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로 읽는 과학] 치명적인 곰팡이 치료하는 '개구리 사우나'

이병구 기자 2024. 7. 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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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국제학술지 '네이처' 표지에는 개구리들이 벽돌 구멍에 들어가 '사우나'를 즐기는 모습이 실렸다.

항아리곰팡이에 감염된 호주 청개구리와 금개구리를 대상으로 테스트한 결과 개구리들이 벽돌 구멍의 따뜻한 '핫 스팟'에 들어가 앉는 것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이 만든 '개구리 사우나'는 개구리의 체온을 높여 곰팡이 감염을 줄이고 치료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벽돌 내부의 개구리들은 피부의 항아리곰팡이 포자가 100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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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처 제공

이번 주 국제학술지 '네이처' 표지에는 개구리들이 벽돌 구멍에 들어가 '사우나'를 즐기는 모습이 실렸다. 이 구조물은 질병으로부터 개구리들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졌다.

앤서니 와들 호주 맥쿼리대 자연과학부 연구원이 이끈 연구팀은 양서류에 치명적인 항아리곰팡이 감염을 예방·치료할 수 있는 간단한 구조물을 개발하고 연구결과를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네이처에 공개했다.

항아리곰팡이(학명 Chytrid fungus)는 양서류 피부에 감염돼 피부 안쪽에서 단백질인 케라틴을 먹어 질식시키는 치명적인 균이다. 1950년대 한국에서 처음 발생한 뒤 퍼진 것으로 알려져 지난 수십 년 동안 전 세계 양서류 생태에 큰 피해를 줬다. 항아리곰팡이가 지난 50년 동안 개구리 90종을 멸종시키고 약 500종의 양서류 개체수를 크게 줄였다는 2019년 연구결과도 있다.

연구팀은 곰팡이가 28°C 이상의 온도에 견디지 못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개구리는 스스로 체온을 조절하기 어려운 변온동물이라 특히 겨울철에 곰팡이를 막을 수 있는 온도까지 체온을 올리기 힘들다.

연구팀은 햇볕에 따뜻하게 데워진 온실 안에 벽돌을 쌓아 개구리들이 들어갈 수 있는 구조물을 만들었다. 항아리곰팡이에 감염된 호주 청개구리와 금개구리를 대상으로 테스트한 결과 개구리들이 벽돌 구멍의 따뜻한 '핫 스팟'에 들어가 앉는 것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벽돌 내부 온도는 30°C 수준이었다.

연구팀이 만든 '개구리 사우나'는 개구리의 체온을 높여 곰팡이 감염을 줄이고 치료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벽돌 내부의 개구리들은 피부의 항아리곰팡이 포자가 100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또 한번 치료받은 개구리는 이후 곰팡이 성장에 최적화된 환경에서도 항아리곰팡이에 대한 저항력을 보였다.

연구팀은 "개구리 사우나는 저렴하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들어졌다"며 "유사한 생태의 양서류 종에 더 광범위하게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양서류의 멸종과 존속을 가르는 차이를 만들 수 있을 것"고 밝혔다.

<참고 자료>
- doi.org/10.1038/s41586-024-07582-y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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