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정려원 "여전히 인생작, 이너프" [인터뷰]

임시령 기자 2024. 7. 13.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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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정려원 / 사진=블리치웨이스튜디오 제공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졸업' 정려원이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돌아와 인생작을 만났다. 후회에서 졸업하고 "이너프(충분)"를 외친 정려원이다.

'졸업'(극본 박경화·연출 안판석) 스타 강사 서혜진(정려원)과 신입 강사로 나타난 발칙한 제자 이준호(위하준)의 설레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정려원은 극 중 대치동 일타 국어 강사 서혜진 역을 맡아 열연했다. 제자 이준호와 재회한 뒤 자신의 마음과 일상에 생기는 변화, 사랑을 하는 모습을 현실적으로 연기해 호평받았다.

"한 편의 긴 연극이 잘 끝났다는 생각이 들어 모두가 뿌듯했다"는 정려원은 '졸업'이 여전히 자신의 인생작이라 자신했다.

그는 "제가 쓴 일기를 봤더니 작년 3월 13일에 같이 해보고 싶은 작가님들, 감독님들 이름을 써놨더라. 거기에 안판석 감독님도 있었다. 작년 5월 12일 대본을 받았을 때 안판석 감독님이 연출을 맡는다는 말에 대본을 읽지도 않고 바로 결정하게 됐다. 간절히 원하고 바라고 준비가 되어있으면 만나게 되는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읽다 보니까 정말 내가 하게 되겠다란 생각을 하게 됐다"며 "잘 해내고 싶었고 시작하기 전부터 인생작의 조짐이 된 것 같다"고 얘기했다.

출연 과정부터 운명 같았던 정려원은 대본을 읽어 내려가면서 더욱 확신이 생겼다고 한다. "1부 28씬 표창섭 선생님과의 대면 신을 보고 이거 내가 하게 되겠구나 싶었다. 작품 속 서혜진 나이가 35살이다. 제가 실제 그 나이대면 못 했을 것 같은데, 지금 42살이니까 지금의 나는 잘 해내겠구나 싶었다"며 "항상 불확실함과 싸웠던 것 같다. 스스로 어느 정도 내려놓고 만족하는 방법을 터득했고, 그 불확실함이 안 생기니까 확신이 생기더라"고 말했다.

졸업 정려원 / 사진=블리치웨이스튜디오 제공


'졸업'은 최근 '검사내전'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등에서 법복을 입었던 정려원이 오랜만에 '첫사랑의 아이콘'으로서 활약한 작품이기도 하다. 정려원은 "이제 직장인이 아닌 멜로를 해보는구나 싶었다. 그런데 대본 4부까지 읽었는데 멜로가 어디있지란 생각을 했다. '졸업'은 빗물이 스며들듯 가랑비 같은 멜로였다"고 전했다.

특히 기억에 남는 대사 중에 "준호를 안 좋아할 수 있냐는 대사다. 6부에서 멜로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는데, 읽다가 대본을 던졌다. 행간을 읽었다라니. 이래서 국어 강사구나 싶었다"고 해 웃음을 안겼다.

정려원은 함께 로맨스 호흡을 맞춘 배우 위하준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이준호는 사랑을 할 줄 아는 남자다라고 생각했다. 이를 연기한 위하준이 몸을 아끼지 않는 게 좋았다. 리허설 때부터 풀 파워더라. 이 친구는 진심이구나 싶어 저도 진심을 다했다"고 말했다.

졸업 정려원 / 사진=tvn


실제 같은 로맨스 연기뿐 아니라 리얼한 강사 연기로 현업 일타 선생님 아니냐는 호평도 많았다. 정려원은 일단 국어 강사 캐릭터를 위해 판서를 연습하고, 강의하는 영상을 연구하며 선생님으로서의 모습을 구축했다.

어릴 적 호주에서 살았기에 한국의 사교육 시스템을 경험한 적이 없던 정려원이다. 그는 "호주에는 학원은 없었고 과외라는 개념도 없었다. 처음에 대치동 학원에 가서 학생들이 공부하는 걸 참관했다. 오랜 시간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고 정자세로 앉아 있는 아이들을 보고 너무 놀랐다"며 "호주에서 어렸을 때 한국말을 읽어버릴까 봐 엄마가 책을 읽으라고 했다. 할 일이 없으니까 책을 많이 읽었다. 만약 한국에서 계속 학교를 다녔다면 국어를 못하진 않았을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서혜진을 현실적으로 소화했다는 호평을 받은 정려원. 그는 "여태껏 한 것 중에 가장 많은 피드백을 받았다. 특히 제 나이 또래에게 많이 받았다. 저처럼 일을 열심히 하는 분들도 있고 엄마가 된 분들도 있어 교육에 대해 관심 있는 분들이 많다. 두 가지 공감을 다 해주셨던 것 같다"고 뿌듯함을 드러냈다.

졸업 정려원 / 사진=블리치웨이스튜디오 제공


일기에서 출발한 운명 같은, 인생작 '졸업'은 정려원에게 어떤 의미일까. 마지막 촬영 때 눈물을 흘렸다는 정려원은 "그만큼 애틋했던 현장이었다. 스태프들이 다 울었다. 끝나면 시원섭섭하다고 하는데 저는 섭섭하기만 했다. 떠나보내기 싫다"고 솔직히 말했다.

정려원은 "해야 될 말을 못 하고 가는 길에 '이렇게 얘기했어야 했는데'라고 하는 등 꿈을 꾸는 성격이었다. 그러다 보니 너무 후회 속에 사는 것 같더라. 그래서 일기를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게 됐는데, 일기한테도 솔직하지 못하구나 싶더라. 내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훈련을 해야겠다 싶었다. 그때부터 적나라하게 쓰고 있다. 나중에 보고 이때는 이런 마음이었구나 싶고 지금은 읽기 수월해졌다. 내가 성장을 했구나란 부분들도 있다. 일기 쓰기 제대로 쓰기 참 잘했구나 싶었다"고 얘기했다.

"저한테 콤플렉스였던, 스스로를 잘 믿지 못하고 스스로가 못 미덥고 하는 부분에서 완벽하게 졸업한 것 같아요. '그래도 좋은 작품이야'라는 말을 들어도 항상 후회가 있었어요. 하지만 졸업 마지막 현장에서는 '이너프' 충분하다란 생각이 들어요".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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