 인상된 중개수수료가 적용되면 김씨는 건당 수입이 600원정도 줄어든다고 예상했다.
서울에서 프랜차이즈 매장을 13년째 운영하는 B씨는 "지금도 배민에 매출의 30~35%를 내면 남는 게 없는 상황인데 부담이 더 늘어난다"며 "수수료가 오르면 건당 500~600원을 배민에 더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한 달치로 환산하면 200만원을 더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수수료를 많이 떼는 배민배달을 쓰는 소비자가 많아지면 업주 부담이 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가격 인상이나 양 축소, 품질 저하 등 악순환으로 이어질 거란 우려다.
김씨는 "인천 지역 건당 배달비는 2900원에서 100원 내리지만 중개 이용료는 600원 오르니 사실상 내는 돈은 500원 늘어난다"며 "개편안이 자영업자에게 혜택도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론 부담이 늘어 손실을 메우기 위해 양을 줄이거나 저렴한 재료를 쓰거나 메뉴 가격을 올리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달앱은 국내에서 3000만명이 쓰는 사실상 공공재 성격의 서비스인데도 배달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는 만무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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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예림 기자 yesrim@mt.co.kr 지영호 기자 tell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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